신격호 “민·형사 모두 진행, 물러서지 마라” 전언

▲ 신동주-신동빈 간 형제의 난이 사실상 부자간의 법정다툼으로 비화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언론사 기자를 대동하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방을 찾아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 물러서지 마라”는 전언을 들은 내용이 보도되면서, 롯데家 신동주-신동빈을 축으로 한 형제의 난이 사실상 부자간의 법정다툼으로 비화된 사실이 확인됐다.
 
12일 신 롯데그룹 회장은 향후 면세점 사업 비전과 상생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인 ‘상생 2020’ 선포식에서 최근 일련의 경쟁권 분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영투명성 제고”라며 “롯데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저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집중할 것이고, 오늘은 면세점 사업비전과 상생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인 만큼 롯데 면세점의 향후 계획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짧게 언급했다.
 
◆ 롯데그룹, 신동주 행동 불쾌
 
신 롯데그룹 회장측은 신 전 부회장이 언론사 기자를 데리고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한 뒤 기사가 보도되자, 향후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 제 3자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신 전 부회장의 행동은 롯데그룹의 기업개선 활동을 저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언급하며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신 총괄회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11일 <조선비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선비즈 기자는 지난 8일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찾았다. 이날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민사‧형사 소송을 모두 동시 진행하라고 몇 차례나 강조하면서 “아버지의 재산을 마음대로 했다는 내용도 소송내용에 들어 갔는냐, 이건 횡령 아니냐”고 노기를 드러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진행될 법정다툼에서 변호를 맡을 변호사들을 제대로 선임했는지를 물으며, 철저히 준비하라고 재차 당부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바보가 됐다느니 하면서 재산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이건 대단한 범죄”라며 “자신(신동빈 회장)은 장남이 아니라 장래에 장남이 후계자가 될까봐 이런 일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미 신 회장에 대한 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와 롯데호텔 부산을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롯데쇼핑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법원에 접수했다.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신 총괄 회장도 가처분 신청서 당사자란에 이름을 기재했다.
 
◆ 신동주, 아버지 뜻 받들어...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정면대결을 시사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으로 부터 친필서명 위임장을 받았다고 말했다.ⓒ뉴시스

 
앞서 지난 8일 신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정면대결을 시사했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씨가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발표문을 읽었다. 신 전 부회장은 발표문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은 오래 전부터 장남인 저와 차남인 신동빈의 그룹 내 역할을 나누고, 향후 분쟁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광윤사 및 롯데홀딩스의 지분 소유를 적절히 분배했다”며 “그러나 동생인 신동빈은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의 창업주이자 70년간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를 일방적으로 내쫓는 인륜에도 크게 어긋난 행동”이라며 “이에 총괄회장은 격노하고 또한 매우 상심하여 총괄회장 본인의 즉각적인 원상복귀와 동생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신 총괄회장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신 총괄회장은 저에게 친필서명 위임장을 주시면서 법적조치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했다”며 “아버지의 뜻을 받을어 소송을 포함한 여러 필요한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첫째,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복귀 및 명예회복 둘째, 불법적인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사퇴”라고 덧붙였다.

◆ 호텔롯데 상장, 차질 없나
 
일각에서는 신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반격을 예고하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과 신 총괄회장이 이미 호텔롯데를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차차 투심이 꺾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호텔롯데 IPO(기업공개)는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이다. 최근 주관사단인 KDB대우증권과 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관계자들이 호텔롯데에 머물며 실사 작업을 벌이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업계는 신 총괄회장을 업은 신 전 부회장의 움직임은 향후 호텔롯데 IPO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신 총괄회장은 원래 롯데 계열사 상장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06년 신 회장이 롯데쇼핑 상장을 추진할 당시 신 총괄회장이 ‘왜 회사를 남에게 파느냐’며 따진 일화는 유명하다.
 
이에 만약 일본 법원이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신 총괄회장이 다시 이사회에 복귀할 경우 호텔롯데 상장 관련 투자자 모집에 영향을 주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 판결에 따라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 중 어느 쪽이 이기게 될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은 신 총괄회장의 100%승인을 받은 일”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 왕자의 난 끝났다던 차남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왕자의 난은 끝났나”라고 묻자 신 회장은 “끝났다”라고 답했지만, 형과의 갈등은 고사하고 아버지와의 법정다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지난달 17일 신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롯데가 한국기업이 맞는지를 묻는 질문에 거듭 “맞다”고 강조하며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소비자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는 일을 수습하고자 했다.
 
또한 이날 첫 질의자로 나선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이김 의원이 “왕자의 난은 끝났나”라고 묻자 신 회장은 “끝났다”라고 짧고 단호하게 답했고, “다시 경영권 분쟁 소지가 없나”라고 묻자 “그럴 가능성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이 호텔 롯데 상장 계획에 대해 묻자 신 회장은 “내년 2분기까지 상장할 계획”이라며 “연말까지 순환출자 80% 없애고 상장은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해서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추가로 김 의원은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 반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고 신 회장은 “총괄 회장에게 왜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하는지 설명했고 승인도 받았다”라고 말했다.

또 신 회장의 형인 신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롯데그룹 한-일 분리 경영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 롯데는 같이 경영해야 주주가치를 올릴 수 있다”며 “분리해서 경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분리 경영 가능성을 일축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분명히 형과의 ‘난(亂)’이 끝났다고 잘라 말했지만, 형과의 입장정리는 고사하고 아버지와의 갈등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일 분리 경영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한 일도 뒤집힐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계속해서 양측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형, 아버지와의 법정분쟁이 예고된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차기 후계자와 그 경영방식을 단정 짓기 어렵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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