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확실시…사회 환원 카드 꺼내나

▲ 광복 70주년 특별면으로 풀려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과거 사면 총수들이 사회적으로 속죄하기 위해 걸었던 행보를 걸을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뉴시스
대기업 총수 중 역대 가장 긴 926일의 복역을 마치고 광복 70주년 특별면으로 풀려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행보에 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과거 사면을 받았던 총수들의 행보를 뒤따를지 최태원 회장의 복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새벽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의정부시 의정부교도소를 나와 취재진과 간단한 얘기를 나눈 후 성북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최태원 회장이 풀려난 것은 2년 7개월여 만이다.
 
감색 수트 차림에 안경을 쓰고 왼손에 성경책을 들고 나타난 최태원 회장은 취재진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태원 회장은 경영 현장 복귀에 대해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공백이 길기 때문에 아직 파악이 덜 된 상태”라면서 “시간을 가지고 먼저 상황 파악을 한 뒤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그룹이 호소해 왔던 바에 따라 총수 부재로 인한 대규모 투자의 차질이 최태원 회장의 출소로 해소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최태원 회장은 “현황을 파악하고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겠다”면서 “파악이 덜 됐지만 우리가 잘 해오던 에너지·통신·반도체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두 번째 사면…속죄 행보 카드는?
비록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사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태원 회장이 출소함에 따라 SK그룹으로서는 신규 투자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정부가 공약을 깨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감행했던 첫 기업인 사면의 목적 자체가 경제활성화였던 점도 대규모 투자 확충의 가능성을 높인다.
 
SK그룹은 지난 13일 사면발표 직후 공식입장을 통해 “SK와 전 구성원은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와 국민들께 깊이 감사한다”고 밝히고 “이번 결정이 국민 대통합과 경제활성화라는 취지에서 단행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바람인 국가발전과 경제활성화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며,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개인적으로 두 번째의 사면이기도 하거니와 특히 박근혜 정부의 기업인 특사 불가 방침이 파기되는 1년여 간의 과정에서 정계와 재계는 물론 국민들까지 갑론을박을 벌였던 만큼 사회적으로 상당한 빚을 진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터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최근 반일감정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집안 싸움이 반기업 정서를 한껏 높이고 있는 상황은 이번 사면이 재계의 기대보다 소폭에 그치게 했던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껏 눈총을 받게 된 최태원 회장이 과거 사면 총수들이 사회적으로 속죄하기 위해 걸었던 행보를 걸을지도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몽구 회장, 수 천억원 환원 이행
 
▲ 정몽구 회장의 사재 출연은 자발적 출연이 아닌 형사 재판에 따른 것이었지만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않고 약속한 금액을 대부분 이행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현대차 재단이 여전히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기탁 금액이 매도가능증권이고 전체 가치에 비해 지원금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은 여전히 나온다. 사진 / 시사포커스
과거 10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9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해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200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던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판결 확정 73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시켰다.
 
판결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은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함께 보유한 1조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고, 2심 재판부는 8400억원의 사회공헌 기금을 내라는 사회봉사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2007년부터 정몽구 회장이 2007년 11월 설립했던 현대차 정몽구 재단(구 해비치 재단)에 기탁한 금액은 2007년 600억원, 2008년 300억원, 2009년 600억원, 2011년 5000억원(현대글로비스 주식)이다. 2013년에는 이노션 보유 지분 전량(20%·1000억원 이상 추산)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후 정몽구 재단은 2012년 360명의 대학생에게 17억6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몽구 재단은 인재양성을 위해 소년소녀 가정 자녀, 연평도 피해 가정 자녀, 천안함 순직 가정 자녀, 대학생 학자금 대출 지원 등과 환아질환 치료, 심장질환 치료, 다문화가정 지원 등, 이웃사랑희망나눔, 교육재능기부 지원 등 2012년 총 157억원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결과적으로는 정몽구 회장의 사재 출연은 자발적 출연이 아닌 형사 재판에 따른 것이었지만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않고 약속한 금액을 대부분 이행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현대차 재단이 여전히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기탁 금액이 매도가능증권이고 전체 가치에 비해 지원금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은 여전히 나온다.
 
◆이건희 회장도 약속…최태원 회장도 뒤이을까
2009년 12월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원 포인트 사면’을 통해 복권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삼성특검을 통해 4조원에 달하는 차명재산이 드러나자 대국민 사과를 하고 2조원이 넘는 차명주식을 실명 전환한 뒤 세금과 벌금을 내고 1조원 정도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검 수사 뒤 실명화한 삼성 계열사 주식 총액은 2조10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1조원 규모의 사회 환원 약속은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어서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삼성은 2006년 삼성SDS 지분 인수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지분 인수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8114억원을 사회에 헌납한 바 있다. 2006년 5월까지 삼성은 삼성이건희장학재단기금 4406억원에 2965억원을 새로 출연해 7371억원을 새 장학재단인 ‘삼성꿈장학재단’(구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기금으로 내놓았고 이 회장의 숨진 막내딸 윤영씨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4.25%(743억원어치)의 주식은 행정자치부를 통해 교육부에 기부했다.
 
이번에 광복절 사면에서 탈락한 한화 김승연 회장은 과거 2008년에 사면된 직후 2011년까지 모두 11조원을 투자하고 1만8천명을 채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08년 상반기 1700명을 뽑았던 한화는 하반기 3400명을 뽑고 채용 규모를 해마다 20%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소협력업체가 건강해야 대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며 협력업체들에게 2011년까지 1천억원의 기술개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굴지의 대기업들 총수들이 사면을 받을 경우 대부분 사회 공헌을 위한 카드를 선보이곤 했다. 최태원 회장 역시 과거 국내 주요 총수들이 사면되고 나서 밝힌 계획들을 어느 정도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이 번이 두 번째의 사면이다. 여기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반기업 정서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사회 공헌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작지 않다.
 
가뜩이나 최태원 회장은 옥중에서도 보수 3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사회적 기업 창업자금 등을 조성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발맞추고 그간 지연된 투자들을 집행하기 위해 고용 확대와 대규모 투자 카드는 어느 정도 확실하다고 보고, 여기에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사면 후 사회 환원 카드를 내걸어 왔다는 점에서 최태원 회장도 유사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당분간 변화된 경영 환경과 건강을 챙기며, 투자 계획 및 해외 사업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최태원 회장이 움직임을 본격화할 경우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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