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관·상영 거부 문제 없다”…반발 거세

▲ 공정거래위원회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지난해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3사로부터 대관을 거부당하거나 차별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시네마달

공정거래위원회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3사로부터 대관을 거부당하거나 차별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려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12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참여연대 등 14개 영화·예술·시민사회단체가 <다이빙벨>에 대한 멀티플렉스 3사의 차별행위를 신고한 건에 대해 지난달 31일자로 무혐의 처리를 통보했다.

공정위는 공문에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에 불공정행위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혐의 처리 이유를 밝혔다.

공정위가 무혐의 처리로 결론내린 주요 근거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영화의 정보, 관객 선호도나 경쟁작 현황, 사회적 논란 등 다양한 요소를 기초로 개봉 영화를 선정할 수 있다는 일명 선정의 자유성이다. <다이빙벨>의 흥행성도 담보되지 않은 수준이었고 스케줄 등 정황상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상영 요청을 거절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공문에서 “<다이빙벨>은 예고편 등의 조회수가 높지 않고 배급사 측의 홍보가 미흡했으며 다음 주 스케줄 배정이 종료된 후 영화 배급 요청이 들어와 스크린을 배정하지 않은 것을 부당한 거래 거절이라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공정위는 <다이빙벨>의 흥행성 근거로 제시된 검색 순위 역시 영화 관람으로 이어진다고 인정되기는 어렵고 상영 논란에 대한 언론 보도 등도 검색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상영 금지 요청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상영관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정위는 “관객의 단체 대관 요청 거절은 특정 상영관에서 상영 일정이 확정돼 어렵다고 답하거나 상영작에 대해서만 대관을 진행한다는 원칙에 의거해 대관이 어렵다고 안내한 것”이라며 “직접 상영하지 않는 영상물은 이미지 훼손이나 시스템 호환성 등의 위험이 있어 상영작만 대관하는 이 정책이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 말 공정위가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자사 배급 영화들을 타 배급사 영화에 비해 우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도 <다이빙벨>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며 “공정위가 정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조사하는 시늉만 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규탄했다. ⓒ참여연대

◆“공정위, 왜 <다이빙벨>만 비껴가나”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논란에 이어 멀티플렉스 3사에서도 외면받고 대관 거부까지 당한 <다이빙벨>을 둘러싼 논란이 공정위의 무혐의 처리로 결론나면서 영화단체나 시민사회단체들은 들끓고 있다.

영화·예술·시민사회단체는 “공정위가 정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조사하는 시늉만 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들이 공정위의 무혐의 처리를 비판하는 주요 근거는 지난해 말 공정위가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자사 배급 영화들을 타 배급사 영화에 비해 우대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24일 공정위는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자사나 계열사가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 스크린 수와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몰아줬다며 각각 과징금 32억원과 23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특히 공정위는 이 같은 조치에 앞서 양사가 개선 방안을 전제로 자진 시정 기회를 달라며 신청했던 동의의결마저도 최초로 거부하는 완강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도입된 동의의결제란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이 원상 회복, 소비자 피해 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할 경우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제재를 가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네이버와 다음, SAP코리아가 동의의결을 신청해 승인받은 바 있으며 CJ와 롯데의 동의의결 거부가 최초였다.

영화·예술·시민사회단체들은 이처럼 공정위가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상영관 배정 행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다이빙벨>에 대해서는 자유성을 강조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이들 단체는 검색 순위가 흥행의 절대지표가 될 수는 없지만, 상영관 미배정으로 인해 절대적으로 적은 전국 20개관에서 상영했음에도 한국영화 전체 6위와 18일 만에 3만 관객 돌파라는 성과를 거둔 만큼 충분히 흥행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 등은 또한 공정위가 대관을 요청했던 관객들을 조사한 적도 없으면서 대관 요청을 단순 문의전화로 치부한 근거가 무엇인지 반문했다. 참여연대는 “명백한 것은 단순 문의 전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강하게 대관을 거듭해서 요구했다는 점”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공정위의 귀는 가해자와 피고의 변명에 대해서만 열려 있다”면서 경제 정의를 위해 공정위를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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