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돌풍에도 멀티플렉스 개봉은 ‘0건’…거래상 지위 남용 등 혐의

▲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영화 <다이빙벨> 상영 및 대관 거부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된다. ⓒ뉴시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세월호 참사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않거나 상영을 거부해 온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를 비롯한 영화·예술·시민단체는 “오는 19일 오전 11시 CGV 대학로 지점 앞에서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불공정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된 다이빙벨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안해룡 감독과 세월호 참사를 보도해 온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전국 스크린 수 19개 관으로 시작해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18일만에 관객 수 3만 명을 돌파한 영화 <다이빙벨>은 ‘G시네마’ 상영관(메가박스 안산, 백석, 영통, 평택)을 제외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개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일부 멀티플렉스 극장으로부터는 ‘대관상영’조차 불허 통보를 받았다. ‘G시네마’는 멀티플렉스 극장들과 경기도영상위원회가 다양상 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협약을 맺은 프로그램이라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상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배급사 측에 따르면 ‘대관상영’은 영화관 자체를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극장 차원에서는 전혀 손해될 것이 없다.

앞서 <다이빙벨>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 됐지만 서병수 부산시장의 상영 거부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이후 <다이빙벨>은 지난 달 23일 개봉, 누적 관객 수 3만2602명을 기록하고 있어 다양성 영화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이빙벨> 측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차별 행위가 노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영화·예술·시민사회단체들의 모임이 ‘대형 멀티플렉스의 불공정행위 규탄 및 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밝힌 바에 따르면 “국민들과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고 개봉 이후에도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3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대형 멀티플렉스는 경기도영상위원회와 다양성영화 지원 협약에 따른 4개 스크린 배정을 제외하고는 단 한 곳의 스크린 배정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대관 신청을 거절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며, 확인된 대관취소건만 15회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참여연대 김성진 변호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우선 “기업은 기본적으로 영리를 위해 굴려야 하지 영리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기업을 굴리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주주들은 충분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흥행 가능성이 충분한 영화를 상영하지 않음으로써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다면 주주들에게 경제적인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어 김 변호사는 “제작자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가 됐고 국민들이 보고 느끼는 관람권, 문화 향유권 같은 기본권들이 실질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며 “90%를 차지하는 멀티플렉스가 개봉을 안 하면 실질적으로 관람권이나 문화 향유권을 봉쇄당하는 결과가 된다”며 국민들의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김 변호사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불공정 행위를 꼬집었다. “상영관 배정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이익을 주거나 대관을 거절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의 거래상 지위남용, 거래 조건 차별에 해당하는 불공정 행위”라며 “대형 멀티플렉스가 <다이빙벨>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신속하게 시정하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19일로 예고된 공정위 신고는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 주최 측에서 밝힌 다큐 <다이빙벨> ‘대관상영’을 취소·거부한 멀티플렉스는 울산 CGV, 울산롯데시네마, 익산CGV, CGV 동백, CGV 오리, CGV 죽전, 롯데시네마 구리, 프리머스 목포(2회), CGV 목포(2회), CGV 천안, 롯데시네마 김해, 메가박스 남양주, 롯데시네마 남양주 등이다.

기자회견에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위한시민모임,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인디포럼작가회의, 여성영화인모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 14개 단체가 참여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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