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한 때 4위까지 떨어져…증권가, 반등 가능성 점치기도

▲ 오랜 기간 시총 2위를 지켜오던 현대자동차가 최근 SK하이닉스에 2위를 내준 데 이어 주가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위기론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시가총액 순위에서 한 때 4위까지 밀리며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위기론이 속속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도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우려가 깊어져 가고 있다.

지난 3일 외국계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15만2000원에서 13만3000원으로 2만원 가까이 하향하고, 올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전부 하향 조정했다. 기아차 역시 목표주가를 3만2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임금 상승, 생산성 하락, 그리고 경쟁자들의 시장점유율 상승 등 세 가지 이유로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1일 5월 판매량을 발표한 이후 충격에 가까운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지난달 27일 SK하이닉스에 시가총액 순위 2위를 내준 현대차는 회복은커녕 판매량 발표 이후인 지난 3일에는 장중 한 때 4위인 한국전력에 3위 자리를 내주는 등 굴욕을 맛봤다.

지난 3일 현대차 주가는 13만5500원으로 장을 마감,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비록 다음 날인 4일 3500원(2.58%) 오른 13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2위 SK하이닉스와의 시총 차이는 여전히 4조5000억원에 달하며, 4위 한국전력과는 2조원, 5위 제일모직과는 5조원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 5년 만에 14만원 하회에 충격
특히 지난 2일은 유가증권시장이 충격의 도가니 속에 빠져들었다. 당시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10.36%나 떨어지며 13만 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 때 13만8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현대차 주가가 14만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10년 8월 27일 13만8000원의 종가를 기록한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10%대의 낙폭 역시 2011년 8월 19일 10.98%가 폭락한 이후 처음 기록됐다. 사상 최고가인 26만8500원을 기록한 시기가 2012년 4월임을 감안해보면 불과 3년여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전날 발표된 현대차의 판매량이 현대차에 대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현대차는 국내 5만4990대, 해외 33만4309대 등 전세계 시장에서 총 38만9299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가 줄어든 수치다. 기아차와 합해도 63만1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의 지표로 여겨지는 미국 시장 판매량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의 5월 미국시장 판매는 6만3610대로 전년 동기대비 10.3% 감소했다. 기아차가 전년 동기대비 3.9% 증가한 6만2433대가 팔렸지만 합산 판매량은 전년대비 3.8% 줄어든 12만6043대로 집계됐다.

지난 2일에는 글로벌 시총 순위가 492위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500대 기업 순위에서도 이탈했다. 반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시총이 늘었다. 도요타는 21위에서 18위로 도약했으며 혼다는 190위에서 165위, 닛산은 270위에서 226위로 올라갔다.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가 엔저 여파로 급락하면서 이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40여 개 주가연계증권(ELS)도 원금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엔저·내수부진·환율악화 등 악재 ‘폭탄’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긴장감을 강조하면서도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꾸준히 진행해 온 체질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반기 신차 출시까지 대응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엔저 장기화와 판매실적 부진의 직격탄을 한꺼번에 맞으면서 외국인들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 ‘현대차 쇼크’의 주된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미국에서 8.7%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7.9%까지 떨어졌다.

반면 토요타와 닛산 등 일본업체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2012년 7.8%였던 닛산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 9.3%까지 뛰어올라 현대·기아차를 뛰어넘었다. 지난 2월에는 7년 만에 토요타에 영업이익률을 역전당하기도 했다. 2007년 당시 도요타 영업이익률의 절반 수준에 그쳤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도요타 리콜 위기 등에 따른 반사 효과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연속 도요타보다 높았다.

엔저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환율 자체가 불리한 상황이다. 2년 전과 비교해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21%, 3년 전 대비로는 25% 하락했다. 현대차가 강세를 보이는 브라질과 러시아의 화폐 가치 하락도 뼈아프다. 브라질 헤알화와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2년 새 40% 안팎으로 하락했지만, 신흥국의 경기는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 후 빠른 인력감축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전력을 재정비한 미국업체들의 약진도 위협요인이다. 지난 4월 미국 시장에서 GM(5.9%)과 포드(5.4%) 등 미국업체들의 판매증가율은 산업평균(4.6%)을 웃돌았지만, 현대자동차는 2.9% 늘어나는데 그쳤고, 기아차는 오히려 0.7% 줄었다.

내수 부진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미 현대차의 내수점유율은 수입차의 공세 속에 지난해 12월 40.3%에서 올해 1월 38.1%로 낮아진 뒤 3월까지 40%대를 밑돌았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5월 70.0%에서 6월 68.2%로 하락한 이후 올해 1월에는 65.9%까지 내려앉았다. 현대차의 5월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5월보다 8.2%나 줄었다.

그나마 신형 투싼의 판매 호조 덕에 지난달 현대차는 41.3%, 현대·기아차는 69.4%로 소폭 회복했지만, 지난달 주력 차종인 ‘쏘나타’와 ‘아반떼’에 한 해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감안하면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시장에서 GM과 포드 등 외국의 경쟁사들이 현지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가격을 인하한 것도 현대차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기 보다 더 힘들다”
현재 현대차 내부에서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욱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한 임원은 “최근의 분위기는 ‘포니’를 처음 수출한 1970년대보다 더욱 ‘엄동설한’”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날로 악화되는 경영 환경에 정몽구 회장은 “현재 대외상황은 개별 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지만 우리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신발 끈을 조여 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몽구 회장은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으니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자”고 독려하고 있다. 그간 꾸준히 체질을 개선해 온 만큼 대외여건이 변화되면 다시 반등의 기회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우선적으로 현대·기아차는 2002년 28종에서 40개로 모델이 늘었고, 현지 전략 차종도 10여개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서 유럽 6%, 미국 8%, 중국 10% 점유율을 버티고 있으면 당장 영업이익률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글로벌 종합상황실 근무 인력을 늘려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하면서 대응력을 높일 것도 주문했다. 이처럼 현대차는 시장과 환율 변화에 따라 공장별 생산량을 신축적으로 조절하면서 신흥국 통화나 유로화보다 달러화나 위안화 결제 비율을 늘리고 있다. 

▲ 증권가에서도 최근의 주가 반응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판매부진이 제품 자체의 상품성이나 본원적 경쟁력의 저하로 확대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다. 신형 투싼(사진)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간 배당과 하반기 신차의 효과가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

◆“최근 주가 반응은 과도”…반등 가능성 점치기도
증권가에서도 여전히 현대·기아차의 올해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지만, 최근 주가하락은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엔저 등의 대외 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므로 중간배당 여부, 하반기 신차 효과 등에 따라 충분히 반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 3일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업종은 판매 실적 하향 압박, 원엔 환율 급변, 수급적인 요인 등을 고려해 볼 때 당분간 주가 약세가 불가피 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6월 판매수치 만회여부가 2분기 실적시즌까지 주가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일 HMC투자증권 이명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의 영업환경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주가 반응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이명훈 연구원은 “엔저, 신흥국 경기부진, 환율 약세 등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지만, 이에 대한 급격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환율 부진 역시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고 평했다.

이명훈 연구원은 “최근의 판매부진을 제품 자체의 상품성이나 본원적 경쟁력의 심각한 저하로 확대하는 것 역시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완전 합병 결정이 나면서 정몽구 회장의 숙원인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기도 했다는 점도 체질 개선의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중간배당이 주가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바닥 확인을 위해서는 중간배당 여부와 규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훈 연구원 역시 “주요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은 추가적으로 악화되기보다는 꾸준한 신차투입을 통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2분기 실적 발표 전 현대차의 중간배당 발표 여부나 그 규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역시 과도한 위기의식은 금물이라는 기본적인 입장에 의거해 하반기 반등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투싼 신차효과가 당분간 이어지고 올 하반기에 K5와 아반떼, 스포티지 등 신차가 출시되면 내수와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전사적인 도전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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