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부회장 "순전히 제품의 모호성 때문"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현대카드 이미지. 정 부회장은 지난 1일 최근 붐이 일고 있는 '모바일 전용카드'를 현대카드는 출시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 이미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지난 1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실물카드 없이 모바일 카드만 발급받을 수 있는 '모바일 단독카드' 출시 붐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침을 가했다.

이날 정 부회장은“타사들은 다들 모바일 전용카드를 출시한다는 소식인데 현대카드는 출시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2월경에 실물 없는 모바일카드 아이디어가 나왔고 타사들도 비슷한 생각이 있음을 알았지만 우리는 보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 단독카드가 특화된 혜택이 있지만 용도 폭이 너무 적고 실제 수요보다는 시류에 치우친 느낌"이라며 타 카드사들이 대세에 휩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 4위인 현대카드가 모바일 전용카드마저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 업계는 모바일 전용카드 ‘열풍’

현재 카드업계에서는 모바일 전용카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하나카드는 지난달 21일 카드사 가운데 가장 먼저 모바일 전용 '모비원'을 내놨다. 곧이어 BC카드와 신한카드도 모바일 전용카드를 출시했고, 삼성카드와 국민카드 역시 이달 중 경쟁에 가세할 계획이다.

모바일 전용 카드는 크게 근거리무선통신(NFC)방식과 앱방식으로 나뉜다. 'NFC' 방식은 스마트폰에 카드 정보를 저장해놓고 단말기에 휴대폰을 가져다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접촉만으로도 결제와 적립이 동시에 가능하고, 휴대폰 전원이 꺼져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편의성이 장점이다. 그러나 NFC 전용 단말기가 있는 매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앱 방식은 신용카드 앱을 실행한 후 바코드를 읽어 결제하는 방식이다. 반면 앱을 실행한 후에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NFC보다 결제가 조금 번거로운 단점이 있다. 현재 하나카드와 BC카드는 NFC방식을, 신한, 삼성, 현대, KB국민카드는 앱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 신용카드는 플라스틱 카드에 비해 연회비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기존 플라스틱 카드는 제작 및 배송에 1만5000원 정도가 든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플라스틱 신용카드의 연회비는 1만~2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모바일 신용카드는 제작과 배송이 필요 없기 때문에 연회비가 대폭 낮아져 하나카드 ‘모비원’의 연회비는 3000원, 신한카드는 기본 연회비를 없애고 서비스 연회비만 5000원 정도다. BC카드는 2000원까지 낮췄다. 연회비가 대폭 낮아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연회비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카드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발급비와 배송비 등을 줄일 수 있다.

▲ 현대카드, ‘핀테크’로도 충분?

이 같은 업계의 분위기를 비춰볼 때 현대카드의 결정은 의외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모바일 단독카드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핀테크(Fin-Tech)로 가능한 기능을 굳이 전용카드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결론"이라고 밝혔다.

핀테크는 영어로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인 테크놀러지(Technology)가 합쳐진 신조어다. 핀테크는 쉽게 이야기하면 금융 부문에 IT를 입힌 것이다. 핀테크는 전통적인 금융 기업이 아닌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기업이 결제 과정을 대폭 줄여주고 편리한 금융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결제과정이 사라지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를 더 편리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의 경우 카카오톡 앱 내의 ‘설정’ 항목에서 본인인증과 결제비밀번호, 신용카드 등을 등록하면 이후부터는 단순히 결제비밀번호만 치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소수가맹점에 한정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국내 핀테크의 경우 은행권의 앱카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현대카드, ‘마이웨이’ 성공할까?

현대카드는 현재 대부분 카드사가 뛰어들어 있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수요가 정확하지 않는 분야에서 빅데이터는 잡념을 추가할 뿐이다"며 "굳이 빅데이터를 안 내세워도 정교한 서비스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수년전 대부분 카드업체가 도입한 고객관계관리(CRM) 기법과 빅데이터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정 부회장은 한 네티즌이 페이스북에 “(이번 결정이)핀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결정으로 봐도 되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순전히 제품의 모호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대카드는 전체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업계 4위다. 그러나 연회비 100만원이상 VVIP카드 시장에서는 신한카드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규로 발급되는 VVIP카드 20%가량이 현대카드일 정도임을 감안하면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모바일전용카드가 실익이 적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또 모바일 전용카드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고, 가족카드 추가나 법인카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전체 가맹점 240여만 곳 가운데 이 모바일 전용카드를 받아줄 수 있는 기기가 설치된 곳은 많아야 5만여 곳에 불과하다. 특히 마트나 백화점, 주유소 등 대형 가맹점에서만 이용이 가능해 관련 인프라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정 부회장의 말은 당장 이용 가능한 가맹점과 스마트폰 방식에 따른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대세를 따르기보다 시장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말로 보인다.

현대카드가 타 카드사와 다른 독자 노선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국내 카드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스키장 제휴 할인을 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또 타 카드사와 달리 전통적인 플라스틱 카드에 자기만의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넣는 것에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

그러나 정 부회장은 모바일 전용카드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혼자서 남들의 반대로 갈 때는 항상 불안감과 스릴이 공존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모바일 전용카드 시장 점유율을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분명 그동안의 결정들도 성패 양면이 늘 공존하고 있었다는 말로 풀이 된다. 현대카드의'마이웨이'가 이번에도 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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