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박성용 명예회장 기일 별도 추모…맞물린 소송전도 여러 개

▲ 형제간인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왼쪽)과 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오른쪽)이 형인 고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였던 지난 23일을 전후해 별도로 추모행사를 갖는 등 올해도 양측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뉴시스

금호家를 대표하는 경영인인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형제의 난’ 이후 그룹 경영권과 상표권 소송 등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故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기일에도 서로 마주치지 않으며 여전히 깊은 갈등의 골을 드러냈다.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의 박성용 명예회장의 선영을 찾아 10주기 추모식을 가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 문동준 금호피앤비화학 부사장, 온용현 금호미쓰이화학 부사장 등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대표이사 및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관심을 모았던 박찬구 회장의 박삼구 회장과의 만남은 올해도 성사되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지난 23일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기일을 맞아 경기도 화성에 선영을 찾아 추모식을 가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서재환 사장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현직 임원 70여명이 참석했다.

◆수 년째 별도 추모 이어가
박성용 명예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형이다. 故 박인천 창업주의 장남으로 1996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 지난 2005년 5월 23일 향년 7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31년 태어나 1984년부터 12년간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로서 아시아나항공 설립을 이뤄내는 등 금호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토대를 닦았다.

큰 족적을 남긴 형의 기일이지만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이미 지난 2011년 사이가 틀어진 이후부터 2012년 故 박정구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 함께 참석한 것을 제외하면 각기 따로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 가장 최근에 만난 것은 지난 2013년 9월 박성용 명예회장의 부인 마거릿 클라크 박 씨의 빈소에서였다.

박인천 창업주의 차남 故 박정구 회장의 기일은 물론이고 아버지인 故 박인천 창업주의 기일 역시 마찬가지다. 故 박인천 창업주와 박성용 명예회장의 기일은 형인 박삼구 회장 측에서 챙기고, 차남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기일은 박찬구 회장 측이 관할하고 있다.

아버지인 故 박인천 창업주의 31주기 기일은 내달 15일이지만, 역시 이번처럼 각자 별도의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6월에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3일 간격으로 광주 운암동 죽호학원 선영에서 추모식을 별도로 진행했다. 당시 박삼구 회장이 공동 추모식을 제안했지만 박찬구 회장이 이를 거절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 양측이 수 년간 잇따라 소송전을 벌여온 가운데 지난달에는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가 경영권 분쟁으로 민감하던 시기였던 지난 2012년 보안용역업체 직원에게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빼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진은 청탁을 받은 직원이 일정을 빼내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CCTV화면 캡처

◆박찬구 회장 운전기사 사건도 재판으로
지난 2009년 이후 계열분리 문제와 상표권 사용 문제 등을 놓고 소송전을 펼쳐온 형제간의 반목 양상은 올해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달 29일에는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 김모 씨가 검찰에 구속되면서 다시 한 번 형제간의 갈등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검찰은 김 씨가 박삼구 회장의 회장실과 비서실의 보안을 맡았던 직원 오모 씨에게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빼돌려줄 것을 청탁한 혐의로 김 씨와 오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종로경찰서에 고소하고 수사를 의뢰해 이뤄졌다.

이에 오 씨는 2012년 2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56회에 걸쳐 박삼구 회장의 일정표를 사진으로 촬영하거나 눈으로 확인해 김 씨에게 이를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오 씨는 박삼구 회장의 비서실을 보안 리모컨키로 열고 몰래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고, 오 씨가 받은 대가는 28회에 걸친 85만원 상당의 식사와 술대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씨가 박삼구 회장의 정보를 수십 차례에 걸쳐 빼내려 한 배후에 박찬구 회장 측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집요하게 추궁했지만, 김 씨는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알고 싶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완강히 의혹을 부인했다. 김 씨는 1979년 금호에 입사해 화물차를 몰다 15년 전부터 박찬구 회장의 차를 몰아왔으며 직급은 부장에 오른 상태였다.

업계를 비롯한 검찰 안팎에서는 김 씨가 정보를 빼내려고 청탁한 시기가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민감했던 시기라는 점을 들어 김 씨의 행동이 금호석유화학 측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지만, 당사자가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금호석유화학 측도 박찬구 회장과의 관계를 강력히 부인하며 개인적인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소송전 주고받는 형제, 상표권 소송 촉각
현재 양측은 10여 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판결이 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5일 금호석유화학이 제기한 계열분리 소송에서는 박삼구 회장 측이 승소했다. 이 소송은 박찬구 회장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을 그룹에서 제외시켜달라며 제기한 소송이다.

하지만 법원은 박삼구 회장이 일상적인 경영뿐 아니라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었고, 대법원 역시 박찬구 회장 측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과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숱한 반목에도 법적으로 하나의 대규모 기업집단 안에 속해 있어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기묘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박찬구 회장은 금철의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수사의 배후로 박삼구 회장을 공공연하게 지목해 결국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선임 건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인 금호석유호학 측은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내이사 선임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박삼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박삼구 회장 측은 금호산업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매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금호산업 측은 그룹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금호석유화학을 분리하면서 금호석유화학 측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금호’라는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이 계열사들에게 상표권 사용료를 월 매출액의 0.1%에서 0.2%에서 높이겠다고 통보하자 금호석유화학은 “‘금호’라는 상표는 故 박인천 창업주의 아호인 만큼 형제들이 공유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상표권 운영에 대한 관리만 금호산업에 위탁한 것”이라고 맞섰다. 금호석유화학은 ‘윙 심볼’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용료 대신 금호석유화학과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금호산업 기업어음 100억원 중 58억원을 상환한 것으로 상계 처리해버렸고, 금호석유화학 측은 지난 2013년 반환 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상표권 사용료 미납분 26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재판부 교체 등에 따른 추가 심리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선고가 지연되고 있다. 여러 차례 소송전이 벌어졌지만, 상표권 소송은 ‘금호’라는 브랜드의 적통이 누구인지를 가린다는 점에서 패소하는 측의 자존심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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