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확보 및 지배구조 개편 일거양득

▲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오는 9월 1일자료 합병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들이 제기돼 온 가운데,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그룹의 모태이자 순환출자 구조의 중간고리인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했다.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사회를 열고 오는 9월 1일자로 합병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번 안건은 오는 7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합병 방식은 제일모직이 기준 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 비율 1: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한다.

합병 후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으로 정해졌다.

1963년 설립된 제일모직은 부동산·테마파크·건설·식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으며 지난해 말 상장했다. 삼성물산은 1938년 설립된 삼성그룹의 모태이자,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돼 해외 영업을 주도해왔고, 1995년 삼성건설과의 합병 이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분으로 나뉘어 글로벌 사업을 영위해 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경쟁력 확보 차원”
양사는 이번 합병의 이유로 경쟁력 확보를 들었다.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선언했고,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하여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병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별도로 운영해 온 건설 부문을 통합해 건설사업 경쟁력 제고 및 운영 시너지를 창출하고 상사 부문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식음 사업의 해외진출을 가속화 하고 새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사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의 핵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 이날 합병을 결의한 양사는 일제히 해외 영업, 건설 분야 시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합병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설득력을 얻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설은 연초부터 증권가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방안으로 제기돼 온 바 있다.

지난 1월 6일 교보증권 백광제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다음 순서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후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주를 이뤘지만, 연초를 기점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 제일모직을 통해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7%에 불과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1%를 거머쥘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현재 ‘이재용→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에서 ‘이재용→제일모직→삼성전자’로 연결고리가 단순화돼 순환출자 구조의 단순화라는 효과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던 삼성물산의 분할 여부는 아직까지는 분할 없이 합병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모양새다. 기존에는 건설 부문을 이재용 부회장이 품고 상사 부문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교통정리될 것이 예상돼 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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