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윈, 자본·기술력 우려에 “수주하면 공장 가동 체제로 운영”

▲ 현대로템이 서울지하철 2호선 200량 납품 업체에 중소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로윈이 선정된 것을 두고 “완성차 납품 실적이 전무한 곳” 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현대로템의 경우 지난해 초 해외 납품한 전동차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생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 적 있다.ⓒ뉴시스

국내 철도차량의 ‘현대로템 독점 체제’가 깨졌다. 이에 서울메트로를 향한 업체선정 공정성 논란부터 현대로템을 제치고 ‘다윗’으로 떠오른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에 대한 궁금증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중소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로윈을 두고 “완성차 납품 실적이 전무한 곳” 이라고 지적하며 서울메트로의 결정에 반발했다. 하지만 현대로템의 경우 지난해 초 해외에 납품한 전동차 등에서 잇따라 결함이 발생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이에 현대로템이 서울메트로가 기존의 ‘입찰=현대로템’이라는 공식을 깨고 새로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할 만큼 떳떳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3월20일 서울메트로가 서울지하철 2호선 전동차 200량 구매 입찰의 최종 낙찰자로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히자, 현대로템은 3월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로윈의 경우 완성차를 만들어보지도 않은 업체”라며 입찰 후속 절차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서울메트로-로윈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은 현대로템이 제기한 ‘계약체결 등 후속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로윈과 현대로템 간 공방의 요체는 로윈 측 실적 인정 여부였다. 당초 현대로템은 “로윈은 전동차 제작 실적이 전무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가처분 신청 기각 사유로 “로윈의 경우 7호선에서 사용되는 VVVF전동차 완성품을 제작한 뒤 납품한 바 있다”면서 “이는 이 사건 입찰에서 정한 계약 목적물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물품을 제작‧납품한 실적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 서울메트로가 로윈이 공급실적에서 써낸 5개 부품에 대한 개별계약을 완성차 계약으로 인정했다는 점과, 업체선정과정에서 ‘방문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두고 로윈 밀어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 / 홍금표 기자

◆ 서울메트로, 로윈 밀어주기 논란

로윈이 주장하는 ‘실적’이란 2010년 5월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7호선을 발주할 당시 부품을 5개로 분리한 뒤 발주한 것을 일컫는다. 즉 엄밀히 말해 로윈은 완성차 형태로 제품을 납품해본 적은 없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로윈은 전동차 제작 실적이 전혀 없는 곳으로 로윈 컨소시엄이 제출한 실적은 5개 부품에 대한 개별계약의 공급실적 증명”이라고 지적했다.

로윈이 서울메트로에 제출한 실적증명서를 살펴보면, 7호선 연장선 신규 전동차 공급 당시 차체와 대차, 인버터, 제동, 컴퓨터 장치 등 5개 부품을 납품한 내역을 1건으로 묶어 일괄 계약으로 처리해 표시했다. 그러면서 로윈은 7호선 전동차를 완성형으로 자체 제작했다고 주장했고, 서울메트로는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메트로는 로윈의 이 같은 5건→1건 일괄처리를 인정했지만, 과거 코레일은 다른 결정을 내렸다. 로윈은 2011년 11월 코레일이 1호선(50량), 분당선(18량), 수인선(24량) 등 총 전동차 92량에 대한 물량을 받기 위해 진행한 입찰에서도 7호선 전동차를 주요 실적으로 꼽았다. 그러나 당시 코레일은 로윈이 물품 납품 실적증명서에 기재한 품명이 실제 계약건과 다르다며 로윈의 실적을 완성차 계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메트로가 과거 코레일이 인정해주지 않았던 로윈의 실적을 인정해준 것에 대해 ‘로윈 밀어주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서울메트로는 입찰 과정 중 1차 사전규격에서 제시했던 ‘방문조사’ 항목을 2차에서 삭제해 의심을 샀다. 지난해 12월24일 1차 사전규격 공개 당시 서울메트로는 ‘평가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 시 업체의 제작공장 방문조사 등을 포함’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2월3일 2차 사전규격 공개에서는 해당 항목을 뺐다.

차량 구입비만 하더라도 1143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의 입찰에서, 공장 실사도 하지 않고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부분은 서울메트로가 로윈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실제 직원 수 30명 내외에 3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던 로윈으로써는 방문조사 항목이 빠진 것이 큰 힘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로윈은 지난해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으며, 경북 김천에 소재지를 둔 생상공장은 가동되지 않고 있어 이번에 발주 받은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일었다.ⓒ로윈

◆ 로윈, 3년째 자본잠식…발주물량 감당할 수 있나

로윈의 경영상태 역시 이번 심사에서 걸림돌이 됐을 가능성이 높았던 부분으로 지목된다. 로윈은 2012년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이후 3년 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이 부분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통해 이자를 댈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로윈의 이자보상배율은 자본잠식 직전인 2011년부터 이미 마이너스 상태였다. 영업실적으로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사내유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상각 전 영엽이익의 경우 2012년 -147억원에서 2013년 -100억원, 2014년 -47억원으로 집계돼 차츰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적자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 로윈은 지난해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회생절차를 밟고 있으며, 경북 김천에 소재지를 둔 생상공장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현대로템 독점체제 완화를 위해 그간의 실적 평가 조건이었던 ‘완제품 제작 납품 실적’을  ‘유사 물품 납부 실적’으로 확장하면서 다양한 업체에 참여기회가 부여됐다는 데에는 의의가 있지만,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로윈이 발주 받은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로템, 독주체제 위해 방해공작도?

로윈이 서울지하철 2호선 200량 납품업체로 선정된 것을 두고 한국철도차량공업협회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지난 3월27일 한국철도차량공업협회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메트로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입찰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철도 부품사 임직원 100여명은 이날 집회에 참석해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에 대한 다시 검증할 것을 요구했다.

협회는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가장 저렴하게 써냈던)입찰 가격을 맞추려고 주요 부품들은 중국 업체들로부터 공급받을 것”이라면서 “국내 철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업체의 입찰 참여는 제한했는데, 중국산 부품이 사용될 경우 국내 업체들이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 측은 한국철도차량공업협회의 회장직을 현대로템 대표가 꾸준히 맡아왔던 점을 지적하면서, 협회 측 움직임에 현대로템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품 공급업체 명단에 오른 회사는 모두 국내업체인데, 중국산 부품을 쓸 것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하철 7호선 관련 부품 납품 때에도 현대로템 측 방해 공작이 심했다”면서 “눈치를 보는 업체가 많아서 부품 공급 지연으로 100억원 가까이 손실을 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차 업계 전체의 상황이 좋지 않다. 중소기업이 늘 공장을 풀가동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수주를 하면 공장을 가동시키는 체제로 운영해왔다”고 설명해 현재 공장이 잠정 중단 상태에 있더라도 향후 발주 물량을 소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 현대로템, 잇단 완성차 결함사태 어쩌고?

현대로템은 로윈 측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문제 삼아 이번 발주업체 선정에 반발하고 있지만, 지난해 초 현대로템이 해외에 납품했던 완성차에서 여러 차례 결함이 발생해 현지 언론의 비난여론이 거셌던 점을 감안하면, 현대로템의 반발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현대로템이 지난 2008년 미국 메사추세츠 교통국에서 2000억원 규모의 통근형 열차 75량 수주 받았지만, 예정일 보다 2년 반이나 늦게 열차를 납품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열차의 출입문과 냉방장치, 브레이크 시스템을 포함하는 기계 및 엔진부분의 결함과 소프트웨어 문제도 발생해 전면 보수를 받게 됐다고 보스턴글로브는 보도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기존 신호시스템과 호환이 되지 않아 보스턴 남부 일부 노선에서는 아예 사용할 수 없었다고도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미국 운송노조 연합 톰 머레이 보스턴 지회장은 “40년 동안의 철도업계 경험이 있지만, 이 같은 문제는 처음”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현대로템 관계자는 “보스턴에 납품된 통근열차는 결함이 아닌 현지 운용상의 문제로 알고 있고, 현재 조치 완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도 현대로템 제품이 결함 논란에 휩싸이면서, 현대로템의 기술력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여론이 생겨났다. 현대로템은 우크라이나 철도청과 2010년 12월 중고속 전동차 90량을 수주 받는 총 3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뒤 2012년 납품했다. 그러나 납품 후 약 15일간 진행된 시범운전 중 현대로템 고속철 10편에서는 총 20회 고장이 발생했고, 2013년 말과 지난해 초에도 정차 소동이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철도청은 지난해 2월 결국 정밀점검을 위해 현대로템이 납품한 90량 전체의 영업운행을 중단시켰다.

당시 현대로템 측은 “우크라이나 측이 선로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탓”이라며 “160㎞/h로 주행할 수 있는 표준선로 조건에 맞춰 설계를 했지만, 현지 선로가 표준선로 조건에 미치지 못해 설계 당시 설정한 피로한도 횟수를 초과해 응력발생으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치가 완료됐다”라고 해명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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