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재편보다 내실 다지기 나설 듯

▲ 철도·방위사업체 현대로템이 희망퇴직은 물론 사업재편까지 포함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로템
극심한 수주 부진으로 사업 부진의 늪에 빠진 철도·방위사업체 현대로템이 희망퇴직은 물론 사업재편까지 포함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현대로템에서 12년 만의 희망퇴직 접수가 시행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퇴직자는 법정 퇴직금과 6~12개월에 달하는 퇴직 위로금, 기타 지급금 등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차 희망퇴직은 지난 1차 희망퇴직과 대상이 동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2차 희망퇴직은 1차 희망퇴직 신청자가 예상보다 적어 한 차례 더 접수를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대로템 측은 이에 대해 이미 예정됐던 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로템, 2년 새 천당과 지옥 오가
불과 2013년만 해도 현대로템이 현재처럼 급속한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현대로템은 2년여 만에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다. 이에 비단 희망퇴직뿐 아니라 현대로템은 조직 통폐합과 임직원 임금 삭감, 사업 구조 재편 등 다방면에 걸쳐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철도 차량 제작업체인 현대로템은 지난 1999년 현대모비스·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의 철도차량 사업 빅딜로 탄생, 2001년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됐다. 현대로템은 이후 모그룹의 후방 지원, 국내에서의 독점적인 지위, 활발한 해외 진출 등으로 지하철 차량이나 고속철 차량은 물론 국산 전차인 K2전차도 납품하는 철도·방산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 2013년 상장한 현대로템은 사상 최대인 126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 해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부터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와 정부 지원을 업은 선진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해외 수주가 급감, 2014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기 불안정 속에 발생한 브라질 통화가치 하락도 실적 악화에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로템이 브라질 상파울로 철도공사에서 입은 손실만도 17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2013년 1조4000억원에 달했던 해외 수주 규모는 2014년 6000억원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1조원을 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4년 영업이익이 66억원으로 뚝 떨어진 데에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19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불과 2년 만에 1000억원을 넘던 당기순이익은 순식간에 지난해 3000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변했다.
 
◆플랜트 사업, 정리보다 내실 다지기 나설 듯
이에 아직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 주도로 경영구조 개선 컨설팅이 진행중이지만 컨설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현대로템의 구조조정 윤곽도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그룹 내·외부 매각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골칫덩이’ 플랜트 사업은 결국 현실적 어려움 탓에 신규 수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트 사업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누적 적자액이 400억원을 넘겼다. 잦은 설계 변경 등으로 원가가 급증, 만성적인 적자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이에 안팎에서는 플랜트 사업을 외부로 매각하거나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등 그룹 차원에서 타 계열사에 넘기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매각 방안은 인수 매력도가 떨어지고 그룹 내 이전 방안도 우회지원 이슈 등에 발목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속에 결국 현대로템은 신규 수주 등 내부 역량 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GM·포드·르노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설비 수주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올해까지 GM 북미지역 공장에서 발주되는 3000억원 상당의 프레스 물량 우선 공급권을 확보하는 등 기술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 현대로템은 내실 경영으로 빠르게 흑자를 되찾는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당분간 개선이 힘들다는 시각과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으로 나뉜다. ⓒ뉴시스
◆전 사업부 역량 강화에 초점
주력사업인 철도 부문은 실적 쇼크의 주 원인이었던 해외 손실 및 수주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실을 다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우선 손실의 진앙지였던 해외보다 국내의 노후 차량 교체 수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발주가 임박한 경전선·서해선·중부내륙선·중앙선 등에 투입될 고속철 수주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현대로템은 브라질 현지 공장이 오는 3월 가동에 들어가면 이를 바탕으로 브라질과 중남미 인근 국가로의 진출도 타진한다. 특히 환율 리스크로 현대로템을 괴롭혔던 브라질보다는 주변국으로의 수출을 적극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방위사업 역시 전차와 장갑차 등 주력 분야 위주로 육성해나간다. K2 전차 1차 양산을 기본으로 2차 양산과 3차 양산 계약 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올해부터 양산되는 차륜형 장갑차의 계열형 차량 수주 확대로 20205년까지 기본형과 대공포, 지휘소 차량 등 2조원 규모의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각 사업부문별 중점추진과제 수행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빠른 시간안에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자산매각과 조직슬림화, 임금삭감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흑자를 되찾는다는 목표다.
 
◆시장 전망은 부정 vs 긍정 엇갈려
하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당분간 개선이 힘들다는 시각과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으로 나뉜다.
 
세계 철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 속에 양대 철도차량 제작사인 CNR과 CSR을 중국중차(CRRC)로 합병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해외 입찰에서 중국 철도업체가 제시하는 가격은 현대로템보다 10~20%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공공부문의 최저가 입찰제 탓에 외국 업체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기 일쑤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1월 창원공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인건비 수준으로 중국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한데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막강한 경쟁국에 비해 부족해 정부 차원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3대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현대로템의 대규모 손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재무안정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렸다. 중단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도 덧붙여졌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대체적으로 “추가 손실이 제한적이고 신규 수주 동력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실적 개선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증권은 올해 현대로템의 확정된 철도 부문 수주액만 1조원이 넘고 총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플랜트 부문도 계열사 물량만 40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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