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제안글에 “말 많은 주차장 없앨 것”…조양호 회장 작성?

▲ 땅콩회항 파문을 겪은 조양회 회장이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대한항공 소통광장 게시판에서 직원 불만글에 으름장을 놓은 댓글 작성자가 조양호 회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가 ‘땅콩회항’ 사태로 온 국민의 큰 질타를 받은 가운데, 조양호 회장이 직원들과 소통을 하겠다며 만든 대한항공 익명 게시판에서 직원의 불만에 으름장을 놓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 <MBN>은 지난 10일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 ‘소통광장’에서 직원 전용 주차장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게시글에 조양호 회장이 직접 “말 많은 주차장을 없애겠다”며 으름장을 놨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한 직원, 익명 게시판에 주차장 관련 제안
문제가 된 주차장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가 위치한 OC(Operation Centre)빌딩 주차장이다. 게시글을 작성한 직원은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매달 1만8000원의 비용을 내고 OC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는데, 오히려 본사 외의 직원은 공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글을 게시했다.

게시글은 ‘제안’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으며 “아래 먼저 다른 분께서도 지적하셨다시피”라는 말로 시작해 다른 직원들도 이와 관련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어 작성자는 “개선책이 주차증을 석 달 치로 신청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개선과 동떨어진 사안”이라고 지적한 뒤 두어 가지 제안을 내놨다.

작성자는 우선적으로 “OC 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비용으로 ICN, 전산센터 등에 주차하는 사람들을 왜 보조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 작성자는 “(ICN·전산세터 주차자들에 대한) 보조가 필요하다면 회사 직원들 주머니에서가 아니라, 회사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왜 OC 주차장에서 나오는 비용을 OC 주차장에 사용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작성자는 “OC 주차장에는 CCTV 숫자도 부족해 접촉 사고나 긁힘이 발생해도 알 수가 없다”며 “저도 긁어 봤지만 양심상 보상한 것 뿐이지 그냥 넘어갔어도 몰랐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이 작성자는 “가끔 차를 가지고 오는 경우에는 ID만 보여주고도 주차가 가능한 데, 주차권을 산 사람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주차하고 누구는 공짜로 주차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즉, OC 주차장의 주차증을 산 돈이 OC 주차장에 쓰이지도 않는데 직원 외의 주차자들과의 형평성도 크게 어긋나고 있다는 불만이다.

◆게시글에 동조·반박…소통 되나 했더니
이 게시글에는 많은 댓글들이 달리며 토론의 장이 열렸다.

게시글에 동조하는 한 직원은 “보조를 회사에서 안해주고 직원들 돌려 막기로 사용하는 것은 정말 이상하다”는 댓글을 달았고, 다른 직원도 “그럼 1만8000원을 내되 직원 전용 주차장 시설 확충에 돈을 쓰면 될 것 같다”고 동조했다.

반면 한 달 1만8000원은 충분히 저렴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직원은 “제 친구들은 서울 중심지긴 하지만 주차비가 한 달에 보통 20~30만원이라면서 주차비가 한 달에 1만8000원이라고 하면 농담하지 말라고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직원은 “많은 회사가 출퇴근 또는 업무를 위한 교통비 지원은 있지만, 자가용 출퇴근을 권장하는 주차비 지원은 거의 없다”며 “자가용 출퇴근하는 모든 직원들이 무료주차 또는 주차비 100% 보조를 받을 수 있으면 무지 좋겠지만 무리가 있는 요구”라며 반박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다른 회사에서도 주차창 비용은 지불하고 있으며 월 1만8000원은 저렴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에 동조했고, 다른 직원은 “항상 받는 사람은 적게 느껴지고 주는 분은 많다 여기는 게 사람 사는 이치”라며 중간 입장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 해당 보도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면서 누리꾼들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대한항공 측은 익명 게시판 특성상 누구도 작성자를 알 수 없다며 사실 무근의 주장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말 많은 주차장 없애겠다”…조양호 회장이 달았다?
그런데 이 게시글에 달린 한 댓글이 문제가 됐다.

게시글이 올라온 다음 날인 지난 11일 “회사가 주차장을 제공할 의무가 없으며, 말이 많은 OC 주차장은 없앨 계획입니다. 걱정 마세요”라는 댓글이 달린 것. 바로 아래 한 직원이 “주차장을 없애 화근을 제거하겠다는 댓글은 격한 조크로 모두가 생각하고 있다”며 논란을 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직원이 “격한 조크라......”면서 동조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MBN>이 이 댓글의 작성자가 조양호 회장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당초 이 게시판은 지난해 12월 ‘땅콩회항’ 사태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불통이 강한 비판을 받자 조양호 회장이 직접 신년사 등을 통해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만든 익명 게시판이다. 조양호 회장은 시무식, 땅콩회항 재판 1심 증인 출석 자리 등에서 여러 차례 불찰을 반성하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27일 대한항공은 지난달 중순부터 사내 소통을 위해 ‘소통광장’이라는 이름의 익명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이라면 누구나 회원가입 후 로그인해 회사에 대한 의견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복지나 근무여건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이 하루 10건 안팎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게시물도 같은 맥락에서 작성된 건의글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이 ‘소통’을 외치며 만든 게시판에 한 달여가 갓 지났을 뿐인 시점에서 이번 논란이 발생하면서 대한항공으로서는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난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기사 내용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퍼져나가면서 많은 누리꾼들은 대체적으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누리꾼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다른 누리꾼은 “주면 주는대로 군말없이 쓰라는 갑질”이라고 평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 달에 18만원도 아니고 1만8000원인데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것 아니냐”며 사내 게시판과 유사하게 게시글 작성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땅콩회항’ 파문을 겪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던 조양호 회장이 제기된 불만에 아예 근본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 같은 비판이 논점을 비켜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완전한 익명 시스템…보도 근거 없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논란을 완강히 부인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1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익명 게시판인 만큼 누가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MBN>이 해당 댓글 작성자가 조양호 회장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이며 누구도 그 부분을 밝힐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댓글 내용처럼 주차장을 없앤다는 계획도 전혀 잡혀 있지 않다”면서도 “사실 무근의 보도기 때문에 일체 대응(항의, 공식입장 표명 등)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주차장 운영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그 부분은 확인이 더 필요하지만 따로 외부에 밝히기는 조금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소통을 위한 게시판의 운영 실태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어떤 성과물을 내기 위해서 만든 게시판은 아니지만, 임직원들과 직원들이 함께 의견을 교환하는 ‘장’으로서 만들어졌고 소통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 예로 지난 주 있었던 진급 발표에 대해서도 이전부터 직원들이 관련 정보를 궁금해하는 글을 많이 올리자 보안이 걸린 문제임에도 담당 부서에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소통이 잘 되고 있다면서도 “오너 일가 및 경영진들이 얼마나 해당 게시판을 이용하고 있는지는 공식 절차가 아닌 자율에 달린 문제인 만큼 파악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꾸준히 지적받고 있는 대한항공 내부의 ‘불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익명 게시판 외에도 다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로써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소통 강화를 위한 다른 방안들도 현재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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