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 중심 ‘반기문 대망론’ 추진 움직임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신과 반기분 UN 사무총장의 친분관계를 의식해 자원외교 수사에서 타깃을 삼았다고 주장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자원외교 수사의 첫 타깃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수사 배경에 대해 반기문 UN 사무총장과의 친분 관계라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망론’이 확산된 바 있어 일각에서는 이를 이완구 총리가 못마땅하게 생각해 성 전 회장을 수사의 타깃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성완종 “이완구 發 수사,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친분 때문”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신이 반기문 UN 사무총장과의 친분 때문에 이완구 국무총리가 수사 타깃을 삼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이 총리가 자원외교 비리를 명분으로 죄가 없는 자신을 모함했다는 주장이다.

16일 경향신문의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자신과 경남기업이 자원외교 비리 수사의 표적이 된 배경에 대해 반기문 UN 사무총장과의 친분 때문으로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사정 대상 1호인 이완구가 엉뚱한 사람을 사정하고 있다“면서 ”이 총리가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의식해서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반 총장과 가까운 것도, 동생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우리 (충청)포럼 멤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요인이 제일 큰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대통령한테 밉보일 것도 없고 대통령도 나를 나쁘게 생각 안 할 것”이라며 “(이 총리는) 내가 정치적으로 크는 게 배 아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청와대와 총리실의 합작품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그는 “포스코는 비자금만 (수사)하고 있지만 우리(경남기업)는 자원(비리 수사)하다 없으니까 가족관계, 압력, 분식, 비자금 등 다 한다”며 “솔직히 말해 청와대와 이완구가 짝짜꿍해서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나는 워크아웃 당해서 죽도록 고생만 하고 풍비박산만 났다. 검찰에서 나보고 딜하라고 하는데 뭐 내가 줄 게 있나”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성 전 회장은 “이번 수사에서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자원외교 비리 수사도 나오는게 없으면 그만둬야지. 마누라, 아들, 엄한 사람들까지 다 뒤집어서 가지치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검사의 수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또 “저희 마누라가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처제에게 18억원을 줬다고 얘기하는데 그 부분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서민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나라 재벌들이 자회사 만들어 놓는 건 현실 아닌가. 나는 땅 한 평, 아파트 한 채 사본 일 없이 살았는데 모함을 받으니까 살고 싶지 않다”고 자살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총리에 대해선 “너무 욕심이 많아 남들을 이용해 나쁘게 많이 한다”며 “나는 성심성의껏 했다. 그 양반 공천해야 한다고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한테 말도 많이 하고 거들었다. 인간적인 관계에서 3000만원도 줬다”고 폭로했다.

성 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내가) 조그만 기업인도 아니고 정치인인데, 대통령 재가 없이 수사할 수 있나”라며 “내가 참여해서 정권 창출한 것은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하나 희생양이 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깨끗한 정부가 돼야 하는데”라며 “박 대통령한테 너무 실망했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앞으로 계속 나오지 않겠나. 대통령이나 청와대도 이러면 안 된다”고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충청포럼, ‘반기문 대망론’ 진원지

▲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운영하는 충청포럼의 핵심 창립 멤버로 알려졌으며 이를 통해 친분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UN본부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다시 정치권 중심으로 옮겨오고 있는 모양새다. 반 사무총장 고향은 충북 음성이고, 성 전 회장 고향은 충남 서산이다.

성 전 회장은 2000년 충청 출신 정·관계 인사들과 충청포럼을 창립했으며 반 사무총장도 핵심 창립 멤버로 알려졌다.

반 사무총장은 한국에 방문하면서 충청포럼 행사에 참석하는 등 성 전 회장과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또한 반 사무총장의 동생이 현재 경남기업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충청포럼’은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15여년 동안 성 전 회장의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이 포럼에는 충청도 출신인 여야 의원과 정관계, 언론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으며 현 회원수는 3500여 명에 달한다.

대권주자였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표적인 충청포럼 회원이다. 새누리당 홍문표, 이명수 의원과 고흥길 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 등도 충청포럼에 가입돼 있다. 야당에선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과 권선택 대전 광역시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성 전 회장의 충청포럼은 충청지역 주요 인사들의 네트워크이자 성 전 회장의 거대한 인맥 관리 창구다. 특히 충청권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만든 포럼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성 전 회장과 반 사무총장은 충청포럼을 통해 자주 친분을 쌓았으며 충청포럼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망론’을 추진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지난해 11월 “반 사무총장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반 사무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성 전 회장과 반 사무총장과의 관계에 대해 “성 전 회장이 옛날부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관심이 있었다”며 성 전 회장과 나눈 대화의 내용도 자신에 대한 구명 요청이 아니라 충청도 출신으로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을 도와달라는 차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성 전 회장은 충청도 출신이면서 관계가 깊은 반기문 사무총장을 대권 주자로 실제로 추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후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각종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반 사무총장은 20~30%의 지지율을 보이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 사무총장은 국내 정치보다는 UN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 대망론에 대해 거듭 부인했다.

반면 앞서 이 총리는 “충청포럼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 총리가 대권으로 나아갈 경우, 강력한 영향을 행사하는 ‘충청포럼’을 견제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 총리는 16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의 관계 때문에 수사를 받았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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