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용·이서현 삼성그룹 일가 연봉 미공개

▲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의 지난해 연봉이 오너 경영인을 제외한 전문 경영인 중 1위를 차지했다. 신 사장의 2014년도 연봉은 145억7200만원으로 전년도 보수의 두 배를 넘었다.ⓒ뉴시스

금융감독원이 대기업 임원들에 연봉 공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반기업 정서를 조장한다는 주장과 더 자세하게 내역을 공개해야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은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기업들이 지난달 31일 이었던 ‘2014년 상장사 등기이사 개인별 보수 제출 시한’에 따라 5억원 이상을 받는 고액연봉자 명단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의 지난해 연봉이 오너 경영인을 제외한 전문 경영인 중 가장 높았다.

신 사장의 2014년도 연봉은 145억7200만원으로 전년도 보수 62억1300만원의 두 배를 넘었다. 이건희 회장의 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같은 기간 26억1500만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 국내 기업 등기임원 전체 중 지난해 가장 높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215억7000만원)이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 정몽구 회장 연봉 1위

한편, 국내 기업 등기임원 전체 중 지난해 가장 높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었다. 현대차로부터 57억2000만원, 현대모비스로부터 42억9000만원, 현대제철로부터 115억6000만원을 받아 총 215억7000만원을 받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작년 현대제철 등기이사에서 사임하면서 퇴직금으로 94억91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아 전체 수령액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 회장이 2013년도에 현대제철에서 42억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지급받은 액수(115억6000만원)는 2.8배가 늘어난 수준이었다.

정 회장에 이어 김승연 한화 회장이 연봉 순위 2위를 차지했다. 김 회장은 (주)한화에서 76억9500만원, 한화케미칼에서 46억3200만원, 한화갤러리아에서 32억3800만원, 한화건설에서 23억3200만원을 받아 총 178억9700만원을 받았다.

한화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서 (주)한화 등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는데, 이때 받은 퇴직금 143억8000만원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의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는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44억2300만원을 받았고, 구 회장의 동생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3억7400만원을 받았다. 구 부회장의 보수는 LG디스플레이 전문경영인 한상법 사장이 14억800만원을 지급받은 것보다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LG전자의 사업 부진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상장 주식 부호 2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전년(19억원) 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44억3500만원을 받았다.

◆ 삼성전자 전문경영인, 연봉 순위 싹쓸이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에 이어 연봉 서열 3위에 올랐다. 전문 경영인 중에서는 1위다.

신 사장이 지난해 받은 연봉은 전년도 보수의 두 배 이상인 145억7200만원이었다. 급여 17억2800만원에 상여금 37억3200만원, 특별보너스에 해당하는 기타근로소득 91억1300만원이 합쳐진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특별 상여금격인 기타근로소득이 파격적인 수준으로 책정된 것과 관련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제품 개발 등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에 따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전문경영인 부문에서 삼성전자 경영자들은 연봉 순위 1~4위를 휩쓸었다.

신 사장에 이어 권오현 DS(부품 부문) 삼성전자 부회장이 93억8800만원을 받아 2위를 차지했고,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 삼성전자 사장이 54억9500만원으로 3위,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 책임자가 38억6400만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아 연봉이 공개되지 않았다.ⓒ뉴시스

◆ 삼성그룹 오너일가, 연봉 미공개

다만 삼성그룹 오너일가인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아 연봉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 등기이사로 등록돼있어 지난해 26억1500만원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더불어 2013년도 연봉 순위 1위를 기록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301억원)을 포함해 담철곤 오리온 회장(53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47억원) 등도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해 지난해 연봉이 공개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임원 보수 공개의 의미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월 임원 보수 공개 대상에 미등기 임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미등기 임원이라도 보수 총액 기준 상위 5명에 해당하면 개인별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벌 총수가 보수 공개를 이유로 등기임원에서 사퇴해 책임 경영을 회피하는 문제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마녀사냥” vs “더 자세히 공개해야”

경영인들의 연봉공개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반 기업 정서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연봉공개는 반기업 정서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며 “안 그래도 기업인과 부자에 대한 반감이 만연해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역효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주총에서 임원 보수 공개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국민에게 누가 보수를 많이 받는지 보라는 식으로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일종의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지난 2월 연봉 공시서식을 개정하면서 임원들의 보수 금액 뿐 만 아니라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경우 보수 산정기준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한 점에 불만을 드러내는 상장사도 있었다. 이들은 연봉 산정 근거를 공개하면 개별기업의 인사정책이 경쟁회사에 노출돼 경영 판단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액 임원 보수 공개 내역을 더 자세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임원 보수 공시에 담겨야 할 내용 보고서’에서 “지난해 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됨에 따라 (수익률이)적자임에도 고액을 받은 재벌 총수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었다”면서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된 측면도 있으나, 이것이 과연 잘못된 현상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재벌총수들의 고액 연봉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고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연봉이 너무 과도했고, 연봉의 산출근거는 부족했다. 재벌총수의 고액 연봉 논란은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주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자세하게 고액 임원의 연봉 산출 과정을 공개하고 미등기 고액 임원도 보수 공개를 하도록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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