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배당금 잔치 논란’에 ‘비자금 논란’까지

 

▲ 구조조정을 위해 힘을 쏟을 시기에, 김준기 회장 일가의 배당금 잔치 논란과 비자금 논란 등, 오너 리스크가 터져 갈 길 바쁜 동부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뉴시스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고강도 그룹 재편을 실시하고 있는 동부그룹이 좀처럼 구조조정의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져 동부팜청과를 매각했고, 매각을 추진 중인 동부하이텍의 매각 작업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부그룹이 정상화를 위해 갈 길이 바쁜 상황. 그러나 배당금 잔치 논란과 비자금 조성 논란 등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동부그룹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25일 동부그룹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동부CNI는 종합 농업 사업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동부팜한농은 이날 농산물 도매유통을 하는 자회사 동부팜청과 지분을 540억원에 칸서스PE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동부팜한농은 칸서스PE에 동부팜청과를 매각한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동부팜청과 지분 100%인 540억원이다. 동부팜청과는 농산물을 수집·집하해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회사로 지난해 농산물 취급 거래액은 5800억원, 매출액은 350억원이다. 대주주는 동부팜한농으로 65%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김준기 회장 일가가 갖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팜청과의 매각 대금은 동부팜한농의 재무구조개선 등에 쓰일 전망”이라며 “동부팜한농의 매각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동부팜한농의 FI에서 계열분리를 제안해 이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동부팜청과는 2013년 12월 동부와 산업은행이 체결한 ‘사전적 구조조정 약정’에 포함되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부가 동부팜청과를 매각하게 된 배경은 동부팜한농에 있다.

동부팜한농은 국내 종자·작물보호제 부문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 6214억, 영업이익 335억원을 기록한 알짜회사다. 그러나 지난해 산업은행이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을 하나로 묶어 파는 패키지딜이 실패하면서 신용등급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까지 떨어졌다.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다음달 갚아야 하는 회사채 600억원을 갚을 길이 막막해졌다. 차입금 만기 연장이나 은행에서 신규 여신이 불가능해졌기 때문.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다보니 지분 50.1%를 보유한 FI들은 최근 동부 측에 그룹 구조조정 여파로 우량 회사까지 손해를 본다는 이유로 동부팜한농의 계열분리를 요청했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은 원래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는데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차환이 막히고 은행의 상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며 “FI들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이슈가 동부팜한농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계열분리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 측은 계열 분리 이후 동부팜한농 매각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팜한농, 9월 이후 매각 가능성
동부그룹이 동부팜한농 매각에 나서게 된 것은 2013년 9월 동부팜한농이 발행한 3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때문이다. RCPS는 발행한 지 3년이 되는 내년 9월에는 갚아야 한다. 돈을 다시 빌리거나 기업공개(IPO)를 해야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여의치 않다. 신용등급이 BB+로 하향 조정돼 자금 융통이 어려워졌고 IPO의 경우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이 심해져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동부팜한농 매각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동부그룹이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FI들이 동부그룹에서 동부팜한농을 분리하자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동부팜한농을 인수하겠다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동부그룹에서 조만간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팜한농이 RCPS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 9월 이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드래그 얼롱(동반 매각 청구권) 조항에 따라 RCPS에 투자했던 FI들이 동부팜한농을 팔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시기다. FI들이 빌려줬던 돈이 주식으로 바뀌면서 동부가 현재 갖고 있는 주식(전체의 75%)을 함께 매각할 수 있다. 결국 동부팜한농은 남의 손에 처분을 맡기기 전에 지금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23일 동부CNI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동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동부팜한농 지분 매각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 구조조정에 갈 길 바쁜 동부그룹에 빨간불이 켜졌다. 동부팜한농의 유동성 위기로 매각 대상이 아니었던 동부팜청과를 매각했고, 매각을 추진 중인 동부하이텍은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뉴시스

◆동부하이텍 매각도 ‘지지부진’
동부팜한농을 매각하게 될 경우 동부그룹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계열사는 동부대우전자, 동부메탈, 동부CNI, 동부하이텍 등 4개사만 남게된다. 매각이 결정된 동부하이텍과 지주사격인 동부CNI를 제외하면 사실상 제조업 기반의 자회사는 동부대우전자와 동부메탈 2개사 뿐이다.

그러나 동부하이텍의 매각 역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창사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지만 매각을 위해 나서는 투자자가 없다. 경쟁력을 키워 독자생존하거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수희망자가 나서야하지만 현재로서는 둘 다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전자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동부하이텍 공동 매각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동부하이텍 매각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판단했다. 올 들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중국 파운드리업체(반도체 위탁 생산회사) SMIC마저 인수의사가 없는 것으로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 SMIC로의 매각은 물 건너갔다”며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아예 없어 공개매각도 불가능해, 동부하이텍 매각 자체가 무산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매각이 불발된 이유는 사려는 곳이 없어서다. 지난해 4월 매각안내서를 발송한 후 1년 가까이 매수자를 찾았지만 인수능력이 있는 후보자가 나서지 않았다.

인수가는 2000억원 남짓 정도지만 과도한 부채가 문제다. 동부하이텍은 60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여러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이 같은 조건으로 내주는 대출)을 짊어지고 있는데 이자율 책정이 스텝 업 방식(대출 초기 낮은 금리로 지원하고 시일이 지날수록 이자율을 올리는 방식)이어서 부담이 크다. 현재 이자율만 10%에 육박한다.

이 관계자는 “부채에 비해 이익창출능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익 수준으로는 비싼 이자의 신디케이트론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란 얘기다.

동부하이텍은 작년 매출액 5677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을 달성해 창사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다. 동부 측은 최근 실적 호조로 동부하이텍의 현금창출능력(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이 1500억원 안팎에 이르는 등 이자상환 능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대주단과 협상으로 이자율을 내릴 수 있는데다 시스템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꾸준한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며 “자체적인 노력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6년 하반기부터 분기당 200억~300억원씩 원금 상환 일정이 도래하고,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영업이익을 유지·확대하려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경쟁력을 키워 독자생존하거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수희망자가 나서야하지만 현재로서는 둘 다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이익을 내고 있어 버틸 수 있겠지만 신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한 때 인수설이 돌았던 SK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인수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 천명하기도 해 이 역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대주단과 협상으로 이자율을 내릴 수 있는데다 시스템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꾸준한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며 “자체적인 노력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 홈페이지

◆설상가상 ‘오너 리스크’ 까지
이처럼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갈 길이 바쁜 가운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의 ‘오너 리스크’가 터져 발목을 잡고 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배당금 잔치’다. 김 회장 일가는 올해 배당금으로 270억원을 받았다.

김 회장은 동부증권과 동부화재해상보험에서 총 82억9000만원을, 김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이 동부화재해상보험과 동부증권 등에서 총 147억원을 배당 받았다. 김 회장의 딸인 주원씨도 동부화재해상보험에서 41억7500만원을 배당 받아 김 회장 일가가 동부그룹 상장사에서 배당 받은 돈은 총 271억6500만원에 달한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법정관리로 오너는 책임을 최소화하고, 다른 금융 계열사에서는 권한은 최대한 행사해 거액의 배당을 받는 모습은 재벌의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도적적 해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비자금 논란’까지 겹쳤다. 검찰은 김 회장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자녀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과 김주원씨에게 전달했다는 단서를 포착,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김 회장 일가의 계좌를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에 있는 여러 사건 중 하나”라며 “현 단계에서 의미 있는 내용이나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은 받은 배당을 대부분 경영이 어려워진 계열사 회생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지난 5~6년 간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동부LED 등을 살리기 위해 오너 일가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수천억원의 돈을 빌려 사재를 출연했고, 이 과정에서 생긴 빚과 이자를 갚는데 배당금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배당 잔치를 한다는 건 너무 억울한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동부메탈의 회생을 위해 200억원의 사재를 내놓기로 한 결정했다. 김 회장은 동부메탈의 채권단에서 요청한 사재출연 제안에 장남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과 함께 200억원의 자금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200억원이 추가되면 김 회장이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한 사재만 5000억원이 넘는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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