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남은 행장 선임 앞두고 5년만에 재개된 라응찬 검찰 조사

▲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치매라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농심 사외이사 맡았다가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이로 인해 재개된 라응찬 전 회장에 대한 신한사태 검찰조사가 재개됐다. 한달 남은 신한은행장 임명을 두고 신한금융은 속이 타들어간다.

11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라응찬 전 회장이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0년 9월 신한사태를 발생시키고, 신한사태 전후해서 라응찬 전 회장의 온갖 불법 비리 행위가 문제가 됐지만 검찰은 그동안 라응찬 전 회장에 대해 전혀 조사를 하지 않다가 5년이 흐른 현재 조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라 전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2008년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냈는지, 또 2010년 신한사태 때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 사장을 내쫓기 위해 당시 신상훈 사장 관련 지인들의 계좌를 불법조회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했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중증 치매라서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없었다고 밝힌 라 전 회장의 설명과 달리 농심의 사외이사를 맡겠다고 수락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자 라 전 회장은 사임했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라 전 회장은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같은해 12월 신한은행 동우회 송년회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했을 뿐 아니라 11월 심산동해오픈골프대회에도 참여했다는 제보도 접수된 바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라 전 회장의 건강 상태가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이 무리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동안 왜 검찰이 라응찬 전 회장을 소환조차 하지 않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라응찬 전 회장 등이 MB정권 시절 내내 정권의 비호를 받았고, 라응찬 전 회장 측도 정권 실세에게 로비를 했다는 제보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한 신한은행의 간부급 내부제보자에 의하면 2010년 9월 신한사태 이후 11월 경 라응찬 전 회장이 예고없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당시 류우익 주중대사를 만나 신한사태 관련 로비를 했다고 한다”라며, “라 전 회장은 실제로 MB정군 시절의 이른바 ‘영포라인’과 ‘상촌회’의 비호를 받았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고, 상촌회 회장을 맡기도 했고 상촌회는 당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등 고위권력층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라 전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 원을 전달했다는 것이 거의 사실로 확인됐고, 그동안 밝혀진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와 비자금 규모, 재산운용 규모로 보면, MB정권 실세들에 대해 금품 등을 통한 로비를 추가로 자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한사태, 라응찬·신상훈·이백순 권력 투쟁

▲ 신한은행 본점 사진 / 홍금표 기자

신한은행은 2010년 9월 라 전 회장에 이어 신상훈 심한금융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고소한 이유는 그가 신한은행장으로 있던 2003~2009년 경기 파주시에 있는 레저업체인 K사와 관련업체 2곳에 950억 원을 대출해준데서 일어났다. 당시 은행 여신담당자는 은행 내 기준과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지만 대출이 이뤄지고 신 사장의 친인척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소건의 배경이 실은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의 불화에서 일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라 회장이 신상훈 행장을 축출하기 위해 이백순 행장을 자리에 앉혔는데 신 행장이 반발하자 지주사 사장에 임명했고, 라 회장과 신 사장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신한사태가 일어난 이유를 설명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국회 답변 과정에서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운용 의혹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은 마지못해 특별조사 방침을 발표했고, 이런 일련의 사태로 라 회장의 퇴진이 불가피한 방향으로 흐르고, 이에 따라 지주회사 공동대표이사였던 신상훈 사장의 회장직 승계가 예상되자 권력서열 1위 라응찬과 3위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라응찬 회장으로 쏠리고 있는 금융당국의 조사와 검찰 수사의 방향을 신상훈 쪽으로 돌려냄과 동시에, 신상훈 몰아내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금감원 조사계획 발표 뒤 너무 다급하게 고소를 추진하는 바람에 뚜렷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신상훈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고, 1심과 2심 재판결과 당시 신한은행의 고소 내용은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사태로 인해 라 전 회장,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신한사태를 두고 라응찬 전 회장이 17년간 수장 자리에 있으면서 후계자를 키우지 않고 추종세력만 키웠다는 점, 지배주주 없는 금융사에서 사외이사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사외이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 체계적 CEO 육성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 등 지적이 제기된다.

◆라응찬, 치매라더니 농심 사외이사?

또한 신한사태의 주요인물인 라응찬 전 회장의 ‘위장치매’ 논란이 일고 있다. 라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이유로 검찰조사를 불응했는데 최근 농심 사외이사에 선임되면서 치매가 아니면서 치매로 위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2013년 11월 재판부는 신한사태 공판에서 증인으로 예정됐던 라 전 회장과 일본인 주주 이 모씨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라 전 회장의 불출석 사유에 대해 ‘알츠하이머병 치료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서 10월 공판에서도 라 전 회장 측은 “신한사태 이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당시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사유서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은 라응찬 전 회장의 불법 행위가 문제가 될 때마다 치매를 앓고 있어서 소환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변명‧발뺌해 왔는데, 이 같은 검찰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최근 드러나고야 말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참여연대는 “치매 환자라서 소환조사를 할 수 없다고 검찰이 변명했지만, 라응찬 전 회장은 보란 듯이 한 대기업의 중요 임원직으로 선임된 것. 농심이 소환조차 응할 수 없는 치매 중증 환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라응찬 전 회장을 봐주기 해왔다는 의혹도 더욱 짙어지고, 또 국민과 언론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기 신한은행장 라응천 계열될 수 있을까?

현재 신한은행장은 공석이다. 서진원 행장이 병세가 호전됐다고 하지만 당장업무 복귀는 힘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라응찬 전 회장의 검찰조사가 재개됨에 따라 한달 남짓 남은 차기 신한은행장을 두고 신한금융그룹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 내부에서 ‘라응찬 라인이냐 신상훈 라인이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번 신한은행장이 누가 되느냐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선임되는 행장이 차기 신한금융의 주인자리까지 넘볼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 한동우 회장의 임기가 오는 2017년에 끝나는 만큼 이번에 오르는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그룹 회장자리 1순위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한사태가 일어난지 벌써 5년이 다 됐지만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응천 전 회장의 최근 위장치매 논란이 불을 키웠다.

라응찬 전 회장의 검찰조사가 재개돼 뒤숭숭한 시점에서 신한금융그룹의 고민은 깊어갈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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