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요율 아닌 고정 요율 조례 상임위 통과…서울시 고민 깊어져

▲ 지난해 11월 26일 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국토교통부의 중개수수료 인하 권고안에 반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뉴시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개정안을 다룬 경기도의회가 공인중개사협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울시를 비롯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전날 결론내리지 못했던 ‘경기도 부동산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전부개정조례안’을 수정·가결했다.

특히 이날 가결된 조례안에는 기존 국토교통부 권고안과 다르게 중개수수료를 협의 요율이 아닌 고정 요율로 결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공인중개사협회가 그간 꾸준히 요구해온 것으로 사실상 경기도의회가 공인중개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지난해 확정한 권고안은 주택 매매·교환시 6억~9억원 미만의 주택에 대해서는 기존의 ‘0.9% 이내 협의’를 ‘0.5% 이내 협의’로 바꾸고, 주택 임대차시 3억~6억원 미만의 주택에 대해서 기존의 ‘0.8% 이내 협의’를 ‘0.4% 이내 협의’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는 국토부의 권고안대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경기도의회는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각 부분에서 ‘협의’ 부분을 삭제하고 각각 0.8%와 0.4% 고정요율로 변경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여기에 매매 9억원 이상과 임대차 6억원 이상의 최상단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의 중개수수료도 고정요율로 수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조광명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수정조례안은 상임위원 13명(새정치민주연합 8명·새누리당 5명) 중 새정치민주연합 7명과 새누리당 1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 없이 의결됐다. 수정 조례안은 오는 11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본회의에서 처리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경기도 집행부부터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협의’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사실상 수수료가 상승하고 소비자에 대한 협상권을 박탈하며 시장원리를 무시한 처사라며 즉각 부동의 입장을 밝혔다.

하대성 도 도시주택실장은 “고정요율로 중개수수료가 정해지면 도민들의 협상권이 박탈되고 또 중개사무소로 가지 않고 직거래를 하는 도민들이 늘어나 각종 중개사고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도민의 권익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해 수정된 조례안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해당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재의를 요구하고 도 의회가 재의결할 경우 대법원 제소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들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YMCA는 “수수료 요율을 고정으로 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와 함께 저렴하게 수수료를 책정할 경우 위법이 되는 어이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을 의식한 도 의회에 “무능한 외눈박이 정치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가했다.

경기도의회의 결정에 당장 오는 26일 회기를 시작하는 서울시의회는 ‘패닉’에 빠졌다. 가뜩이나 갈등이 지속화되는 마당에 경기도의회가 국토부의 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하자 전국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서울시의 결정에 많은 눈이 쏠리게 된 탓이다.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상한요율제를 그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에서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등 향후 향방을 짐작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서울시의회는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지난해부터 첨예하고 맞서고 있어 회기가 시작될 때까지는 상황을 살펴보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조만간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중개수수료 권고안을 반영한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이라 전국 주택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와 서울시가 잇따라 고정요율을 선택할 경우 그 파장은 전국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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