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란 말이 유행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창조금융이란 말까지 들린다. 창조란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그것은 아 뭔지 모르게 답답하게 죄여오는 일상생활의 피곤함과 무료함이 창조 과정을 거치면서 한순간에 신명 나는 삶으로 변할 것만 같고, 잔인한 테러와 비열한 음모, 살생으로 얼룩진 전쟁들로부터 이 세상이 일순 아름답고 풍요롭게 개벽해버리고 말아, 무릉도원이나 유토피아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해 벽두인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아파트에서 40대 실직 가장 G씨가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사건이 우울하게 시작했다. 존속살해범 강씨는 실직에 이은 주식 투자 실패에서 오는 절망을 극복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서 이 세상 모든 것을 앗아갔다.

왜 G씨는 자신의 절망을 자신의 가족에게 연결시켰을까? 아내와 어린 딸에게 남겨진 삶의 기쁨과 슬픔, 삶의 모든 비루함과 영광의 순간들을 앗아갈 권리가 가장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져 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런데 결국 절망했던 당사자만 살아남았다. 처와 자녀들은 그의 소유물에 불과했나? 그래서 자기 손으로 처자를 순장(殉葬)시킨 것일까?

며칠 후 경기도 안산에서 K씨가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자 외도하고 있다는 의심병이 들어 전남편 집에 침입해 그와 의붓딸을 무참히 살해한 뒤 아내를 불러 달라며 그 다음날까지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참혹한 범죄는 모두 가장에 의해 저질러졌다. 왜 가장인 이들은 가족을 보호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이런 극악수(極惡手)를 두었던 것일까? 본래 가장은 자신을 희생할지언정 가족의 보금자리를 지키는 버팀목으로 가계와 교육 등을 책임지는 가족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이 아닌가. 이런 가장이 미친 폭군으로 변해가는 이 현실을 가만 두고만 봐야 할 것인가?

이들 가장이 저지른 범죄들은 사회 문제로 대두한 존속 대상 강력범죄의 한두 가지 예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만 가족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존속을 대상으로 한 살인 등 폭력을 저지른 건수가 2010년 985건에서 2013년 1,142건으로 19%나 증가했다. 이를 보면 우리 고유한 한국의 가족 시스템이 점차 파괴되어가는 양상을 띠면서 해체되고 있다는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미 가장은 집안의 어른이라기보다는 돈 벌어오는 기계 정도로 생각하는 가정이 적잖을 것이다. 가장이 바깥에서 무슨 짓을 하더라도 돈만 많이 벌어와 생활에 여유가 생긴다면 가정에 삼강오륜적인 면보다는 그때그때 웃는 낯으로 앉아 밥을 먹으면서도 순종하며 꼴 보기 싫어도 웃는 낯을 꾸며 순종하는 척 살아가는 처자들이 많을 것이다. 가족들이 돈벌이를 중심으로 이러한 위선적인 가면을 쓰고 살아가다 보니까 사실상 모든 가정이 황량해졌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자녀들의 모습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막힌 풍경이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 그렇게 한자리에 모였지만 마음으로는 뿔뿔이 흩어진 모래알 가족처럼 지낼 필요가 있을까? 단지 밥을 먹기 위해서 모였다가 흩어진다면 이는 가족이 아니다. 따라서 앞서 서초동, 안산 사건은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범죄이므로 특별한 관점에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문제로 다룰 필요가 있다. 이 범죄에서 한국 가정이 갖고 있는 문제를 파악해 붕괴 수준에 이른 한국 가정을 재건해 나갈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창조교육은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도서관에라도 같이 가서 많은 책을 보고 지식의 소중함을 서로 공유한다거나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해 흐르는 땀의 가치를 알게 한다면 아이들은 지난주보다는 훨씬 충실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창조교육은 올바른 가정교육의 복원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 가족을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교육 정책을 창조교육으로 목표 삼고 이를 위해 우리 가정→사회→국가 과제로 이끌고 나가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의 실천을 위해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대화로 시작해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고 대화로 마무리하는 가정 환경을 먼저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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