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권유대행인 약정 기준 한 번에 40배 상향…한화증권 “고객신뢰 위한 것”

▲ 한화투자증권이 고객 신뢰 회복을 이유로 투자권유대행인들에 갑작스레 40배나 상향된 재계약 기준을 들이밀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뉴시스

올해 초 단행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이 이번에는 투자권유대행인들까지 내몰고 있다는 구설수에 휩싸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9월 말 투자권유대행인들에게 10월말까지 예탁자산 잔고 4억원이 되지 않는 경우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이전까지 유지돼 온 기준 1000만원에서 한 번에 4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투자권유대행인들이 거세게 반발함에 따라 일단 계약조건 변경을 두 달간 연장해 12월 말로 늦추기는 했지만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투자권유대행인(HFA)란 증권사와 투자권유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금융투자상품 중개업무만을 수행하는 일종의 계약직이다. 정규 직원은 아니지만 지점 등에서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거래가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수수료 일부를 보수로 받는 영업전문직인 셈이다. 4대보험은 적용되지 않으며 1년마다 보증보험 갱신을 통해 재계약한다. 보수는 대부분 100% 실적제를 따르고 있다.

증권사들이 최근 비용절감을 이유로 투자권유대행인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거래 발생시 수수료의 50%에서 최대 90%까지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고수익이 나는 판매채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투자권유대행인 입장에서도 개개인의 영업력에 대한 편차가 크고 전면 실적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생각보다 수익이 많지 않아 스트레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11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처럼 대폭적인 기준 상향에 대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는 등 고객 만족을 위한 회사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부 데이터 분석 결과 상당수의 투자권유대행인들이 소액 거래를 유도해 수수료만을 챙기고 있어 약정금액 기준을 올렸다”고 해명하고 “갑자기 기준이 대폭 증가하니 부담은 되겠지만 소액 계좌만 관리하고 있는 투자권유대행인들 중 상당수는 제대로 고객을 관리하지 않거나 수수료만을 목적으로 소액 거래를 발생시킨 뒤 방치하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은 내부 분석을 통해 잦은 매매 거래로 인해 주식 매매 회전율이 300%를 넘어가면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과다 주식 매매에 대한 수익 불인정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투자권유대행인들이 “낙전수입을 노리고 자신들을 내모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고객이 남아 있어야 낙전수입이 발생할 텐데 보통은 투자권유대행인들이 옮기면 고객도 같이 옮겨가기 마련이라 그런 일이 발생활 확률은 높지 않다”고 반박하고 “오히려 투자권유대행인들로부터 방치돼 있는 고객들을 우리가 관리해 줌으로써 고객이 남게 된다면 이는 고객들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도 더 좋은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투자권유대행인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12월 말로 예정된 약정기준 변경에 대해 투자권유대행인들이 어떤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들은 바가 없다”며 “추후 사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 접수를 받아 올해 초 350명의 직원을 내보냈으나 이 과정에서 목표수치인 350명을 다 채우지 못하자 추가로 희망퇴직을 요구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결국 27명이 추가로 희망퇴직을 선택했지만 나머지 7명의 직원은 이를 끝까지 거부해 해고됐고 이들 7명은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진행중이다. 이들은 회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올 경우 소송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져 구조조정의 여파에 따른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 5월 본격적으로 육성의지를 밝히고 수수료율 우대, 교육시스템 도입 등의 프로모션까지 진행하며 유치에 나선 투자권유대행인들에까지 메스를 들이대고 있어 한동안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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