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포스트플랜에 뉴DJP플랜-反盧신당 합류설까지…

정치권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바람이 반짝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비주류-김무성 견제 카드로 반기문 총장을 포스트 플랜으로 띄우더니, 이에 질세라 야권에서도 반기문 총장 영입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야권의 일부 인사들과 반 총장 측근들이 접촉해 대선출마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 것. 그러면서 지금까지 허상과 같던 ‘반기문 대망설’이 차츰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반기문 총장 임기가 마무리 되고, 차기 대선 판이 열리는 시기가 되면 여당 후보로든 야당 후보로든 출마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당장 반 총장은 이런 대망론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며 국내 정치권과 선 긋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기문 돌풍이 아직까지는 여야 정치권의 정략적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정치권에 때 아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이 들끓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더니, 야당에서도 반기문 측근들의 대권 타진 사실을 밝히며 영입 경쟁을 펼치고 나섰다. ⓒ뉴시스

한동안 잠잠하던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 결과와 이를 계기로 여권 내 수세에 몰려 있는 친박계가 반기문 띄우기에 나서면서부터다. 박근혜 정권 창출의 공신그룹인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대통령 임기를 3년 반이나 남겨 놓고 있는 시점에 미래권력 띄우기에 나선다니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기문 띄우니 푹 가라앉는 김무성
정치 전문가들은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 등 당내 비주류를 견제하기 위해 반기문 총장 띄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은 대선주자로 나설 경우 39.7%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기문 총장이 나섬으로써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지켜오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13.5%를 얻으며 2위로 내려앉게 됐다. 언뜻 보기에 반기문 총장 출마로 박원순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박 시장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였다. 김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5% 안팎의 지지를 받아왔지만, 반 총장이 출마했을 경우를 가정한 조사에서는 4.9%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김무성 대표 뿐 아니라, 정몽준(2.4%), 김문수(2.3%) 등 여당 잠룡들을 중심으로 타격이 컸다.

이들은 모두 당내 비박-비주류다. ‘포스트 박근혜’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친박계 입장에서는 반기문 카드를 띄움으로써 이들을 상대적으로 다운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반기문 카드가 김무성 대표 등 비주류를 견제하는데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반기문 대망론이 주요 화두가 됐고, 발제자로 나섰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반기문 총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출마할 것이란 의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모임 총괄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반 총장이 ‘정치 반 외교 반 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며 “그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임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그런 (차기 대선)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유 의원은 “정치 반 외교 반이 있다면, 정치 쪽이 반이 넘은 것 같다”며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친박계 내부적으로도 반기문 띄우기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날 세미나를 계기로 정치권에 반기문 이슈는 연일 뉴스를 장식하게 된 것만은 분명했다.

◆野 가세, 반기문 대권 타진설 확산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도 ‘반기문’이라는 매력적인 카드를 여당에 뺏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급하는 자체만으로도 반기문 후광효과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마치 경쟁하듯 반기문 대권 타진설을 뿌리고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반기문 총장 언급이 문재인-안희정 등 차기 주자를 품고 있는 친노 주류 쪽이 아닌, 최근 신당창당설까지 흘렸던 비주류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데 주목됐다.

이와 관련,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3일 반 총장의 측근들이 반 총장의 야권 대선후보 출마 문제를 타진해왔다고 전했다. 권 고문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 측근들이 나에게 ‘반 총장이 훌륭한 인물이고 앞으로 국가적으로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면서 ‘우리당에서 영입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권 고문은 “(반 총장 측근들이) 의사를 타진하기에 ‘반 총장을 존경한다’, ‘그만한 훌륭한 분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권 고문은 또, 얘기를 나눈 시점에 대해선 “6개월 전후”라고 밝히며 ‘반기문 총장의 뜻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모르겠으나 그 분들이 측근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여권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나는 여권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하겠다”면서 “측근들이 나에게 왔을 때는 이미 여당에 안 가겠다고 얘기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가 (반 총장을) 영입을 해 경선을 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기자들이 ‘다른 후보들과 같은 위치에서 경선해야 한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라고 답했다. 권 고문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반기문 이슈가 여권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사실이라면 여권은 반 총장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지만, 야당은 반 총장 측이 직접 타진해보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같은 당 박지원 비대위원은 이튿날인 4일 오전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반 총장의 측근이나 지인들이 몇 개 그룹 차원에서 (대권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권 고문 발언을 뒷받침했다. 박 비대위원은 권 고문이 말한 측근에 대해 “반기문 총장과 가까운 분이고 저도 잘 아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분이 권노갑 고문에게 상당히 오래 전부터 그러한 의사를 타진했고, 2~3주 전에는 함께 식사를 하자는 제안도 왔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은 “권 고문도 반기문 사무총장이 좋은 대통령 후보일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사무총장을 재임하고 있고,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거론은 할 수 있지만 일부의 분당이나 신당창당 문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며 “저도 이런 미묘한 문제에 대해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은 이어, “그러나 이것이 반기문 사무총장 본인의 의사와 관계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반 총장으로서 이런 말을 들으면 억울한 점도 있을 수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반기문 총장 측근 인사들이 최근 야당 인사들과 접촉해 새정치민주연합 대선 후보로 출마 가능성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심이 반기문 총장 대선 출마 여부에 집중되자, 반 총장 측은 입장자료를 내고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뉴시스

◆어게인 1997, 뉴DJP연합론
박지원 비대위원은 특히,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명한 것은 일부 인사들이 ‘반노(反盧) 신당을 창당하고 반 총장과 함께 하자’는 얘기를 하지만, 권노갑 고문과 저는 ‘분열해서 패배로 가는 게 아니라 통합해서 승리의 길로 가는 게 김대중 정신’이다(는 입장)”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은 또, 권 고문이 언급한 ‘반 총장의 측근’에 대해 “몇 개월 전부터 저도 잘 알고 권노갑 상임고문과 특히 가까운 반 총장의 지인 분들이 ‘반 총장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새정치연합에서 검토하면 어떤가’하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고문에 의사를 타진한 측근 그룹은) 약 세 곳인데, 조직적인지 아닌지는 전혀 모르겠다”며 “최근에는 권 고문과 식사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은 “그 분은 저도 잘 아는데 ‘함께 식사하자’고 했지만 저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들(반 총장 측근)이 주장하는 것은 첫째, 새누리당은 이미 경선 구도가 짜여 있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에서 경선을 하면 반 총장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 뉴DJP 연합을 통해 호남과 충청이 다시 손을 잡으면 특히 수도권에 호남·충청 출신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게 반 총장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 정신’이라는 것”이라며 “남북 간 실질적인 전환점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새정치연합이 (반 총장 영입 문제를) 검토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박 비대위원은 이 같이 말하면서도 “반 총장이 어떤 액션을 하는 것은 전혀 없고,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潘측 “국내 정치 관련 보도 자제해달라”
이처럼 반 총장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에서 경쟁적 영입 움직임이 나타나자, 반 총장 측은 입장을 발표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반기문 사무총장 측은 현지시간으로 4일 언론대응자료를 배포해 “최근 일부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반기문 총장의 향후 국내 정치 관련 관심을 시사하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며 “반 총장은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직접 언급하거나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반 총장의 보좌진들이 반 총장의 허가를 받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됐다. 반 총장 측은 국제 이슈 해결에 반 총장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출신국 국내 정치 관련 보도가 계속되는 경우, 유엔 회원국들과 사무국 직원들로부터 불필요한 의문이 제기됨으로써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불편부당한 위치에서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유엔 사무총장을 자신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국내 정치 문제에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여론조사를 포함한 국내 정치 관련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반 총장은 지난 8년간 한국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한결같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일신우일신하는 자세로 유엔 사무총장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 총장 입장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자국의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데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자칫 유엔 사무총장직이 자국의 대권을 위한 교두보처럼 국제사회에 비춰질 수 있는 이유에서다.

한편, 지난달 30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반기문 총장 차기 대선출마 가능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61.4%는 반기문 총장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반면, ‘출마할 것’이라는 의견은 22.7%에 불과했다. 그리고 만일 대선에 출마하게 될 경우와 관련해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의견이 19.9%로 높았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의견은 극소수인 2.8%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앞선 27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였다.

반 총장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이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풀이하면, 여론은 반 총장에 대한 호감이나 선호도가 높으면서도 출마할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반 총장이 실제 대선에 나서게 됐을 때 다양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그가 지금은 진흙탕 제도권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기 때문에 고평가 되고 있을 수 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이 점은 앞서 고건 전 총리나 정운찬 전 총리, 안철수 의원 등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경험치가 쌓여 있다. 따라서 지금 여야 정치권에서 반기문 총장을 띄우는 데는 실제로 ‘대선’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보기엔 성급함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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