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실체 및 존재 이유 둘러싼 이견들

미국 유럽은 물론이요 서방 쪽으로 기울어진 언론들이 즐겨 다루는 악한들이 있다. 이들은 벌써 세 번이나 자신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악마 짓을 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이들은 미국과 영국이 자기들이 한 일을 방해한다며 그 보복 조치로 제임스 폴리, 스티븐 소트로프와 데이비드 헤인즈 세 명의 서양인을 참수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왜 동영상으로 공개했을까? 미-영 양국에 내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경고할 목적이었다면 백악관이나 영국 총리실로 이메일에 동영상 첨부해서 보내면 될 것을 왜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을까? 이 동영상을 보게 되면 어떻게 사람이 저런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느냐 분개하며 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이 노린 것은 반감을 통한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었을까? 그랬다면 이들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이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바로 이슬람국가(IS)다. 

▲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의 IS 섬멸 작전 협력에 대해 ‘아직은 군사적 윤곽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사진은 미국을 방문하기 전 9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군사령관 진급 및 보직신고식에 참석하던 모습 ⓒ 뉴시스

한국, 미국 따라가다 이슬람국가(IS)에 엮이나?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을 방문 중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국가’(IS) 파괴·섬멸 작전과 관련해 “아직은 군사적 견지에서 정확한 윤곽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은 정확히 나오지 않았으니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백악관은 16일 “(양국은) 이슬람국가와 같은 새로운 도전에 대해 앞으로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주의적이건 군사주의적이건 IS와 한국은 엮일 것 같다. 한국보다 더 강하게 엮인 나라는 벌써 나왔다.

14일 호주 총리는 400명의 공군 및 200명의 특수부대원을 포함한 600명을 비롯해서 슈퍼호넷전투기 8대, 조기경보통제기 1대 및 공중급유기 1대를 대IS 전쟁에 지원할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애버트 총리는 ‘지상군 파견’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를 캐보자.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는 지상군 파견은 없을 것이라고 좌우지간 기회만 있으면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왔는데 애버트 총리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보다 더 나갔다. IS는 호주 인질을 죽인 적이 없다. 애버트 총리가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IS는 호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IS는 뭔가 다른 일을 꾸미고 있나? 그런데 IS의 실체를 두고 전혀 다른 주장이 나왔다.  

이집트 아즈하르의 대성직자이자 아즈하르 대학 총장인 셰이크 아마드 알 타예브는 지난 8일 이집트 채널1 방송에서 성명을 통해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은 “글로벌 시오니즘에 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오니즘이란 거칠게 말해 유태인의 폭력적 민족주의를 말한다. 시오니스트들은 약속의 땅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비유태인들을 몰아내고 자기들만의 나라를 건설하자는 야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휴전 중인 가자 지구 전쟁 도발도 이들 시오니스트들이 뒤에서 조종했다고 하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그것은 난센스요, 음모론이라는 것이다.

▲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탬파의 맥길 공군기지에서 척 헤이글 국방장관(왼쪽1)과 함께 로이드 오스틴 중부 사령관(정가운데)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오마바 대통령은 ‘지상 전투군’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천명했다. ⓒ 미국 백악관

이란·시리아·이집트의 IS에 대한 판이한 주장들

그런데 이란의 대학 총장이라는 지위의 인물이 음모론 오타쿠들이나 유대주의와 광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이나 할 법한 선정적인 주장을 그것도 전 이란인이 시청할 수 있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말한 것이다. 알 타예브 총장의 발언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대학 총장이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다’고 공영(?) 방송에서 주장했을 때 퍼져나갈 파급력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알 타예브 총장은 더 나아가 “모든 근본주의 테러 집단은 제국주의의 새로운 산물로 새로운 버전으로 지구적 시오니즘 운동에 봉사하고 있다. 그 목표는 중동을 파괴하고 이 지역을 찢어놓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알 타예브 총장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2003년 미국이 ‘충격과 공포’라는 작전명으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거짓으로 판명됐다-며 순식간에 바그다드를 쑥대밭을 만들었던 것에 비해 이보다 훨씬 더 도발적인 IS 무장단체에 대해 밍기적대고 있는 미국을 비교해보라는 것이다.

알 타예브 총장은 이슬람국가와 같은 수니파다. 무슬림은 종파 내부의 결속력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타예브 총장은 이슬람국가를 시오니즘의 머슴이라고 비난했다.

이란 국회의 국가안보 및 외교정책 위원회 호세이니(Seyyed Hossein Naqavi Hosseini) 대변인도 이와 유사한 의견을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IS 테러 집단은 미국, (이스라엘의) 시오니스트 정권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작품이다. 거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이슬람국가(IS)와 싸우고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미국은 이 테러 집단과 싸우기 위한 진지하고 실제적인 조치를 취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미 공군은 이라크 공습에 두 차례 출격해서 차량 6대를 파괴했다. 차량 안에 이슬람국가 전사들이 탑승하고 있었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 슬슬 헷갈리기 시작한다. IS는 자칭 이슬람 칼리프(후계자) 제국을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샤리아라는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그런데 이집트의 명망 높은 학자가 그들은 ‘이슬라엘의 머슴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란 의원은 IS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는 IS가 이슬람 제국을 만들겠다고 밝힌 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주장이다.

보기맨 또는 IS의 존재하려는 경향에 대하여

IS의 존재를 둘러싸고 봉합이 안 될 정도로 의견이 갈리다 보니 미국이 연합 전선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쉽지 않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터키와 이란을 향해 연합을 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 이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은 ‘더러운 손’을 가지고 있다며 이슬람국가 퇴치를 위한 군사적 협력을 단칼에 거부했다. ⓒ Khamenei.ir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16일 기자 회견을 통해 미국의 진짜 목적이 IS를 파괴하는 데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자파리 소장(小將)은 “(미국은) 연합군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미국이 이슬람국가를 절멸시키겠다는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이 ‘더러운 손’을 가지고 있다고 군사적 협력을 거부했다.

현재 이슬람국가는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지역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그 당사국이기도 한 시리아의 파이살 메크다드 외무부 차관도 시리아와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이슬람국가(IS)를 공격한다는 계획에 회의를 표명했다. 그는 시리아가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문제에 관해 미국과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당사국인 시리아가 자기들을 돕겠다고 하는 미국과 연합군의 대응에 대해서 시리아 정부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는 국제적 합의를 환영하지만, 시리아 정부의 동의 없이 자국 영토 안에서 통제되지 않는 군사 행동은 공격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정부 입장에서 미국과 연합국은 불청객이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는 쏙 빼버리고 이슬람국가와 싸우려고 한다. 미국 관리들은 앞서 미군이 이슬람국가 진지를 공습할 때 시리아 정부의 허가를 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화 통신은 미국의 새 중동 정책으로 미국 등 서방이 시리아를 공격할 구실을 찾고 있는 중에 IS는 외세가 시리아에 들어가기 위한 문을 열어주는 보기맨일 거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15일 전했다. 보기맨(bogeyman)은 존재하지 않지만, 서양 부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보기맨이 와서 위협을 가한다고 겁을 줘 아이를 컨트롤한다.

IS의 실체와 존재 이유에 대해 회의적이며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IS의 군사적 실력을 강하게 주장(?)하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군사전문지인 머린코타임스(MCT)는 ‘당신이 모르는 IS의 군사 능력 5가지’라는 17일자 기사에서 이슬람국가의 장비, 역량, 교육, 점령지 유지, 부대 결속력을 높게 평가했다. IS는 미국과 유럽연합에게 분명히 존재하는 보기맨이다.

순간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만일 IS가 예고한 대로 영국인 인질을 죽이고 이어 호주인 인질을 죽이게 된다면 호주는 전투병을 파병할까? 그럼 미국과 영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그때도 지상군 투입 공격을 배제할까?

IS는 존재한다.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는 자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전제가 없다면 불가능할 테니까. 따라서 이제부터는 왜 IS가 존재하려고 할까 하는 질문을 해야 할 차례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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