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지난주 초 처음으로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를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이 공습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국제 연합군의 모양새가 갖춰지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암덩어리’에 비유하며 자국민의 안전뿐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를 위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을 궁극적으로 제거하겠다는 뜻을 자주 밝혀왔다.

이에 동조라도 하듯 IS는 때맞춰 미국, 영국, 프랑스 인질들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해왔다. IS가 전세계인들의 공분과 증오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적성 국민들로부터 분노의 에너지를 이끌어내 전투 의지를 부추기는, 오히려 스스로 이적행위를 하면서 IS는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것은 전쟁의 기초도 모르는 문외한에게도 상식일 것이다. IS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 회원국(GCC)들에게 전쟁할 명분을 주고, 적병들에게는 강한 전투 의지를 심어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IS는 참수 동영상 공개 이후 같은 이슬람교도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IS를 ‘죽음의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며 선을 긋는 무슬림들이 늘고 있다. 아울러 ‘이슬람국가=극단주의’란 도식이 이제 낯설지 않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극단주의하면 이슬람을 떠올리게 됐다.

혹시 무슬림들이 부당함에 당연히 항의해야 할 때 과격한 행위라도 하게 되면 ‘극단주의적 행동’이라는 비난이 빗발칠까 두려워 행동마다 자기 검열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스스로 자유를 제약한 꼴이다. IS가 진정 이슬람권 전체에 도움이 안 되는 이유다. 미국과 서방 기독교 세계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논리에서 보면 전혀 이해 안 될 바도 없다.

IS는 정말로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이 참수 동영상을 보고 자국민 인질의 안전을 위해 연합 공격을 중단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속내야 어쨌든 오히려 참수 동영상은 그동안 미적대던 영국과 프랑스가 공습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공습이 확대되면서 서방 국가들의 개입이 확대되는 정황을 보고 있으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척척 맞아 떨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그동안 이란은 미국과 서방의 테러리즘에 대한 이중 기준 적용으로 인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이 극단주의 테러세력의 온상이 됐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이란의 때리기는 독일을 포함한 주요 6개국과 핵 프로그램 협상이 진행되는 중이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고도의 전술적 비난이란 인상이 짙다. 중동의 시아파 맹주 이란은 자국 내 핵 프로젝트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것은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대립구조에서 전략적 이득이 될 것이다.

<글로벌리서치>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를 공격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해체라고 분석했다. 다수의 언론이 미국-연합군이 공격하기 전에 시리아 정부에 사전 공습 통보를 했던 것을 두고 마치 양국 간에 ‘공조’라도 이뤄진 것인 양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통보는 공조가 아니다(Information is not Coordination).”

또한 IS가 아닌 누스라 전선 지도자가 미국과 연합군에 보복할 것임을 다짐했다. <월드포스트> 28일 보도에서 시리아 내 알카에다 분파인 누스라 지도자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해” 미국과 연합국에게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누스라는 시리아 반군이다. 이제까지 시리아 정부에 대항해서 IS와 협력하지 않고 다른 반군들과 함께 싸워왔다. 그런데 왜 이들이 미국을 향해 전쟁을 선포한 것일까? 이번 공습의 목표는 IS와 다른 시리아 반군도 포함된 것인가?

미국과 연합군은 200여 차례 가까운 공습을 진행해왔으나 IS의 사상자 수가 많지 않다. 이는 사전에 공습의 구체적인 계획이 누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글로벌리서치>는 보고 있다. 혹자는 공습을 통해 군사 기반 시설을 먼저 부수고 그 다음에 IS 지하디스트들을 처리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다면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호주 등은 지상전투병 파병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지상군이 반드시 미군일 필요는 없다는 발표를 했다.

존 베이너(공화당·아이오와) 미국 하원의장은 28일(현지시간) 지상방송을 통해 “IS를 철저히 격퇴하려면 공습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며 “어떤 시점이 되면 누군가의 지상군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정부 입장에서 이 지상군은 자기 땅에 주둔하는 외군 군대다. 일단 시리아 내 지상군이 들어오면 IS 소탕을 명목으로 언제까지 주둔하겠다고 버틸지 알 수 없다. 안 나가겠다고 하면 시리아는 이들과 싸워야 한다. 이런 식으로 시리아 위기가 전개된다면 이번 공습의 시작은 시리아 침략전의 서막이다.

미국과 연합군이 ‘온건한’ 반군을 이용해서 IS 소탕 전투를 벌이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서 미국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글로벌 리서치’는 그러나 미국과 나토 연합국이 지원한다는 ‘온건한’ 반군이 대체 어느 반군을 지칭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이 매체는 이 반군을 ‘신비롭다’고까지 표현하며 IS도 그 어떤 별종이 아니라 결국 기존의 알카에다와 같은 집단인데 참수 동영상 발표, 대량 살상 등의 연출 효과를 덧씌워 이름만 바꿔 부르는 것이라고 본다.

IS가 결국은 미국과 나토 연합군 및 걸프협력회의 6개국의 이익을 위해 급조된 ‘암덩어리’라면 이들이 공습에 참여한 뒤 얻어갈 전리품은 뭘까. 아사드 정부는 소수의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으며 이란도 시아파다. 지금 반군들은 IS를 비롯해서 주로 수니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맹주다. 그렇다면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시아파의 약화를 의미한다. 이는 이란의 세력 판도의 축소를 의미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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