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수비라인, 골 결정력 여전히 부족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22일 밤(이하 한국시간) 시리아 알레포의 알 함다니아 경기장에서 벌어진 2007 아시안 컵 B조 예선 1차전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축구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아시안 컵 첫 관문을 승리로 장식한 것. 그러나 정작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평이다. ▶ 전반, 기분 좋은 선제골. 후반, 압박 축구로 한국 문전 위협 한국은 경기시작 5분 만에 기분 좋은 선제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주도했다. 정경호가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볼은 중앙에서 발리슛을 시도한 이동국을 스치듯 지나쳐 오른쪽으로 흘렀다. 이를 김두현이 잡아 침착하게 트래핑한 뒤 오른발 강슛을 네트에 꽂았다. 후반 들어 시리아는 강한 압박 축구를 구사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고 잇따라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전반 1분 만에 위협적인 중거리 슛을 날린 데 이어 후반 4분 김진규와 최진철 사이를 뚫는 침투 패스를 받은 알 카티브가 오른발 슛으로 한국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그러나 동점골을 허용한지 1분 만에 이천수가 추가골을 터트리며 가까스로 일방적으로 밀리던 경기 흐름을 호각으로 바꾸었다. 이천수는 한번 바운드된 김동진의 왼쪽 크로스를 상대 페널티지역 아크 오른쪽에서 잡아 강력한 오른발 대각선 발리슛으로 시리아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 여전한 고질병 해외 전지훈련 출발 전부터 지적돼온 허술한 수비라인과 골 결정력 부족은 여전했다. 포백 수비라인은 번번이 뒷공간이 뚫렸고, 골 결정력 부족은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어려운 흐름으로 몰고 갔다. 후반 4분 실점 장면에서 알 카티브의 돌파에 중앙 수비가 무너졌고 오른쪽 측면에서 조원희가 따라 붙었지만 한발 늦었다. 후반 18분 알 라시드에게 내준 1대 1 찬스도 비슷했고, 후반 33분 옆 그물을 때린 알 카티브의 슛도 커버플레이가 잘 이뤄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중반 김남일을 중앙 수비수 자리까지 끌어내리고 막판에는 수비수 김상식을 미드필더 김두현 대신 투입해 스리백으로 전환하는 고육지책을 처방했다. 한국은 공격에서는 일찌감치 골을 터트리고도 전반 2, 3차례 찾아온 기회에서 추가골을 뽑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주도권을 전반에서의 추가골 득점 실패는 후반 들어 시리아의 강공으로 연결됐고 한국은 번번이 위기상황을 맞았다. 이 때문에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프랑스나 스위스와 같은 강팀을 만났을 때 시리아전에서와 같은 플레이로는 크게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경기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 아보카드호, 아직 갈 길 멀다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세 차례 패배를 당했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덴마크, 코스타리카 전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반복됐다. 바로 상대의 역습 시 빠른 패스에 대한 적응력 부족. 중앙 또는 측면이 붕괴 됐을 때, 수비형 미드필더가 빈 공간을 커버해주거나 반대의 경우 협력수비를 펼치는 유기적 움직임의 부족함이 지적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해외전훈 1차전 UAE전을 제외하면 예외 없이 4-3-3 시스템을 가동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하고 있지만 ‘적어도 포백에 큰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고, 또 아드보카트 감독 스스로 4-3-3 전술을 중용하고 있어 사실상 독일월드컵 본선에선 포백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6주 일정으로 계획된 해외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다다름에 따라 수비 집중력의 순간적인 결여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드보카트호의 전훈 초반과 시리아전에서 드러난 수비 문제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스리백에 익숙한 한국수비의 체질 개선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러나 시리아전은 포백의 성공적인 접목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병폐가 다시금 확인됐던 경기. 바로 수비수의 개인 역량 부족이다. 공격수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스피드 결여는 대표팀의 전술에 따라 좌우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즉 상대 공격수와 1대1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어떤 경우에라도 피할 수 없다.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맞대결할 상대라면 시리아 공격수 이상의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2007년 아시안컵 서전이었던 시리아전 역시 독일월드컵 준비의 과정.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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