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금융의 임영록 회장(왼쪽)과 많은 공을 들였지만 분루를 삼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KB 금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내홍 조속히 마무리해야
외연 확장 원한 롯데, 롯데손보 손해 스스로 해결해야

올 상반기 보험업계의 화두 중 하나였던 LIG손해보험 인수를 놓고 KB금융이 독점협상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LIG손보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롯데는 입맛만 다시게 됐다.

KB금융, 안심할 때 아냐

업계에서는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많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예상하고 있다.

일단 KB금융이 가지고 있는 금융 인프라와 함께 인지도를 바탕으로 LIG손보를 빠른 시간 내에 성장 모드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는 은행권에서는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KB생명보험은 아직까지 KB금융의 이름값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생보-손보로 이어지는 명실 공히 금융그룹의 모습을 갖출 수 있어 공격적인 마케팅도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최근 벌이고 있는 지주와 은행 간의 갈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작업으로 인해 손해보험을 띄우는 작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시스템 교체를 두고 금융감독당국이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통보한 상태여서 두 사람 간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내홍이 사그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임 회장이 LIG손보 인수를 놓고 상당한 공을 들였기 때문에 인수가 확정될 경우 임 회장 측 인물이 LIG손보에 대거 포진될 가능성이 높아 이 행장으로서는 금융그룹 내에서 그만큼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LIG손보 인수전에서 승리한 것이 마냥 기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일부 존재한다.

공든 탑 무너진 롯데

롯데로서는 LIG손보 인수전에서 패한 것이 뼈아프다.

롯데는 카드 부문에서는 수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보험 분야에서는 실적이 바닥권이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 등이 시장을 크게 분할하고 있고 나머지 시장을 여러 손보사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롯데는 롯데손보의 외연을 키워 적자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대형 손보사와 경쟁을 하기 위해 LIG손보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롯데가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곧바로 손보업계 상위권으로 수직상승할 수 있어 대형 손보사와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LIG손보 인수에 적극 나섰지만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다른 입찰자들보다 더 많은 인수금액을 쓰면서까지 LIG손보 인수에 대한 열망을 보였지만 LIG손보 노조가 롯데에 인수되는 것을 반대해 롯데가 꿈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롯데의 기업문화가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의사결정 구조도 최상층의 지시가 그대로 하부조직까지 강제하는 시스템이라 LIG손보 노조 입장에서는 기존과 많이 다른 환경에 대해 크게 반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롯데손보와 LIG손보의 지점 일부가 겹칠 수밖에 없어 고용승계를 100% 이루기는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IG손보 노조는 12일 KB금융이 LIG손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자 “전 구성원들이 일치단결해 투쟁한 결과 롯데, 사모펀드, 푸싱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되고 KB금융지주가 선정돼 우려했던 최악의 경우는 면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LIG손보를 놓친 것은 KB금융이 그랬을 때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IG손해보험은 당분간 나오기 힘든 우량 매물이다. 탄탄한 인지도와 영업력을 바탕으로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모두가 탐내는 곳이었다”며 “금융 분야 기반이 KB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쁜 롯데로서는 LIG손해보험 인수가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LIG손해보험 인수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롯데는 롯데손보를 자신의 힘으로 정상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권은 2주간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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