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위험·악취·환경오염 ‘三重苦’

이명박 정부가 2조2500억 원을 들여 개통한 경인아라뱃길이 물동량은 거의 없어 경제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컨테이너를 싣고 들어와야 하는 화물선이 이어져야 하지만 화물선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요트 게류장이 있지만 정박된 요트는 저의 없다. 유람선만 지나다니고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볼 것이 별로 없어 이용객들도 많지 않다.

여름이 되면서 수변공간에는 인근 지역 주민들과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이들로 밤늦게까지 불야성이다.

하지만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좁은 주차장으로 인해 차량들이 불법으로 늘어서 있고, 잔디밭 곳곳에는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구워 먹거나 음주를 즐기는 이들이 즐비하다.

이 때문에 악취와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지만 지자체나 수자원공사는 이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을 잇는 길이 18km의 경인아라뱃길은 홍수 조절 기능은 물론 물류혁신과 관광, 레저 기능을 겸비한 내륙 뱃길이다. 하지만 개통한 지 2년이 흘렀지만 경제성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2조2500억의 경제성 없는 사업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2년 결산 종합 질의에서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재정낭비’라고 지적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해 5월 25일 개통된 경인아라뱃길의 선박운항 실적을 보면 물동량과 여객운송량 등이 KDI 예측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첫 번째 운하사업인 경인운하가 뱃길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천문학적 재정만 낭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문병호 의원은 지난해 6월 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경인운하 물동량 세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인아라뱃길 개통 1년 동안 서해갑문을 통과한 화물은 14만4000톤으로 수자원공사 주장한 54만 톤의 26.7%, 한강갑문을 통과한 화물은 2만6000톤으로 수공 예상치의 4.8%에 불과하다 밝혔다.

이는 2008년 KDI가 예측한 물동량과 비교했을 때 컨테이너의 경우 예측치 470만4000톤의 8.5%, 일반화물 예측지 716만2000톤의 2.0%, 여객 수 예측치 59만9000명의 28.7%에 머무르는 수치다.

문 의원이 이처럼 주장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크게 나아진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물동량은 저조한 상황이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황모(여·40) 씨는 “아라뱃길에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오는 편인데 화물선을 본 적은 거의 없다. 유람선과 가끔 작은 배들이 다니기는 하지만 정부가 애초에 홍보했던 그런 모습은 아닌 것 같다”며 “갑문을 이용해 물의 높이를 맞추는 모습을 홍보관에서 열심히 홍보는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어 교육적인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인아라뱃길의 입구인 경인항에는 넓은 컨테이너부두와 자동차부두가 있지만 인근에 있는 인천항과는 비교가 된다. 컨테이너가 있기는 하지만 넓은 야적장을 채우기에는 무리다.

하지만 아라뱃길 홍보 사이트에는 2020년 컨테이너 46만1000TEU, 철강재 53만2000톤 중고차 46만 대, 여객 62만1000이 인천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경인아라뱃길은 당초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대형 화물선이 제대로 다니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지난 겨울 인천터미널에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 ⓒ뉴시스

건설사 무덤 된 경인아라뱃길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인아라뱃길 공사 입찰에서 상호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공구를 분할하거나 들러리 세우기 방법을 동원해 담합행위를 벌인 13개 건설사를 적발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엠코,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동아산업개발, 동부건설, 한라 등 11개 건설사에 99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법 위반 정도가 큰 9개 법인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6개 건설사 전·현직 임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가 시행했던 공사에 뛰어들었던 국내 유수의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인아라뱃길 이익을 건설사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토건사업이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2조2500억 원이라는 혈세가 투입된 대단위 사업이었지만 결국 대형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담합을 벌인 ‘파렴치한’ 기업이 돼 버렸다.

담합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라뱃길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공사 기간 동안 흙먼지를 참아냈지만 ‘기업 몰아주기’란 오명을 쓰자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부감은 커져만 갔다.

건설사들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수주를 위해 담합을 벌인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거의 모두 참여하는 공사에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입찰 가격을 너무 높이 쓰면 탈락할 수 있고 저가 수주로 인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건설사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 항변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담합 행위는 물론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도 이해해 줬으면 한다”라며 “일감을 수주하지 못하면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 기존에 있는 직원들을 내보낼 수만은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저가수주를 하며 제 살 깎아먹기를 할 경우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담합이라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무척 힘든 한 해였는데 몇 차례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으로 많은 내다  보니 국내외에서 대형 수주를 해도 남는 게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고 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며 “담합을 막기 위해서는 무조건 낮은 가격을 제시하라고 기업들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정부도 합리적인 공사비용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이와는 다르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합리적인 공사비용이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전적으로 공사비용이 이런 담합 행위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천 서구 아라뱃길 인근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아라뱃길 공사를 반대한 사람 중 하나지만 어찌됐건 공사가 완료돼 수변공간을 이용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전제한 뒤 “일부 건설사에서는 공사비용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만약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면 입찰에 참여를 하지 않는 게 맞는 것 아닌가. 그게 기업의 논리 아닌가? 또한 아라뱃길 입찰을 담합했던 건설사들 중 일부는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도 담합했다. 이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하겠지만 그건 핑계다. 이건 습관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부나 지자체가 진행하는 사업에 의례히 나타나는 습관이다. 규정대로 관급 공사에 참여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주민은 “대형 공사 두 건이 모두 담합으로 얼룩졌다. 건설사들이 인천시민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아라뱃길을 따라 조성된 휴식공간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인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검암애 카페

악취에 쓰레기더미 돼가는 아라뱃길

날씨가 더워지면서 아라뱃길을 따라 이어지고 있는 수변공간에는 늦은 밤까지 지역 주민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로를 걷는 것이 이미 이들에게는 여름철을 나는 좋은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방문객들의 많아지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악취와 음식을 취사하는 이들로 인해 쓰레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편도 1차선인 아라뱃길 옆 도로에는 차선 양쪽으로 차량을 세워나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졌다.

아이들과 도로로 나올 경우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부모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지역 주민은 “이곳에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지만 주차장이 넓지 않아 불법주차를 해놓은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나올 때에는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며 “애초에 이용자들을 제대로 예측했다면 주차장을 넓히든가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불법주차 차량을 단속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쌓여가는 쓰레기와 무분별한 취사, 음주 행위도 지역 주민들의 불만사항이다.

날이 더워지면서 텐트나 그늘막을 들고 나오는 일부 주민들은 잔디밭에서 취사를 하거나 음주를 하곤 한다. 문제는 취사나 음주 후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자 않아 곳곳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발견되고 파리가 들끓고 있다.

최근에는 이동식 주점까지 등장해 술판이 벌어지며 시비가 일어나는 일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현재 아라뱃길을 따라 조성된 잔디밭과 휴식공간은 공원이 아니기 때문에 취사나 음주를 막을 규정이 없다. 주민들이 이를 해당 지자체와 경찰에 문의하지만 이들로서도 손 쓸 방법이 없다.

애초부터 공원 지정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역 주민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아라뱃길 수질 오염 의혹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인천녹색연합은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2013년 경인아라뱃길사업 통합사후환경영향조사통보서’를 분석한 결과 경인아라뱃길 주변지역 지하수에 해수가 유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 해수유입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명시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아라뱃길 공사 이전부터 환경오염에 대한 부분은 계속해서 지적돼 왔다.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토양에 스며들 경우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해 왔다.

지난 2월 ‘아라뱃길 민관동수질조사단’은 수질오염 최종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클로로필-a’ 등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클로로필-a는 봄철과 여름철 등에 조류를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아라뱃길 곳곳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 발견됐다.

아라뱃길 인근에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가 위치해 있어 쓰레기 침출수가 흘러들어올 배제할 수 없으며 범람이 잦았던 굴포천에서도 빗물이 흘러 넘쳐 아라뱃길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아라뱃길에 인접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여름철에 악취를 맡았다며 물이 제대로 흐르지 못해 그런 것 아니냐며 대책을 세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계획처럼 물동량이 많아지고 대형 화물선이 오갈 경우 선박에서 흘러나오는 기름과 각종 오염물질이 그대로 아라뱃길에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돼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정부가 운하를 건설해 내륙까지 화물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겠다는 계획을 안고 진행된 아라뱃길 사업은 현재까지는 ‘낙제점’에 가깝다.

이 때문에 한 주민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40년가량 아라뱃길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은 “40년 동안 이 동네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 논과 밭이 대부분이었는데이제는 지하철도 들어오고 곧 KTX도 다닌다고 한다. 거기에 원래는 없었던 큰 강이 하나 생겼다. 발전하는 것 같아 좋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많이 사라졌다. 화물선이 다니면서 우리나라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배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시원한 강바람 쐬러 나가면 삼겹살 냄새에 막걸리 냄새가 진동한다. 장마철에는 물 썩은 냄새도 난다. 뭐가 좋아진 건지 모르겠다. 곧 있으면 아시안게임이 열린다고 하는데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여기 놀러왔다가 실망하고 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시사포커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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