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 헛발질…‘여유’ 유병언 망명 신청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주극’이 갈수록 본격화되고 있다. 쫓는 검경 위에 유병언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경찰은 유병언 부자의 검거에 투입된 전국 경찰을 총괄 지휘하는 ‘총괄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유씨 부자 추적 수사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  ⓒ뉴시스

◆검찰의 ‘헛발질’
▲ 검찰은 코앞에서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을 놓치기도 했다. 이에 따른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검경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총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뉴시스
이처럼 유 회장의 ‘도피행’이 장기화되는 이유로 일각에선 검찰의 역량을 꼬집었다. 실제로 검찰은 코앞에서 유 회장을 놓치기도 했다. 마지막 연결 고리로 지목된 핵심 인물 역시 놓쳤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구원파 신도 추모(60·구속)씨를 체포했다. 당시 추씨는 다른 구원파 신도인 변모씨 부부(구속)의 차명 휴대전화(일명 대포폰)를 갖고 있었다. 추씨를 추궁한 끝에 변씨 부부가 17번 국도 인근의 송치재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부부도 범인은닉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비슷한 시각인 25일 오전 1시께 검거팀 중 일부는 경기도 안성 금수원 인근의 구원파 집단 거주지인 모 아파트에서 신도이자 아이원아이홀딩스 직원인 한모(구속)씨를 체포했다. 한씨는 유 전 회장을 위한 생수와 음식물 등을 마련해 순천에 있는 추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25일 밤 10시쯤 유 전 회장의 은신처인 ‘숲속의 추억’을 덮쳤다. 앞서 변씨 부부를 체포한 휴게소 인근에서 불과 500여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유 전 회장은 변씨 부부가 체포되던 그 순간까지 ‘숲속의 추억’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이 식당 수색에 나서자 이 소식은 금수원을 통해 유씨와 운전기사 양모씨에게 전달됐고, 그 길로 이들은 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검찰이 뒤늦게 별장 존재를 알고 찾아간 것은 그로부터 20시간 뒤였고, 유 전 회장은 그 틈을 타 도주한 것이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한씨가 체포되자 25일 새벽 2시께 인천지검으로 구원파 신도 60여명이 몰려와 호송차량 진입을 방해했다”면서 “그 무렵 금수원 측이 순천 별장에 숨어 있던 유씨와 별장 근처 연수원에 머물고 있던 운전기사 양회정(55)씨에게 공범의 체포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송치재 작전에서 ‘마지막 연결고리’로 지목됐던 양씨 역시 놓쳤다. 양씨는 연고가 있는 전북 전주까지 110㎞가량을 EF쏘나타를 타고 달아나 25일 오전 5시 30분께 전주의 한 지인 집에 도착, 지인들에게 “검찰이 휴게소에 들이닥쳐 회장님을 두고 왔는데 같이 가서 도와드리자”고 부탁했다. 그러나 양씨 지인들은 “그렇게 큰일에 말려들기 싫다”며 거절했다.

양씨는 이후 2차례 금수원 강경파 그룹 실세인 일명 ‘김엄마’에게 공중전화를 이용해 유씨의 상황을 보고했다. 이후 쏘나타 승용차를 근처 덕진구의 한 장례식장 주차장에 세워 둔 뒤 지인의 SM5 승용차를 타고 금수원 인근으로 도주했다.

이후 3일, 양씨가 금수원을 드나든 정황이 포착되며 검찰의 금수원 재진입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유 전 회장이 금수원으로 돌아갔을 가능성도 있는데다가, 김엄마 등 열성 구원파 신도를 체포해 유 회장에 대한 측면 지원을 끊을 수 있다는 순기능도 존재한다. 실제로 검찰은 금수원 재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일 장남 대균(44)씨의 서울 염곡동 자택에서 고급 외제승용차 4대와 그림 16점을 압수했다. 압수대상 자동차는 벤츠 2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1대, 쉐보레 익스프레스 밴 1대다. 그러나 재산 압수만으로는 재력가인 유 회장 일가에게 큰 타격을 가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TF팀 구성…‘총력’ 기울인다
그러나 검거 작전이 계속 허탕을 치는 건 무엇보다 실제 현장을 뛰는 경찰과 공조를 신속히 하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 수사팀에서 도피 차량 정보 등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수배령이 떨어진 뒤에야 추적 상황을 알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공조 논란에 대해서 “어제(1일)부터 경찰관 한 명을 수사팀에 상주시켜 수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은 3일 유병언 부자(父子)의 도피가 장기화됨에 따라 검거에 투입된 전국 경찰을 총괄 지휘하는 ‘총괄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유씨 부자 추적 수사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지방경찰청마다 전담팀(150명)이 제각각 따로 움직이며 추적해왔으나 이를 통합해 체계적인 추적 수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TF는 범인 추적에 경험이 많은 60명으로 구성된다. 경찰청 이재열 수사기획관(경무관)이 팀장을 맡고 인천경찰청 수사과장,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 등이 부(副)팀장을 맡는다. 경찰은 유씨 일가를 수사하는 인천지검과의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TF를 인천지방경찰청에 설치하고, 인천청 광역수사대를 직할 수사대로 활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유병언 검거에 공을 세운 경찰관 1명을 특진시킨다는 계획을 확대해 3명까지 특진을 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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