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어느 곳도 만만치 않다

6.4지방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가운데, 여야 후보들이 속속 결정되고 있다. 지방선거 대진표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5월의 첫째 날인 1일,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후보 17명 중 14명, 새정치민주연합은 13명에 대한 후보 선출을 마쳤다.

▲ 6.4지방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가운데, 여야 후보들이 속속 결정되고 있다. 1일 기준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후보 17명 중 14명, 새정치민주연합은 13명에 대한 후보 선출을 마쳤다. ⓒ뉴시스

새누리당 후보 경선은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 3곳만 남았다. 오는 12일 서울 시장 후보를 놓고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이 맞붙는다. 남경필 의원과 정병국 의원이 맞붙는 경기지사 경선은 10일,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뛰어든 인천시장 경선은 9일로 예정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경기지사 후보를 놓고 오는 12일 김진표ㆍ원혜영 의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대결한다. 전남지사 경선은 10일 치러지며 이낙연ㆍ주승용 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예비후보로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송하진 전 전주시장, 유성엽 의원이 도전장을 내민 전북지사 경선은 100% 여론조사를 통해 선출키로 했으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광주시장의 경우 전략공천 혹은 경선 등 후보 선출 방식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어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광주시장 선거의 경우, 2일 오후 윤장현 후보로 전략공천 결정했다.)

◆민주화 성지, PK 혈투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로 서병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는 김영춘 의원이 확정됐다.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또한 선거에 뛰어들면서 부산시장 선거전은 3각 선거구도가 형성됐다.

대표적 친박계 중진으로 분류되는 서 후보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권철현, 박민식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타 후보를 압도하지 못했고, 때문에 향후 화학적 결합을 통한 본선준비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세 갈래로 흩어졌던 당심을 추스르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평이다.

한편, 야권성향의 오거돈 후보와 제1야당의 김영춘 후보 간의 막판 단일화 성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부산시장 선거는 한 치 앞을 모르는 안개 속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지사 선거에선 새누리당 홍준표 현 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이 맞붙는다. 김경수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심복이라고 불릴 정도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려온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을 지냈다. 홍 지사가 현역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는 만큼, 야권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경수 후보는 1일 기자회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와 관련, “홍준표 지사의 도민 무시 도정을 심판하려면 야권의 단합이 대단히 중요하다. 후보 단일화는 강요·압박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강병기 통합진보당 후보가 충분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본선 상대인 새누리당 홍준표 지사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새정치연합 후보가 누구든, 야당이 후보를 단일화하든 중요하지 않다”며 “경남 미래 50년에 대한 비전으로 도민들로부터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울산광역시에선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범 전 울산 북구청장이 맞붙는다. 여기에 그동안 새누리당에서 출마를 저울질 했던 김두겸 울산시장 예비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했다. 김 예비후보의 출마배경은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자 컷오프(예비경선) 과정에서 배제된 것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불공정 컷오프라는 반발과 보궐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박맹우 시장의 중도사퇴를 절차적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규정하는 등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시장후보 경선에서 강길부 의원을 지지했지만 탈락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면에는 김 예비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 5년동안 새누리당에 복당을 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부담을 안고 출마를 결심한 것은 나름대로 이번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김 후보의 출마가 울산광역시장 선거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심장 TK 파고드는 野
권영진 전 서울시 정부무시장이 6·4지방선거의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둘은 같은 당에서 개혁 성향의 소장파 모임을 함께 이끌면서 ‘형님, 동생’ 하던 사이에서 10여년 만에 선거판 적수로 만나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한 대구이기에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원조 친박계인 서상기, 조원진 의원이 무난히 당선되지 않겠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선출대회 결과 ‘비박’으로 분류되는 권 전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이를 두고 친박 표 분산에 따른 어부지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그는 대구 청구고를 졸업한 것 외에는 대구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지 않다. 한나라당 미래연대 대표와 서울시 정무부시장, 18대 서울 노원을 국회의원 등 오히려 서울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정치 경력을 쌓았다.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지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여파에 따른 집권 여당의 주류 세력에 대한 책임론이 간접적으로 투영된 게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또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투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55년 만에 야당 대구시장 탄생을 고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판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두 사람은 2000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소장파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에 함께 참여해 의기투합하면서 인연을 맺는 등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지사 후보는 새누리당 김관용 현 지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오중기 경북도당 위원장으로 확정됐다. 경북지역이 새누리당 초강세 지역인 만큼, 오중기 위원장의 돌풍이 얼마큼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새누리당 후보 경선은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 3곳만 남았다.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등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경기, 전남, 전북 등이 남아있다. ⓒ뉴시스

◆충청권, 여전히 무주공산인가?
지난달 30일 열린 새누리당 대전시장 후보 경선에선 박성효 의원이 후보로 확정됐다. 박 의원은 지난 2006년 대전시장을 지낸 바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낙선하고 2012년 총선에 당선돼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에 맞서는 새정치연합 후보는 권선택 전 의원이다. 권 후보는 행정고시 20회 출신으로 청와대 인사비서관, 행자부 자치행정국장 등을 거쳤고 17~18대 의원을 지냈다.

충북에선 새누리당 윤진식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 이시종 현 지사가 맞붙는다. 윤 후보는 행정고시 12회 출신으로 청와대 경제수석,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거쳐 18~19대 의원을 지냈다. 이 지사는 행정고시 10회 출신으로 17~18대 의원을 역임했고 이번에 재선에 도전한다.
충남지사는 새누리당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현 지사의 대결이 확정됐다. 친박계인 정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꼽히는 안 지사가 맞붙게 돼 대표적인 ‘친박 대 친노’의 상징적인 대결로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종지사 역시 관심이 쏠리는 곳이다. 인구가 13만도 되지 않지만 정부청사가 몰려있다는 특유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선 유한식 현 시장,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이춘희 전 건설교통부 차장이 각각 후보로 확정됐다. 두 후보는 2012년 4.11 총선과 함께 치러진 초대 세종시장 선거에서 맞붙은 뒤 2년 만에 다시 맞붙게 됐다.

◆강원·제주
중부권 승부처로 꼽히는 강원도지사 선거가 새누리당 최흥집 예비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최문순 강원지사의 대결로 압축됐다. 새누리당은 강원도지사 탈환을 통해 중부권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총력 태세로 나섰고, 최 지사 측은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만큼 지지층 복원 작업을 시도할 방침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3선의 김진선 지사를 마지막으로 야권 도지사 후보에 잇따라 자리를 뺏겼다. 실제 4년 전 지방선거에선 이계진 후보가 당시 민주당 이광재 후보에 참패했다. 2011년 재보선에선 당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최 지사에게 패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최 지사를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강원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당력을 집중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의 최대 이변 지역인 강원도가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제주도지사 선거 구도는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후보 간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서귀포 출신의 원 후보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16∼18대 국회의원(서울양천갑), 당 사무총장과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제17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해 서울대 법대에 수석 입학하고 사법고시도 수석으로 합격해 이른바 ‘제주가 배출한 천재’로 손꼽힌다.

그러나 원 후보는 3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제주를 위해 뚜렷하게 한 일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원 후보가 제주지사 후보로 출마하기 이전까지 4·3위령제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제주4·3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4·3위원회 폐지 법안을 공동 발의한 데 대한 비난이 적지 않다. 제주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가 중앙당의 압력으로 떠밀리다시피 출마한 것도 핸디캡이다.

신 후보는 제주시 출신으로 관선 1차례, 민선 1차례 등 2차례에 걸쳐 제주지사를 역임했다. 제주지사직을 놓고 우근민 현 제주지사와 3차례에 걸쳐 맞붙어 2번 낙마한 경험이 있어 이번 출마하면 4번째가 된다.

농림수산부 축산국장, 농정국장, 기획관리실장, 축협중앙회장을 지냈으며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신농정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5년 무소속으로 제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신 후보는 그동안 한나라당, 신한국당,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 등 당적을 이리저리 옮긴 전력과 후보 합의 추대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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