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상임위 활동 조심스런 재개

 여야 모두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정치 일정을 ‘올스톱’한 가운데, 6.4지방선거와 4월 임시국회 일정 종료가 다가옴에 따라 조심스레 정치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여당은 6.4지방선거 후보 경선 일정을 최종 확정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본격 공천 작업에 나섰다. 중단되어 있던 상임위 역시 가동을 시작했다.

▲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가운데, 여야는 조심스레 정치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여당은 6.4지방선거 후보 경선 일정을 최종 확정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본격 공천 작업에 나섰다. ⓒ뉴시스

與 경선 일정 확정…野 본격 공천 작업 나서
상임위, 세월호 관련 위원회 제외 일부 ‘시동’
세월호發 후폭풍 관측…개각 불가피론 부상?

여야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후 하루 뒤인 17일 6.4지방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과 선거운동을 일제히 중단했다. 이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후보는 연락이 있을 때까지 선거 운동을 중지하고, 국민과 함께 힘든 때를 같이 해달라”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 역시 이 자리에서 “실종자들이 무사 귀가하길 바라며 새누리당은 모든 선거 일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선거 관련 일체의 일정을 중단하면서 노웅래 사무총장 명의로 일정 중단 사실을 전국 각지 지역위원회와 시도당에 공지했다.

선거 일정 기지개

이처럼 중단됐던 6.4지방선거 선거 활동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다. 여당은 경선 일정을 확정지었고, 야당 역시 경선후보 등록 접수를 시작하면서 경선일정을 재개했다.

24일 새누리당 김재원 중앙당 공천관리위 부위원장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더는 경선을 미룰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일정을 발표했다.

먼저 부산, 대구, 대전, 충남, 강원 등 5개 지방 광역단체장 후보자 경선은 4월 30일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초단체장 및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경선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이 절실한 지역은 30일까지 경선을 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인천시장 후보자 경선은 5월 9일, 경기지사 10일, 서울시장은 12일로 확정됐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장을 가장 마지막에 하자는 정무적 판단으로 다음 달 12일로 미루게 됐다”며 “여건에 따라서 앞으로 TV토론이나 정책토론회도 할 수 있으면 국민들의 유권자에 대한 판단의 기회를 주기 위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30일 부산 등 5개 지방 광역단체장 후보자 경선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선 “그것(30일)이 마지노선”이라며 “우리가 관리가 가능한 서울시와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경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고, 선관위의 위탁하지 않는 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필요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30일에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경선 일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단 지난 17일 모든 경선 일정을 중단했던 새정치연합은 22일부터 전남지사, 경남지사, 부산시장 경선후보 등록 접수를 시작하면서 경선일정을 재개했다. 경남지사는 24일, 부산시장은 25일까지 접수를 받았다. 새정치연합은 침몰사고와 관련된 전남 진도와 경기 안산을 제외하고는 이달 말까지 광역·기초 공천작업을 마쳐 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여야 모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나라가 범국민적인 추모 분위기에 잠겨 있는 만큼, 적극적인 경선 활동을 벌일 경우 비난이 쏟아질 수 있어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여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는 경선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기간을 축소하는 한편 TV토론·합동연설회 등을 없애고 홍보물 발송 등으로 선거운동을 대체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조용히 경선을 치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후보 간 경쟁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끌고 후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흥행’ 전략과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새정치연합은 지방선거 후보 선출방식 중 ‘공론조사’를 포기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론조사는 모집된 선거인단이 후보들의 토론을 지켜본 뒤 투표하는 방식이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선거인단 모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후보 등록일인 5월 15일 전까지 경선을 마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경기지사와 전남지사의 경우 공론조사 50%-여론조사 50%로 경선룰을 정했지만, 일부에서는 대규모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공론조사 방식이 부적절하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기지사의 경우 원혜영 김진표 예비후보 측은 ‘공론조사+여론조사’ 원칙을 지키자는 입장을, 김상곤 예비후보 측은 여론조사 100%로 룰을 바꾸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잡음이 예상된다.

구르기 시작하는 상임위

이 같은 가운데, 국회 일부 상임위가 가동되는 등 마비되어 있던 4월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세월호 사고 수습과 관련이 있는 상임위 개최는 연기했다.

▲ 상임위 역시 가동을 시작했다. 다만 세월호 사고 수습과 관련이 있는 상임위 개최는 연기했다. 그러나 강창희 국회의장까지 나서 국회 정상화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국회 정상화는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21일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현안논평에서 “세월호 실종자 구조 등과 관련된 유관 상임위는 정부가 세월호 구조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당분간 상임위 개최를 보류하기로 했다”면서도 “국회운영과 관련해 세월호 구조 등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부부처 소관 상임위는 정상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22일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기초연금법을 비롯한 민생관련 법안 심의에 최대한 집중해 국회 의무를 충실히 다 할 것도 논의했다”며 “또한 각 위원회별로 계류돼 있는 안전관련 법안에 대해 신속히 처리할 것도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후 23일 여야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를 비롯해 기획재정위, 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 보건복지위 등은 이날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주요 현안을 다뤘다.

다만 안행위의 경우 이번 사고수습을 안전행정부가 진두지휘하는 만큼 4월 국회 회기 내 활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7·18일과 이날 예정된 법안소위가 취소되는 등 여야 합의로 상임위 일정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교문위와 농해수위·복지위 등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는 앞으로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까지 나서 국회 정상화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강창의 국회의장은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회동을 갖고 의장을 비롯해 양당 원내대표 모두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서 그동안 많은 질타를 받은 바 있는 기초연금법 및 미방위 법안 그리고 안전과 재난 복구를 위한 법안을 임기 내에 정리해야 한다”며 “각 당이 어려운 점이 있고 지방선거 등으로 복잡하지만 정치력을 발휘하고 양보의 미덕을 살려 법안들을 처리하고 넘어가 주길 바란다”고 각별히 당부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에,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야가 합심해서 지혜를 모으는 것이 그나마 가족들에게 도리”라며 “임기도 얼마 안 남고 4월 국회도 얼마 안남은 상황임을 감안, 여야 간에 합의해서 국민안전과 관련된 법안 및 민생과 관련된 법안들은 4월 중에 처리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원내대표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권이 국회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저희는 이번 주부터 사고수습이나 실종자 수색과 직접적 관련 없는 상임위는 가급적 정상화시켜서 운영을 해왔고, 특히 법안소위와 관련해서는 여당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의 또 다른 관건인 기초연금법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전망이 흐리다. 전 원내대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는 기초연금이라는 근본적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 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경환 원내대표는 “기초연금은 야당에 공이 넘어가 있는 상황이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당이 결정되면 정리가 되지 않겠냐”고 야당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월호 후폭풍, 이제 시작

여야가 조심스럽게 행보를 시작하는 모습과는 달리,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후폭풍은 매세울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에 정부가 보인 미숙한 대처를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야권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여당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불거지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 세월호 발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도 있다. 야권에서는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여당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23일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든 국무위원이 함께 물러나면서 상황을 수습하는 방안을 박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2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내각 개편을 국면전환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사태가 워낙 엄중하고 무겁기 때문에 선거 전략 차원에서 내각을 개편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그것(개각)으로 저희들의 어떤 책임도 면제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야당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주장(내각 총사퇴)을 할 여지도 있고 현재 선거정국에서 야당의 당연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유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생존자 확인, 시신 인양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현 단계에서는 일단 사고 수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23일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혁신연대’는 회원 9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개각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신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 “지방선거 전에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경질이 이뤄져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희의를 주재하면서 책임론을 언급한 것도 ‘개각 불가피론’에 힘을 싣는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과 수습 과정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장관은 개각 대상에서 빠지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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