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단념자들로 하여금 구직 포기를 단념케 하자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고 했다.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는 말이다.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 없으면, 다시 말해 직업이 없으면 어디 가도 얼굴을 내놓기 힘들다. 집안에서도 그렇고, 밖에 나와서도 그렇다.

그러니 일없는 백수(남자실업자), 백조(여자실업자)들은 혼자 고립되기 일쑤다. 심리적으로는 우울증이 도지지 않을 수 없다. 여러모로 위축되니 패배감에 사로잡히고 더욱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나이든 이들도 그럴진대 전도가 양양한 젊은이들은 마땅한 직업을 잡지 못하면 항시 암울한 분위기에 스스로 빠지게 된다. 기껏 해봤자 이리저리 아르바이트 자리나 구하러 다니게 되고, 그러던 중 하릴없이 세월이 흘러가면 이젠 나이 제한에 걸려 정규직 취업은 더욱 요원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혼도 못해서 성가(成家)를 못하니 독서실이나 원룸을 전전하는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게 되기 일쑤다.

청년 실업에 대해 정부, 기업, 사회 모두가 나서서 대책을 세워야 하고 젊은이들을 위해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져야 함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취업을 하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니 절망한 나머지 종국에 가서는 일자리 구하기를 숫제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구직단념자가 올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문제다. 구직단념자란 비경제활동인구중 1년내 취업의사나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 취업의사가 있으나 노동시장의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킨다.

통계청이 지난 9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구직을 아예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올들어 17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구직 단념자는 지난해 12월 16만7000명에서 올 1월 23만7000명으로 7만명 늘어났다. 이어 2월에는 26만7000명으로 전월보다 3만명이 증가했다. 3월 말에는 33만4000명으로 전월에 비해 6만7000명 늘어났다.

참으로 듣기 불편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구직단념자가 연로나 심신장애 등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증가했다면 몰라도 현실적인 문제로 취업을 포기한 경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취업자들이 자신의 문제보다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모든 시장이 그렇듯 노동시장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인 임금이 결정되고 이를 신호로 시장참여자들은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 공급은 수요를 훨씬 앞지르고 있고, 임금은 하방경직성(downward rigidity) 때문에 내리지 않고 그러니 노동시장은 계속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좋은 묘안을 정책입안자들은 내놓아 젊은 나이에 구직을 포기하는 이들에게 삶에 대한 의욕과 희망을 갖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용 없는 성장’ 틀 속에서도 고용 창출과 일자리 공유 등을 위한 천재적인 해법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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