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뒷돈 상납 정황 포착, 신헌 사장까지 연루 의혹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의 납품-횡령비리와 관련한 사건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게 될지,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롯데홈쇼핑 납품-횡령비리 사건은 단순히 롯데홈쇼핑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홈쇼핑의 매출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에서다.

가령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자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자리에 입점하느냐에 따라 매출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릿값이 올라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고, 이 과정에서 뒷돈 등의 검은 거래가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홈쇼핑에서는 자리 대신 ‘시간대’가 중요하다. 이른바 ‘황금 시간대’에 방송을 타게 된다면, 그야말로 대박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납품 업체들은 바로 이 ‘황금 시간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황금 시간대, 이것은 결코 롯데홈쇼핑만의 전유물이 아닌 이유에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 검찰은 납품업체들로부터 받은 상납자금이 결국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에게까지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그룹 차원의 비자금은 물론, 이 자금이 정관계에까지 전해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검찰은 지난 1월,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들로부터 상납자금을 받아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펼쳐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당시 롯데홈쇼핑 임원급 간부에 대해 납품 업체들로부터 장기 납품 계약 등을 비롯한 각종 청탁 명목으로 수십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두고 수사를 펼쳤다.

검찰에 따르면, 임원급 간부는 홈쇼핑 납품 물류를 관리하면서 주로 중소 납품업체들로부터 홈쇼핑 입점을 비롯해 일명 ‘황금 시간대’ 등에 배정해 주는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해 왔다.

그런데 검찰은 이 같은 상납자금이 단순히 임원급 간부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봤다. 개인비리가 아닌, 회사 차원의 관행이나 조직적 상납 등의 가능성에 수사 초점을 맞춘 것. 그리고 지난 3일, 검찰은 이 상납자금이 결국 신헌(60) 롯데백화점 사장에게까지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장이 고위 임원들로부터 업무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정기적으로 상납 받아온 흐름이 잡힌 것이다.

◆檢 개인비리 아닌 회사차원 무게
앞서, 검찰은 롯데홈쇼핑 이모(47) 전 생활본부장이 납품 업체 5곳으로부터 9억 원을 수수했고, 정모(44) 전 MD가 납품 업체 1곳으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적발했던 바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비리가 개인차원이 아닌, 롯데홈쇼핑 회사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롯데홈쇼핑이 일종의 갑을 관계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납품업체에 금품을 요구했거나, 임직원들이 받은 뇌물의 일부를 상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이 같은 상납자금이 롯데홈쇼핑이나 나아가 롯데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횡령자금이나 상납자금 중 일부라도 그룹의 고위층 관계자 또는 정관계 인사들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단 인테리어 공사비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한 롯데홈쇼핑 김모(50·구속) 고객지원본부장과 이모(50·구속) 방송본부장의 경우, 업무추진비나 판공비 명목으로 롯데백화점 신헌(60) 사장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홈쇼핑은 2010년 서울 양천구 목동 임대 건물에서 양평동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당시 임대 건물의 인테리어를 원상복구하기 위해 관련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비용을 과다 지급했고 공사대금의 차액을 김 본부장과 이 본부장이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법인 자금을 횡령한 것이다.

검찰은 신헌 사장과 주변 측근들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과 관련 임직원의 진술 등을 통해 횡령한 법인 자금의 상납 시점과 전달방법, 자금관리 내역 등을 상당 부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신 사장에게 흘러들어간 수억 원 안팎의 자금이 현금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로도 건네졌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본부장과 김 본부장이 관리하는 개인 계좌에서 수시로 현금을 인출해 신 사장에게 전달했거나, 계좌와 연결된 신용카드를 신 사장이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방송시간대 따라 매출 3배 이상 차이
이번 롯데홈쇼핑 납품-횡령비리 사건을 두고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은 “유통업체의 납품 관련 비리 스캔들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의 갑인 유통업체들이 을인 납품업체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홈쇼핑의 경우 방송시간대별로 매출이 많게는 3배 이상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 특히, 납품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 옆 매장에 입점하기 위해 성로비까지 한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즉, 좋은 자리나 좋은 시간대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러한데, 철저한 감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뒷거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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