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상공 뚫려…테러 가능성 제기

▲ 군 당국이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제인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사진은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 ⓒ뉴시스

군과 정보당국이 지난달 24일과 31일, 파주와 백령도에 각각 추락한 무인항공기를 북한제로 잠정 결론내렸다. 사진 촬영만 가능한 초보적 수준의 무인기라는 것이 군 당국의 발표지만, 이를 더 발전시키면 생화학 무기를 탑재하거나 자폭 공격 등 직접적인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2일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무인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근거는 두 가지다. 무인기 부속품에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이 표기되어 있었던 점, 북쪽에서 날아와 서울을 거친 뒤 다시 북쪽으로 비행했다는 점이다.

무인기 2체, 북한제 잠정 결론

무인기의 엔진 배터리에는 ‘사용중지 날자 2014.6.25.’, ‘기용날자 2013.6.25.’라는 말이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자’는 우리 말 날짜’를 의미하는 북한 말이다. 또 군 당국이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추적한 결과, 북쪽에서 날아와 서울을 경유한 뒤 다시 북쪽으로 비행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무인기는 서울 상공을 1~1.5km 고도로 비행했다. 내부에는 일본제 캐논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었고, 카메라 분석 결과 청와대와 광화문 등 서울 중심부가 찍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상도 자체는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으로 귀환하다 파주에서 추락한 것이다. 실제로 무인기 엔진을 분해해 남은 연료량을 분석한 결과, 북한 지역으로 복귀할 수 있는 분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추락 당시 펼친 낙하산이 군에서 사용하는 방식인 ‘십자형 낙하산’이었다는 점도 무인기의 출처가 북한이라는 점에 힘을 실었다.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의 동체는 삼각형 모양이며, 날개폭 1.92m, 동체길이 1.43m, 높이 0.56m, 중량 15㎏였다.

이후 31일에는 백령도에서도 무인기가 발견됐다. 국방부는 이 무인기 역시 북한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2일 파주 및 백령도 소형 무인기 추락 관련 자료를 내어 “3월 24일 파주에, 3월 31일 백령도에 추락한 소형 무인기 합동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두고 정밀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의 한 소식통은 “백령도와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를 분석한 결과 두 기체가 연관성이 있고 동일하게 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개발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백령도 무인기’는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형태가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두 무인기 모두 비행체 전체를 하늘색으로 칠하고 흰색 구름무늬를 덧칠하는 등의 ‘위장’을 한 것과 비행 컨트롤러가 장착되어 있는 것, 동력으로 유류를 사용하는 것, 착륙 때 낙하산을 이용하는 점 등이다. 모양 자체는 여객기 모양과 스텔스기 모양으로 다를 뿐, 전체적으로 비슷한 무인기라는 것이다.

뻥 뚫린 대공망…테러 가능성 제기

2일 국방부는 파주 및 백령도 소형 무인기 추락 관련 자료에서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일본제 카메라가 부착된 소형 무인기로, 실시간 영상 송수신은 불가능하다”며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한 후 회수하는 방식으로 초보 수준의 정찰용 무인기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초보 수준의 무인기에게 청와대 상공이 무방비로 뚫렸다는 점이 문제다. 북한이 무인 항공기를 이용해 대통령의 집무실 등이 있는 청와대를 훑어보고 지나갔지만 군 당국은 아무런 징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무인기의 경우 1~1.5km 고도 비행을 하는 데다 하늘색으로 위장해 육안 식별이 불가능했고, 대부분의 지상 레이더가 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어 무인기가 사각지대를 비행할 경우 인식하지 못하거나 새떼 같은 장애물로 오인하기 쉬워 레이더 탐지도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표적에 대한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락한 무인기는 이를 더 발전시키면 테러로 활용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카메라가 800그램이니 1kg 내외의 생화학 무기는 탑재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기술력이) 안 되지만 우리도 대비책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와대 인근은 비행금지 구역인데, 초경량 항공기지만 청와대 부근 방공망이 뚫린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자살폭탄테러에 활용되는 IED(사제 급조 폭발물·Improvised explosive device)를 카메라 대신 장착해 떨어뜨렸다면 대통령도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경비가 허술해 자폭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등산객이 발견해 신고하기까지 이 항공기가 청와대를 찍은 것을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NSC 열어 대책 고심

정부는 2일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무인항공기 활용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무인항공기가 북한에서 제작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과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논의 끝에 낮은 고도로 나는 비행체를 포착하기 위한 저고도 탐지 레이더를 국외에서 긴급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2일) 저녁 5시 김장수 안보실장 주재로 NSC상임위를 열고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비행체의 추락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나눴다”며 “무인비행체 외에 기타 외교·안보와 관련된 현안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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