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추가 지분매입 통해 최대주주 등극 노려

롯데쇼핑이 2월 9일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번 상장을 통해 3조원 가량의 자본금을 조성, 2010년까지 국내외 10개 백화점,28개 할인점, 2개의 물류창고 및 슈퍼마켓 33개, 시네마관 35개 등을 신축하여 신세계를 누르고 명실상부한 국내 제일의 유통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 및 재계에서는 이번 상장의 목적이 사업 확충을 위한 자본금 모집이 아닌 롯데의 경영권 세습 작업의 일환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모집이 롯데쇼핑을 놓고 벌이는 신동빈측과 신영자측의 기싸움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23일. 롯데 쇼핑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신세계 그룹을 누르기 위해 2010년까지 사업을 확장할 것과 그 자금 마련을 위해 증자 후 국내외 주식시장에 상장할 것을 전격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오는 9일 857만 1,429주를 런던과 서울에 각각 상장해 3조 4,286억원의 자본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쇼핑이 대규모 투자자금의 유입을 통해 영업기반의 확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조치로 판단되지만 할인점 등에 대한 대폭적인 확장은 경쟁 유발의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이번 상장으로 인해 외형과 수익의 안정화, 신용 리스크 축소, 재무구조 개선, 사업 다각화 등 신용도의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효과는 이번 상장의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라는 주장이 재기되고 있다. 상장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신동빈의 롯데쇼핑 탈환작전 롯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번 상장을 신동빈 그룹 부회장의 롯데 쇼핑 탈환작전의 일환으로 풀이하고 있다. 롯데 쇼핑은 롯데그룹의 주력기업이다 그러므로 이 회사를 차지하는 사람이 한국 롯데의 후계자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신격호 회장은 롯데쇼핑의 등기 임원을 종전 17명에서 8명으로 줄이면서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과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을 배제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신 회장의 결정일 뿐 실제로 지분구도는 그렇지 않은 상태다. 현재 롯데쇼핑의 지분은 신동빈 부회장이 21.19%,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21,18%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32.05%를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칠성이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동주 부회장이 지분을 당장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지분구도대로라면 신격호 회장 사후 신동빈 부회장의 입지는 불안정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신 부회장은 아버지의 재가를 얻어 런던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게 된 것. ▲동빈, 영자로부터 경영권 인수, 동주와의 지분경쟁 승리 이번 신주발행으로 이들의 지분률은 신동빈이 14.83%, 신동주가 14.82%로 각각 낮아지게 된다. 상장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신 부회장이 제3자 등을 이용하여 상장과 동시에 일정 주식을 매입한다면 명실상부한 주인으로서 등극하게 된다. 이에 대해 증시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을 국내 시장이 아닌 런던 증시에서 실시한다는 점과 이번 상장 로드맵이 실행일에 임박해 전격적으로 발표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내 증권시장에 풀리는 롯데쇼핑 주식은 우리사주를 제외하고 전체 18%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는 런던 증시에 풀리는 것.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만약 우리나라에서 상장을 하게 되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간에 신 부회장측은 지분을 5%이상 매입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하지만 일본 국적자로서 런던에서 지분을 매입할 경우 굳이 보고 의무는 없다”고 설명한다. 즉 신 부회장측이 런던 증시를 통해 일정 부분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당 액면가 40만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지분 10%를 확보하는데 대략 1조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매입 자금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상장 시기와 방법 등을 미리 알 수 있는 신동빈 부회장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신동주씨의 경우 자금력이 있더라도 신격호 회장의 구획정리가 끝난 상황에서 섯불리 지분매입 경쟁에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신동빈씨가 명실상부한 롯데쇼핑의 부회장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신영자 부사장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러나 이번 롯데쇼핑의 상장에서 신영자 부사장의 역할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상장에 관한 모든 일은 신동빈 부회장이 실무적인 세세한 일정 하나까지도 일일이 챙긴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의 모든 경영현안들은 자연스럽게 신 부회장에게로 보고되고 있다. 또 런던과 한국에 동시상장을 결정한 것도 신 부회장이다. 그는 또한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상장관련 해외 기업 설명회에 롯데백화점 이인원 사장, 롯데마트 이철우 대표를 대동하고 직접 진두지휘했다. 신 부회장이 상장 업무 등을 통해 롯데 쇼핑의 경영 현안을 완전히 파악하고 자기 사람을 심어 놓는 작업을 통해 롯데 쇼핑의 경영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주력으로 성장한 롯데쇼핑에서 신동빈 부회장이 그룹 후계자로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반면 신영자 부사장은 그동안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슬그머니 물러서고 있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롯데쇼핑을 그룹의 주력으로 키워온 신영자 부사장의 지분은 0.9%밖에 없어 상장 후 아버지의 허락과 제1대주주로서의 권리를 획득한 신동빈 부회장으로부터 롯데 쇼핑의 경영권에서 서서히 밀려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그동안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고 동주·동빈 형제보다 손 위임에도 불구하고 딸이라는 핸디켑 때문에 후계구도에서 항상 밀려왔다고 말한다. 신 부사장 개인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부분이다. 시살 롯데쇼핑은 신영자 부사장이 경영해 왔다. 신 부사장은 1997년 롯데쇼핑의 총괄 부사장에 취임해 백화점 경영을 맞은 뒤 롯데 백화점은 신세계를 누르고 당당히 업계 1위 등극했다. 이같은 경영수완을 바탕으로 현재의 롯데쇼핑을 백회점 19개 할인점 41개, 슈퍼마켓 44개, 영화관 17개관의 대형 유통그룹으로 키웠다. 이 과정에서 신 부회장은 고교동창이기도 한 신세계 그룹의 이명희 회장과 치열한 경쟁관계를 형성하며 세간의 화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쇼핑 관계자들은 신영자 부사장의 역할이 조금씩 축소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앞으로 이명희 대 신영자의 라이벌전 같은 것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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