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인 모습, 개혁 신당 이미지는 어디에

당 의장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열린우리당. 근래 열린우리당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 했던 당 의장 후보들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경선의 판도를 180° 뒤집고 있는 분위기다. 당초 당권 도전에 있어서 양대 산맥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DY와 GT는 오히려 침묵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반면,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제 2후보군과, 제 3후보군으로 일컬어지는 40대 기수들은 눈에 띄게 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주축 세력의 교체를 위한 준비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단절된 소통체계를 가지고서는 시대에 맞는 정당정치를 펴기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변화의 필요성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더욱 다원화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똑같은 생각을 하기 바라는 정당의 지도부는 이제 점차 힘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당 내부의 다양한 이견을 조율할 수 있고,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지도부가 필요한 것이다. 시급히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 정당은 국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십인십색을 인정해야만 한다. ◈당 이름이 왜 ‘열린우리당’인가? ‘국가와 나라를 깨끗하게 하자’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창당 이념이다. 한국 정당사에 있어서 뿌리 깊게 박혀 있던 지역 구도를 타파하고 전국정당이 되고자 개혁의 세력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열린우리당. 그러나 처음의 그 뜻과는 다르게 현재 열린우리당의 모습에서는 개혁도, 전국정당을 위한 포용도 그 어떤 것 하나 읽어낼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으로 기존의 낡은 정치를 보여주던 정당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피력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열린우리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새롭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말뿐인 전국정당이고, 말뿐인 포용인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바닥에 떨어진 당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시 말해, 말뿐인 변화가 아닌 실천을 통한 변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여 지는 이미지의 변화보다는 내부적인 구조와 당의 이념에 맞지 않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열린우리당’이라는 당의 이름부터 깊이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는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당의 이름만 보아도 열린우리당은 수구나 보수의 폐쇄적 성향의 정당들과는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야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폐쇄성이 짙다고 여겨지던 한나라당보다도 더 폐쇄적인 내부적 모순에 빠져있다. 전국정당이 되기 위해서 또, 열려있는 당이 되기 위해서는 너와 나의 구분을 하지 말고 과거에도 연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상 현재 열린우리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의장을 선출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면 당의 떨어진 지지율을 복원시켜 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이유에서이다. 계보가 있고, 꼭꼭 잡고 있는 손이 있는데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양성에 대해 열려있는 정당을 구현해야 만이 작은 희망이라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군과 적군도 구분 못하는 폐쇄적 열린우리당 스스로 전국정당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대치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어렵게 영입해온 인재들에 대해 텃새까지 부리는 모습을 보면 과연 열린우리당이 열려 있는 당인지, 닫혀 있는 당인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사실 열린우리당은 김혁규 의원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국정당을 표방하기는 했지만, 열린우리당이 영남지역에서 세를 확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군림하고 있던 영남지역의 민심은 문을 걸어두고 누구에게도 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관선 1회, 민선 3회라는 보기 드문 경력을 지니고 있던 ‘김혁규’라는 인물은 열린우리당에게 있어서 충분히 당략적으로 가치 있는 인물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 한나라당에 당적을 두고 있던 김혁규 의원은 경남지역에서 ‘작은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남도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실제로 그가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기며, 도지사 자리를 내 놓았을 때 경남도민들은 눈물로 퇴임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던 김혁규 의원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치적 가치관과 열린우리당의 창당 이념이 일치한 이유에서이다. 열린우리당의 “국가와 나라를 깨끗하게 하자”는 창당 이념은 그동안 ‘좌불안석’의 심정으로 한나라당에 적을 두고 있던 김혁규 의원에게 있어서 반가운 일이지 않을 수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그가 한나라당에 적을 두게 되었던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YS에 의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김혁규 의원으로서는 당시 YS의 대통합 정국에 휘말려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이당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되어버린’ 이당이었기에, 김혁규 의원이 후에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은 철새들의 이동과는 구별되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본다면 김혁규 의원 또한 민주당을 친정으로 두고 있기에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한 뿌리를 두고 가지를 달리한 ‘식구’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며, 김혁규 의원의 정치적 역량을 펼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주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텃새와 폐쇄성 때문이다. ◈언제까지 ‘인재 죽이기’만 하려하나 열린우리당은 커다란 자기 착각에 빠져 있다. 인재를 영입하기만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착각이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들이 한 인물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 인물이 지금까지 해온 정당 활동이나, 정책적 성향에 있어서 꾸준히 축적되어온 이미지가 주요한 것이다. 또한 그것에 더해 현재에도 또, 미래에도 과거와 같은 꾸준함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마음은 쉽게 돌아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례로, 열린우리당이 영입했던 김혁규 의원의 경우에는 당에서 그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면서 아까운 인재를 썩혀가고 있었다. 그것은 김혁규 의원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당 전체적으로도 문제인 것이다. 진정으로 전국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김혁규 의원을 활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의 폐쇄성 때문에 지금까지 그러지 못해왔다. 근래 열린우리당은 떨어진 당의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해법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 내부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임에도 그들은 겉꾸미기에만 급급해 있다. 열어 놓고 있다고 하면서 실상은 어느 당 못지않게 닫혀 있는 그들의 현재모습으로써는 ‘희망’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내부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토사구팽식’으로 영입 후 당략만을 취하고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전락시켜버렸던 열린우리당은 반성에 반성을 거듭해야만 한다. 또한 적재적소에 인재를 풀어놓지 않아 ‘인재 죽이기’를 일삼아 온 당의 어리석음 또한 반성해야 한다. 김혁규 의원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인지, 어느 정도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는지 열린우리당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영입에 열을 올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혁규 의원 같은 경우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인재임이 분명하다. 경상남도라는 거대 지역을 눈에 띄게 경제발전 시켜놓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상남도의 발전은 곧 국가 경제의 발전으로 직결된다. 이런 인재를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버린 열린우리당. 인재를 영입한 그 당시에는 지지 세가 확장될 수 있었겠지만, 지속적으로 인재의 역량을 펼칠만한 무대를 마련해주지 않음으로써 당도, 인재도 동반 몰락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열린우리당은 김혁규 의원 같은 인재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함이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진 빚을 갚고, 다시금 경남지역의 지지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제 시선을 돌려봐야 할 필요가 있다. 폐쇄적인 성향으로 특정 후보만을 지지하는 모습은 당 이념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당의 보수성을 키우는 ‘독’이 되는 것이다. 텃새를 놓는 창당 세력들이나, 특정 후보만을 고집하는 계파들. 오히려 그들이 열린우리당에는 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쌓아 온 열려있고, 개혁적이라는 당의 이미지에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단점이 아닌, 장점이다 폐쇄성과 텃새에 의한 흠집 내기도 만만치 않다. 당 의장 경선을 앞두고 빅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DY와 GT의 막상막하 신경전에서도 흠집 내기 식의 상호 비방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게도 구설수에 많이 오르내렸던 인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그런 상호 비방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뜻하지 않은 인물에 대해 설득적이지도 않은 논리를 내세우며 흠집 내기를 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폐쇄성과 텃새의 또 하나 예이다. “김혁규 의원은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많이 들어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세대와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지도자라면 한번쯤 고려해볼만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혁규 의원은 젊은 40대 기수들보다도 오히려 세계화와 현실적 감각에 있어서 앞서 있는 인물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보다 한참 앞선 선진국에서의 오랜 시간 경제활동을 해 온 이유에서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나이가 김혁규 의원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또 고건 전 총리가 김혁규 의원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명박 시장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나이를 가지고 화살을 쏘지는 않는다. 고건 전 총리도 마찬가지다. 그가 대권 도전을 향해 발걸음을 분주히 하고 있음에도 누구하나 그의 나이를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다. 이명박 시장과 고건 전 총리가 그렇듯이, 그 나이는 풍부한 경험과 포용력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괜한 흠집 내기는 자신의 살을 깎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제 열린우리당은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시대에 맞지 않는 폐쇄적인 성향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여당으로서의 덕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양극화 해소의 방안. 그리고 국민 화합을 위한 시작은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개혁은 이번 열린우리당의 2.18 경선을 통해서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인물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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