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발상지를 넘어 세계 저가 의류 메카로 급부상 중

올 해 우리나라는 경기지표가 일제히 반등할 것에 대한 기대감에 충만해 있다. 이에 따라 신년사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마치 올해 있을 경기회복이 참여정부의 업적인 냥 미리부터 이야기 하고 있다. 또 각 기업 회장들도 신년사에서 올 해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양하는 한 해로 설정하고 공격경영의 기치를 올렸다. 그러나 올 해 경제회복으로 사회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해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서민경제는 지난 IMF 외환위기 때나 지난 70년대 국토개발 시절이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주식시장, 반도체·바이오 시장 등이 자본가와 기업의 시장이라면 재래시장, 상가 등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생활터전이다. 이곳에서 서민들은 한 켠에서 고등어를 팔기도 하고 학용품 및 악세사리를 팔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불법 노점을 차리고 떡볶이에 순대를 팔다가 노점 단속반이 나오면 재빨리 이동하는 모습을 일상에서 볼 수 있다. 무질서 한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인정과 배려 속에서 국가경제 여부와 상관없이 도도하게 흘러가는 모습이 서민경제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우리 경제 최후의 희망으로 여겨진다. 특히 서민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소규모 의류산업은 동대문 특구를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의류시장의 중심이자 전 세계 서민 의류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는 동대문시장, 이 중에서 옷 유행을 창조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비자의 외면 속에서 도태되기도 하는 패션의 매카 서민의류시장을 찾아보았다. ▲의류유통의 꽃 소매시장 의류산업은 3공화국 이후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해 온 대표적인 사업이자 친 서민적 산업이다. 현재 의류산업은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옷 시장을 제외하고 이랜드, 크로커다일, 뱅뱅 등 특정 브랜드와 전용 매장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기업형과 데코, 엘르 등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점포형, 그리고 동대문시장 등을 거점으로 하는 시장형이 있다. 이 중 시장과 인터넷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서민형 옷들은 대부분 동대문 시장의 도매 의류타운을 거친다. 도매시장 디자이너가 패션을 구상하고 디자인을 만들면 그것을 하청공장에서 받아 옷을 제작, 도매상가에 납품한다. 그러면 새벽 혹은 밤 시간 등에 소매상가에서 물건을 고르고 주문하면 사입자, 즉 배달 전문 일꾼들이 물건을 배달하고 온라인으로 돈을 입금하면 거래가 끝이 난다. 이 때부터 옷들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선택 여부를 결정 받게 된다. 이처럼 동대문 의류특구에는 하청공장과 도매상가를 거쳐 두타·밀리오레 등 소매시장에서 소비자로 이어지는 의류유통 인프라를 완비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서민들이 입고 있는 옷들 중에는 인터넷, 홈쇼핑, 지방 소매상점들 등을 막론하고 이 곳들을 거치지 않은 옷이 별로 없다. 평화시장 등 도매 의류시장과는 달리 소매의류시장은 일정한 시간동안 손님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동대문에 위치한 소매시장들의 경우 의류 특구답게 24시간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중 동대문 밀리오레의 경우 오전 11시에 개장하여 새벽 5시가 되면 마감한다. 밀리오레뿐 아니라 대부분의 소매 의류시장들이 대체로 오전 11시에 가게문을 열고 있다. 이는 새벽 4시경부터 9시까지 도매의류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후 매장에 진열하는 시간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옷은 고객들에게 자신의 맵시를 최대한 뽐내야 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맘에 드는 옷을 구매하는 데 이곳에서 팔려나간 옷들이 일부는 송혜교, 전지연 등 스타급 연예인들에 의해 전국적인 유행으로 들풀처럼 번지기도 한다. 유명 연예인의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고 있는 K씨는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밀리오레, 두타 등 동대문 소매시장을 방문한다. 이 곳에서 배역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악세사리와 옷 컨셉을 잡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주한 외국인들에 의해 수출길이 열리기도 한다. 동대문에서 소매상점을 하고 있는 이정길(가명, 42세)씨는 나이지리아 노동자에 의해 아프리카로 수출길을 연 케이스이다. ▲동대문 소매시장 시장, 고용효과 2만여명 동대문 소매시장 빅3 중 하나인 밀리오레의 경우 의류 매장은 지하 2층부터 지상 8층까지 10개층에 걸쳐 1,000여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층 당 100여개씩 의류매장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각 점포마다 주인 부부, 판매원 등 총 2~3명이 팀을 이뤄 일하고 있다. 여기에 하청공장과 의류도매 상가, 밀리오레 사이에 물건을 운반하는 일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전체 500여명 가까이 된다. 또 경비 및 사무보조자 등 100여명을 포함할 경우 밀리오레 의류상가와 관련돼서만 총 3,600여명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 점포마다 부부가 나와서 일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1,6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밀리오래 옷가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 등과 옷 소매시장에 반드시 따라붙는 악세사리 점포 등까지를 감안한다면 총 고용효과는 4,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동대문 소매 의류 시장이 밀리오래 말고도 두타, 거평프레야, 두산타워 등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총 2만여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소매상인들의 24시 이들은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에 청평화시장 등 의류 도매시장으로 출근한다. 하루 장사할 물건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죄다 구매한 뒤 사입자들을 통해 점포로 물건을 배달한다. 그러면 10시 30분까지 물건을 진열한 후 11시부터 본격적인 장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24시간 내내 손님들이 분비는 것은 아니다. 동대문 시장에 있는 정소라씨는 “낮시간에는 손님들이 많지 않은 편이고 대부분 5시 이후부터 8시까지, 12시부터 2시 사이에 몰리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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