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본연의 역할은 흔들림 없이 수행돼야 한다

금융감독원 이전에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이 있었다.

80, 90년대 취재기자 시절 보감원은 경복궁 근처에 있었고, 증감원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 입주해 있었다. 은감원은 서울 남대문 한국은행 내 서쪽 별관에 자리 잡고 있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세 감독기관은 통합됐다. 한 지붕 세 가족처럼 그렇게 모였다. 기억으로는 당시 은감원이 통합에 난색을 표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한은독립’을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던 터라 한 식구인 은감원과 이별하면 전력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이었으리라.

각설하고, 당시 취재원이었던 국장 급 인사들은 거개가 별 탈 없이 시중은행장 등 금융계 수장 또는 감사 등으로 자리를 옮겨 관운(官運)을 말끔히 소진하고 초야로 돌아갔다.

금감원은 지난 1999년 1월 2일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1997. 12. 31, 제정)’에 따라서 설립되었다.

그런데 몇 해 전 저축은행 대출 비리 사태에 금감원 일부 인사들이 연루되면서 또 다른 불명예스런 명칭이 생겨났다. ‘금융강도원’이란 참담한 이름이다.

이번엔 금감원 자본조사1국 소속인 A 모(50) 팀장이 KT ENS의 협력업체의 1조8000억대 대출 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금감원에 대한 '관리 감독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금감원 등에 따르면 A 모 팀장은 금감원이 관련 조사에 착수한 지난 1월에 대출 사기범 등에게 이 사실을 알려, 사실상 해외도피를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수년 전부터 대출 사기범과 어울리며 해외골프접대를 받고 수억 원의 금품·향응을 받았다고 한다.

한 금감원 직원은 이런 글을 오래 전 남겼다.

“7주간 진행된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1차 경영진단은 '건전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령과 더위와의 싸움이었다.……이것은 마치 미세한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찾아내는 것과 같아서, 때로는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였고,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하는 고행이었다…”

금감원 극히 일부 인사들이 비리에 연루돼 전체를 욕 먹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가릴 것은 가려내고, 치죄(治罪)할 것은 엄히 다스려야 한다.

금감원은 본연의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 다만 이번 일이 또 ‘과거 한 때 있었던 일’의 일과성 사태로 끝나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하여간 애먼 여러 금감원 직원들만 이번에 또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게 됐다.
[시사포커스 / 김남주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