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밴드 '스웨터' 2집 <허밍 스트리트>(Humming Street)

한 밴드가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이제 팬들이 자신들의 음악에 싫증내기 시작했을 때? 앨범을 냈지만 반응이 없었을 때? 멤버가 싹 교체되어 같은 음악을 하기 힘들어졌을 때? 지난 해 리더 신세철(32), 보컬 이아립(30), 키보드 임예진(27)이 모여 결성된 3인조 혼성 모던 록 밴드 '스웨터'의 1집 <스타카토 그린>(Staccato Green)은, 발랄하고 상큼한 사운드에 문득문득 들려오는 '어색함과 딱딱함'으로 개성을 더해, 그 해에 대개련에서 선정한 '2002년 베스트 음반 5'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모던 록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그러나, 1집에서 얻어낸 모던 록 팬들과 비평가들의 주목을 이제 일반대중들에게로 전이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이번 2집에서, '스웨터'는 대대적인 변신을 감행해 버렸다. 바로, 1집의 귀여우면서도 어딘지 어색한 사운드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국내 록 밴드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애시드 재즈풍의 사운드로 급속 변환해 재등장한 것. 음악의 쟝르 구분 논쟁만큼 허망한 것도 없지만, 이번 2집 <허밍 스트리트>(Humming Street)의 경우, 더 이상 '모던 록'이라는 언급을 꺼내기도 힘들 정도로 1집과 이질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베이스와 키보드의 역할이 대폭적으로 강조되고, 애시드, 펑키, 일렉트로닉, 보싸까지 휘집고 다니며 전체적으로 그루브한 느낌을 주는 이번 앨범에는, 관현악까지 동원돼 1집의 단순명료한 사운드에서 '의도적으로' 멀어지려 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새로 영입한 멤버인 베이스 신지현(27)의 성향이 반영된 까닭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대폭적 변화에는 1집에서 얻은 인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찾지 못했다는 '스웨터'의 불안이 그 중심부에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재즈풍의 경쾌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No.7'으로 시작해, 보기 드문 샹송풍의 사운드 '웨어에버 왓에버'(Whereever Whatever), LP를 듣는 듯한 효과음을 첨부한 '평행선', 경쾌함에서 벗어나 기묘한 종류의 몽롱함을 선사하는 '스프링 파워, 스프링 데이즈'(Spring Power, Spring Daze)로 이어지는 이번 2집은, 1집을 발표하면서 내걸었던 '따뜻한 음악, 상큼한 음악, 밴드 음악의 카테고리 안에서 말랑말랑한 느낌의 음악'이라는 개괄적 '스웨터' 사운드 정의에서 볼 때 크게 '배신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그러나 변화의 시기와 변화폭, 그리고 변화 의도 등을 생각해보면, 알쏭달쏭한 것 투성이이며, 2집이 1집에서 '진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스웨터' 매력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보컬 이아립의 목소리를 1집에서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게 활용했다는 점일 것이다. 육중한 느낌과 담백한 느낌, 갈라질 듯한 발랄함과 일렁이는 우울함이 공존하는 이아립의 독특한 보컬은 1집에서 '발랄, 상큼' 모드로만 밀어붙여져 단조롭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2집에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지닌 다양한 개성들이 충돌하는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어, 1집 팬들이 느끼는 '충격'에 어느 정도의 완충작용을 담당해주고 있다. 이번 앨범의 제목 <허밍 스트리트>(Humming Street)는 우리 말로 번역하면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 거리' 정도가 될 것이다. 실제로 노래들의 가사 역시 걷고, 달리고, 차를 타고 다니면서 보는 풍경들을 스치듯 가볍게 묘사하고 있다. 어쩌면 '스웨터' 는, 이렇듯 각 쟝르를 '스쳐지나듯' 훑어보고, 자신만의 세계가 무엇인지를 꾸준히 고민하며, 그 고민을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담당하는, 독특한 성향의 밴드일 수도 있을 듯하다. 이문원 기자 fletc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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