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뒷맛이 씁쓸하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은메달을 두고 점화된 '부정 판결' 논란에 범국민적인 분노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얼음 위를 떠나는 김연아와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서로에게 건넨 메시지가 눈에 띈다.

21일 김연아는 운동하면서 라이벌이 있으면 누구이며, 왜 뽑게 됐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사다 마오를 꼽았다.

김연아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사다 마오"라며 "오랫동안 같이 비교도 당했고 경쟁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둘만큼 꾸준히 비교 당하고 같이 경기하고 그런 선수도 얼마 없었을 거 같다"고 전했다.

아사다 역시 김연아를 라이벌로 의식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사다는 21일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주니어시절부터 계속 같은 아시아인으로 주목 받았는데 그런 점에서 나도 성장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10여년 이상 경쟁을 펼치며 늘 비교 대상이 됐다. 이번 소치올림픽까지 포함한 상대 전적에서는 김연아가 16전 10승 6패로 근소하게 앞선다. 비록 2009년 이후 김연아가 7승 1패로 크게 앞섰지만, 두 사람의 경기는 매 차례 한·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아 왔다. 즉, 언론에 의해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는 더욱 부각되었던 것이다. 거기에 따르는 국민들의 관심도 대단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감정은 단순히 라이벌 수준이라고 부르기엔 모자라 보인다.

김연아는 아사다가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쏟아낸 것과 관련 "몸 풀러 왔을 때 아사다 경기가 하고 있어서 TV로 봤는데 (아사다 마오가)울먹일 때 저도 울컥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아사다는 일본에서, 나는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겨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그래서 그 선수의 심정을 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고생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아사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사다는 "그녀(김연아)는 내 스케이트 인생에서 하나의 좋은 추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김연아는 대단히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로에 대한 경쟁의식 전에, 공감과 존경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라이벌이라고 칭하기에는 부족한 사이가 아닐까.

김연아는 이번 소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아사다 역시 "내게는 소치가 마지막 올림픽"이라며 은퇴를 시사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은퇴 여부는 3월 세계 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밝히겠다고 전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10여 년 간 라이벌 구도를 이어온 두 피겨 요정들이 빙상을 떠나거나, 떠날 예정인 것이다.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 빙상 위를 떠날 두 사람을 이제 라이벌이라기 보단, 친구라 칭하고 싶다. 고생했다, 두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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