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홍명보 감독이 다음달 6일 아테네에서 열리는 그리스전 대표팀에 박주영(29․왓포드)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박주영의 발탁 이유에 대해 “지금껏 고수했던 기준과 다르지만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전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만큼, 이는 홍 감독이 이번 경기를 통해 박주영을 평가한 후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박주영 발탁을 두고 네티즌들의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한동안 대표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박주영의 발탁에 그의 전성기 시절의 경기력을 기대하며 응원하는 긍정적인 시선이 있는 반면, 눈살을 찌뿌릴만한 내용의 욕설이 가득한 내용도 있었다. 심지어는 홍 감독에 대한 감독 자질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박주영의 배경 발탁에 대한 관심이 수 없이 쏟아졌다.

박주영은 지난 2011년 8월 큰 꿈을 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아스날에 입단했다. 하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결국 기존의 주급 삭감을 받아들이면서까지 왓포드로 임대되어 이틀만에 출장하며 복귀에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1경기만에 무릎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계속되는 악재에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다.

홍 감독이 “소속구단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는 선발하지 않겠다”라고 공언해 왔던 만큼 현 상황에서의 박주영은 사실상 대표팀 명단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을 직접 깨고 박주영을 불러들였고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부여했다.

홍 감독은 ‘원칙주의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만큼 자신의 원칙에 철저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런 그가 박주영을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그만큼 우리 대표팀에는 박주영이라는 카드가 ‘절실’하다는 뜻이다.

홍명보호는 월드컵을 앞두고 실시한 브라질전, 미국전을 통해 공격수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김신욱과 이근호가 출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실전 경험이 부족한 이들만으로는 100%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주영이 전성기 때 만큼의 실력발휘를 해 준다면 이러한 고민은 단숨에 해결될 수 있다.

홍 감독은 “박주영의 실전 감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박주영과 통화를 해 보니 지금 컨디션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어떤 선수보다도 의지가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논란 속에서도 박주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며 믿음을 보였다.

홍 감독은 지난 2012런던올림픽 당시, 병역논란에 휩싸여 있던 박주영을 발탁해 수없는 비난을 감내해야 했지만 박주영이 스위스와의 조별 3차리그에서 헤딩으로 선제골문을 터뜨린 것으로 시작해 일본과 동메달결정전에서 결승골을 넣는 활약을 하며 스승의 믿음에 화답한 선례가 있다. 당시 홍 감독에 대한 비난에서 시작한 박주영 발탁은 올림픽 후 ‘홍 감독의 결단력’으로 평가받았다.

오랜만의 출장, 쏟아지는 관심으로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박주영은 스승이 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부디 좋은 경기를 펼쳐 선수 자신도 다시 우뚝 서고 스승의 판단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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