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장화·홍련

요즘 흥행하는 영화들을 보면 공간 디자인이 화제가 되는 것이 많다. 최근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장화·홍련등 공간의 이미지가 그 영화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만큼 영화속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속 이야기 최근의 흥행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공간디자인너 정구호씨는 영화<정사>를 하면서 불가능한 것들을 보안해 영화 속세계를 구성하는 SF나 시대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 스캔들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재용 감독과 정구호 디자이너가 합의한 컨셉은 '우아하면서 화려함'이었다. 돈으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고자 하는 명품족이 조선시대에는 없었겠는가 하는 반문에서 컨셉은 나올 수 있었다. 경박하지 않은 화려함, 장인정신이 깃들여 있는 고급스럽고 화려함으로 표현하길 원했다. 영·정조 시대는 풍속도가 증언하듯이 여성의 저고리의 길이가 짧아지고 소매통이 좁아진 시대였으며 몸매를 드러내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래서 <스캔들>은 자료가 전하는 조선 후기 복식의 구조는 보존하면서 배색을 혁신했다. 조선 후기 일부 계층이 누린 일상의 사치는 '삶의 질'에 집착하는 요즘 부유층이 무색할 정도로 한계를 몰랐다고 디자이너 정구호씨는 말한다. 온돌에는 불을 땔 때마다 솔 향기가 은은히 감돌았으며, 부유한 가정의 도배는 종이뿐 아니라 비단도 썼다고 한다. 그래서 바닥이야 재현할 도리가 없지만 조씨 부인의 방 내벽에는 비단을 발라 재현하였다. 조씨 부인의 가구는 방 주인의 성격에 어울리는 취향으로 골랐으며 제작은 명인으로 공인된 소목장, 자개장이 맡았다. 어느 방에 들어가도 비슷한 고가구로 채워졌던 기존의 사극과 달리 나무의 종류까지 달리해 전통 목가구안에 존재하는 차이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려 했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속에는 사대부 부인들이 거울, 보석, 호피 같은 중국 수입품들을 늘어놓고 수다를 떠는 한 장면이 있는데 조씨 부인의 방에 놓인 도자기는 쇳가루 성분이 있는 유약으로 대담한 적갈색을 낸 중국풍의 철화 항아리들이다. 정절녀 숙부인의 거처는 친정 어머니가 물려준 강화의 우화당과 역병을 피해 잠시 머물다 조원을 만나는 좌의정 별채 두 곳이다. 소나무, 오동나무 재질의 친밀한 목가구가 꼭 필요한 만큼 다소곳이 들어앉아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먹감나무 장과 사방탁자, 나무 결 안에 진한 색과 밝은 색이 섞여 있어 이색적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자수가 소일거리인 외로운 처지라 수를 놓은 소품과 자수 틀을 들여놓았고 담백한 청화백자를 넣었다. 꽃꽂이를 빼놓을 수 없는 것. 모란, 작약, 수국처럼 공격적이고 풍만한 꽃, 홍화물을 들여 불꽃처럼 흩어지는 강아지풀 다발이 조씨 부인의 꽃이라면, 숙부인은 내성적인 국화와 들꽃으로 족했다. 그녀들의 집을 둘러보자. <장화·홍련> 가족괴담. 성장의 공포와 더불어 흉흉한 집을 중심에 두는 '하우스 호러' 장르를 영화의 키워드로 설정한 영화인만큼 집의 공간이 중요했다. 전남 보성국 율어면 율어 저수지 부근의 야외세트아 양수리 종합 촬영소 안에 건설한 네 개의 실내 세트로 자매들이 사는 집의 겉과 속을 재현했다. 세트를 짓고 외관과 내부를 꾸미는데 소요된 비용은 8억원정도. 전체 미술비용이 예정한 크기에 2배에 달했다고 한다. 실내 세트는 1층과 계단, 2층 거실과 수미수연 방 입구, 다락으로 오르는 계단 입구를 포함한 세트와 수미수영 방, 화장실이 있는 세트를 둘로 나누었다. 김지운 감독과 조근현 미술감독이 선택한 건축 양식은 일본식 가옥이다. 관객에게 생소하고 한옥에 비해 포용력이 떨어진다는데 이유가 있다. 벽과 기둥을 별도로 마감재로 감싸지 않고 노출시켜 구조적으로 복잡한 느낌을 받도록 했다. 영화가 일본 스크린에 공개될 경우도 잊지 않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확한 재현에도 신경을 썼다. 또한 김지운 감독의 도 다른 집착은 꽃무늬 벽지와 좁은 계단. <조용한 가족>때에도 유난히 선호했던 감독은 단순한 사방무늬 벽지를 물리치고 자매의 방을 꽃무늬 벽지로 도배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구조를 세우고 내부를 완전히 드레싱해야 하는 미술팀의 작업은 스크린 공간을 지배한다. 세트 장식에 들어갈 물품 후보 파일이 몇권씩 될 정도 까다롭게 선정하면서 물품 구매를 위해 뛰어다녔던 프로덕션 디자인너, 전문 아트디렉터와 미술 스탭, 소품스탭등의 열정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큰 몫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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