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법 정비 및 특수고용직 인정 등 통해 제도개선 이뤄야

다단계 판매방식은 1987년 미국의 암웨이에 의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다. 그러나 이 방식은 도입 초기 하부 판매조직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 후 우리나라는 방문판매법 등 각종 법제마련 등을 통해 건전한 다단계 판매방식을 양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도 진로, 풀무원, 웅진, 애경 등에서 다단계 유통방식을 도입,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도 있다. 반면 피라미드라고도 불리는 비합리적 다단계의 소비자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보험업계 등에서 불법 피라미드 형 판매방식이 적발돼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이하 안티피라미드)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에서는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 등을 통해 피라미드의 피해를 일소하고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다단계 문화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단계 판매? 그거 피라미드쟎아. 그거 다 사기여 사기...” 구로동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한 아줌마가 한 말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다단계가 다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단계 판매는 복잡한 유통구조와 고액의 광고비를 일신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다이렉트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발상의 혁신적 전환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각 대학 경영학과에서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주요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한탕주의적 목적으로 설립된 다단계 회사와 일부 사행심에 젖어 있는 판매원들의 과도한 사재기 혹은 배팅 등으로 하위 조직원의 피해를 대량 양산하면서 다단계 판매는 사기적 판매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금융권으로 확산된 피라미드 새해 벽두부터 피라미드 판매방식이 다단계 유통업체를 넘어 보험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좋지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은 작년 5월 12일부터 6월 8일까지 에셋보험, 우리모두, 21세기우리모두 등 3개 보험대리점에서 피라미드 방식의 보험모집행위를 적발, 보험대리점 등록취소,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관련 임직원들에게는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기획 부동산업체들도 금융 피라미드 형태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그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도 다단계 보상플랜들 적용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가로채고 있다. 실제로 전라북도 전주에서는 한 기획 부동산업체가 이같은 방법으로 투자자 270여명을 모집하고 100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일반 피라미드의 피해사례 한편 일반 다단계 업체에서의 소비자 피해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안티피라미드는 작년 한해 피해상담 사례가 가장 많이 들어온 업체를 선정 발표한 바 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주)멤버쉽뱅크코리아와 (주)브리엔퍼비앤피의 경우 판매원 대부분이 대학생 등 20대 초반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부는 미성년자도 판매원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취업이나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이곳에 가입한 후 학자금대출 등을 통해 초기 제품 구입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많은 판매원들이 공제증서 혹은 증권 등 기본 권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알려주지도 않아 피해자들이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앉아서 당하는 경우가 많다. TNC.NET의 일부 상위 다단계 판매원들이 설립한 (주)제이앤비앤에스의 경우 다단계 판매원이 제품을 구입한 후 청약철회를 요구할 경우 상위 판매원의 동의 절차를 구해야 하는 제도를 만들어 사실상 철회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하위 판매원들을 모집할 때 방위산업체 취업이라며 허위 정보를 알려줘 판매원들을 미혹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퓨온(주)의 경우 일부 상위판매원들이 하위 판매원을 모집하는 행위 중 집단으로 합숙시키는 경우가 있다. 또한 판매원이 되기 위해서는 판권 등의 명목으로 300-400정도의 제품을 구입해야하며 구입 후 공제증서가 발급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자와 소비자 분리 제도화해야 암웨이 이후 다단계 판매방식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19년이 지난 지금. 풀무원, 애경, 세모 등 기업들이 다단계 유통방식을 채용하는 등 많은 발전을 해 오고 있으나 TMC 순수 다단계 유통업체들에는 아직까지도 소비자 및 하위 판매원들의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안티피라미드의 오상록 간사는 “방문판매와 달리 피라미드는 순수 소비자가 없으며 판매자가 곧 소비자인 특수한 구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문판매의 경우 하위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 시스템이라면 피라미드의 경우 하위 판매원이 상위판매원의 수수료를 부양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때때로 강매 등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러므로 다단계 판매조직이더라도 판매원과 소비자가 분리된 순수 직판이 개념이라면 피라미드의 피해사례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LG건강, 진로, 풀무원, 애경 등이 판매원과 소비자가 분리된 형태의 다단계 판매조직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 법률만 제대로 지켜도 피해 최소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재의 법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오 간사는 “다단계 업체들이 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만 철저히 지켜도 피해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티피라미드측에서 올린 대표적 피해사례들은 업체들이 동 법의 금지조항 중 일부 혹은 상당부분 위반한 케이스가 많다. 오 간사는 “다단계 판매회사들이 어느정도 위법한 행위를 했을 경우 바로바로 제제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무부처에서 상시 모니터링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일반적으로 시정조치나 조금 심할 경우 수 일간 영업정지를 내리는 선에서 마무리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동법 제11조(금지행위) 중 1항의 “재화등의 판매에 관한 계약의 체결을 강요하거나 청약철회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할 목적으로 소비자에게 위력을 가하는 행위” 중 소비자에게 위력을 가하는 행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오 간사는 “피해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이 이 조항에 대한 위반행위에 속하는 데도 법령이 모호하여 처벌할 규제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특수고용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그리고 일각에서는 현재 정치권에서 계류중에 있는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범위에 다단계 판매원들이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4년 8월 민주노동당 단병호의원에 의해 제기된 특수고용직의 법적 지위 향상에 대한 논의는 열린우리당에서도 정권교체 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민생현안 1순위로 거론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특수고용직에는 대표적으로 보험설계사, 트럭운전사, 골프장캐디 등이 해당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다단계 회사의 판매원들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가 보험회사와 학습지 회사 등에 대해 갖는 법률적 지위가 다단계 회사에 대한 판매원의 지위와 동일하다는 점 예로 든다. 또 풀무원, 화장품 판매 사원 등 다단계와 유사한 방문 및 직접판매 종사자들이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도 이 주장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이 관계자는 “판매원들에게 법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다단계 판매회사들의 기만적 행위를 견제 및 자율감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피라미드의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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