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시민의식 가진 민도 높은 국격(國格) 보여줘야 할 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일본과 우리나라 관계가 심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놓고 모미이 가쓰토(籾井勝人) 일본 NHK 회장이 설 명절에 "위안부 문제는 일본뿐 아니라 모든 나라들에 다 있었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뒤이어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독도 문제를 단독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우리 국민의 격분을 사고 있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가 매일 그 수위를 더해 가면서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외교부는 “ICJ 제소 검토 운운 그 자체가 허언에 지나지 않는 무의미한 짓”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나라가 동의하지 않으면 ICJ 재판은 애당초 성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일본이 ICJ 제소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해서 이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본의 ICJ 제소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하자, 노다 당시 일본 총리도 같은 카드를 내밀어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려고 한 적이 있다.

한일관계가 이처럼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건 아베 총리가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지난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에서 비롯됐다.

이를 놓고 우리나라와 함께 일본 군국주위 피해자 중국, 나아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보다는 아베 정권 지지층인 일본 보수층을 끌어안으려는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이후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냉각되고 있다.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지난 2006년 8월 고이즈미 전 총리 이후 현역 총리는 7년 4개월 만의 참배이다.

이런 일련에 걸친 일본의 도발적 망언, 망동에 우리 모두는 분노하고 있다. 가해자인 일본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일본에게 많은 설움을 받았다. 36년에 걸친 식민지배 기간 동안 온갖 수모와 수탈을 감내했었다.

그런데 일본은 위안부 문제, 징병 징용에 대한 보상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야스쿠니 참배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우리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니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인상이다.

외교전문가들은 일본의 자극과 도발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자칫 감정적인 대응을 앞세우다가는 아베 정권의 술책에 말려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망언, 망동에 우리의 대응은 엄정함을 잃지 않으면서 냉철한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다음 세대의 역사·영토인식에 영향을 미칠 일본의 그릇된 교육문제 등에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꼼수에 끌려들어 갈 이유는 없다.

국제사회의 여론은 일본에 비판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이럴수록 우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한일관계를 냉철하게 관리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위안부·역사·영토문제가 아베나 자민당 정권을 넘어 한일 두 나라의 국민감정 싸움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아전인수 격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 차근차근 세부 쟁점별로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우리 모두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민도(民度) 높은 국민으로서 상대국보다는 한 차원 높은 국격(國格)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그러는 한편 군국주의의 부활, 군사대국화, 전쟁 가능 국가로의 발 빠른 이행 등을 향해 가고 있는 아베 정권의 행보에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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