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각종 논란 등 악재 시달려

최근 삼양식품이 “1989년 ‘우지파동’ 이후 최대 위기”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삼양식품이 위기를 맞이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전인장 현 회장의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 삼양식품은 현재 라면 업계 3위에 안착해 있다. 2위 오뚜기와의 차이는 미미하지만, 1위 농심과의 격차가 커 삼양식품의 1위 탈환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라면업계 3위 삼양식품…1위 등극 ‘요원’
전인장 회장, ‘사업 다각화’ 꿈꾸는 행보
삼양 오너 일가 ‘모럴 해저드’ 심각 수준

삼양식품은 농심과 국내 라면업계의 ‘쌍벽’을 이루는 기업이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랜 기간 ‘2인자’의 위치에 머물었던 비운을 안고 있기도 하다. ‘신라면’과 ‘너구리’로 대표되는 농심의 기세와 위상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이다.

‘벼랑 끝’ 몰린 영업 실적

그런데 현재 삼양식품은 여러 이유로 업계 2위 자리에서도 밀려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부의 위기감이 대단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하반기 삼양식품은 라면 판매 시장에서 오뚜기에게 2위 자리를 내준 뒤 일 년을 넘는 현 시점까지 줄곧 3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라면업계의 점유율 현황을 보면 1위 농심(66.6%) 2위 오뚜기(13.5%) 3위 삼양식품(11.6%)로 나타나 있다. 삼양식품의 입장에서는 2위 오뚜기와의 격차가 2퍼센트가 채 되지는 않고 있어 신제품 개발이나 경영 전략 운용에 따라 얼마든지 2위를 탈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렇지만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농심과의 격차가 무려 55퍼센트나 벌어져 있어 삼양식품이 1970·80년대의 황금기를 다시 누릴 가능성은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니 솔직히 농심과 ‘라이벌’이라고 자부하는 것도 문제 아니겠느냐”는 자조가 삼양식품 내부로부터 나오는 것도 가히 무리는 아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지난 10년 간 삼양식품이 마냥 부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며 “특히 삼양식품은 지난 2011년 여름에 ‘나가사키 짬뽕’을 출시하며 이른바 ‘하얀 국물 라면’ 돌풍을 일으켰고 이를 통해 농심의 절대 아성을 위협하는 일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그런데 하얀 국물 라면 선풍이 예상보다 오래가지 못하고 수그러든 이후 삼양식품은 시장에 각인될만한 매력적인 후속 제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해 다시 고전의 늪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농심의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오뚜기의 ‘진라면’처럼 든든한 캐시 카우 노릇을 하는 부동의 스테디셀러가 눈에 띠게 부족하다는 점도 삼양식품에게 불리한 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평론가는 “물론 삼양식품은 ‘삼양라면’이라는 대한민국 라면 역사의 산증인 격인 킬러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다”며 “그러나 삼양라면은 젊은 세대로부터는 너무 ‘올드’하다는 선입견이, 중·장년층에게는 맛이 강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신라면을 대체할만한 매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효자’ 노릇을 꾸준히 하기에는 힘에 부쳐 보인다”고 말했다.

2세 경영의 시행착오, 회사 위기?

이 평론가는 “특히 라면 이외에 제품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는 농심·오뚜기·한국야쿠르트 같은 다른 경쟁 기업과는 달리 삼양식품은 라면이 전체 제조 품목의 80퍼센트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라면 판매 부진은 곧바로 회사 전체의 위기로 직결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 삼양식품 2세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 부호가 그려지는 상황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전인장 회장, 전중윤 명예회장 ⓒ삼양식품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삼양식품의 작년 실적은 온통 잿빛투성이다. 지난 2013년 3/4분기 삼양식품이 거둔 영업이익은 약 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실적(약 76억 원)과 비교하면 하락한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나가사키 짬뽕이 인기를 모았던 2011년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인 148억 원과 비교하면 현재 수익은 거의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쳤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2009년 영업이익은 약 250억 원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런 수치에서 볼 수 있듯 삼양식품이 창사 이래 회사 존폐 여부까지 달려있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결코 과장은 아니다”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이렇게 삼양식품이 거의 최악에 가까운 위기 상황에 치달은 것은 앞서 말했던 대로 매력 있는 제품이 부족한 상황이 일차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2010년부터 경영 전면에 등장한 전인장(51) 삼양식품 회장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전인장 회장은 지난 2010년 부친인 전중윤(95) 현 명예회장이 고령으로 더 이상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기 어렵게 되자 뒤를 이어 삼양식품 회장 자리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묘하게도 전 회장이 취임한 후 삼양식품의 실적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물론 2011년 하반기에 나가사키 짬뽕으로 잠깐 호황을 누리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그림에서 보면 줄곧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인장 회장의 리더십이나 경역 능력 평가 면에서 충분히 불명예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 전인장 회장은 취임 이후 라면 사업보다는 다른 분야의 다각화에 보다 심혈을 기울였던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재계를 떠도는 단순한 소문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전인장 회장은 2010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제주우유 인수 ▲시리얼 시장 진출 ▲호면당(외식업체) 인수 ▲레저 관련 사업 시작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력을 보여 왔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물론 전인장 회장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른 경쟁업체처럼 사업 다각화를 통해 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고심하는 면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하지만 농심이나 오뚜기처럼 소비자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판매 유지하는 상태에서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는 것이 경영의 정석”이라며 “이런 면에서 삼양식품의 경우는 상황이 물론 급하기는 하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업 다각화에서 다소 성급한 면모를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오너 일가 ‘도덕적 해이’ 도마에 올라

이런 경영상의 논란 외에도 현재 전인장 회장에게 닥친 곤경은 바로 ‘모럴 해저드(도덕적 회의)’ 문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양식품에 대해 과징금 26억2,400만 원을 부과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 삼양식품은 비글스, 내츄럴삼양 등으로 불공정 거래를 일삼아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삼양식품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는 삼양식품이 ‘내츄럴삼양’이라는 중간유통 업체를 의도적으로 개입시켜 대형마트에서 시판되는 라면 제품을 계약하도록 일감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내츄럴삼양은 라면 스프에 들어가는 조미료를 제조하는 비상장 계열사로 전인장 회장과 친족 등 특수 관계인이 지분을 90% 보유하고 있다. 내츄럴삼양이 중간 유통 행위를 통해 일명 ‘통행세’로 불리는 수수료 명목으로 챙겨간 이익금은 지난 5년 동안 무려 7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여러 정황을 보면 삼양식품이 내츄럴삼양에 지급한 판매수수료는 전인장 회장 측에 도로 돌아간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내츄럴삼양과 관련된 거래 금액 규모는 총 1,612억8,900만 원이며 삼양식품은 무려 70억2,200만 원이나 되는 금액을 내츄럴삼양에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인장 회장의 아들인 전병우(20)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 비글스 또한 “오너 일가의 재산을 증식하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비글스는 지난 2007년 1월 과실 및 채소 도매업을 업종으로 내세워 설립된 회사로 알려져 있다.

비글스는 지난 2011년 중반 무렵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 및 나가사키 짬뽕이 판매에서 호조를 보인 덕분에 삼양식품 주가가 치솟게 되자 삼양식품 주식을 반복적으로 사고파는 과정을 통해 약 42억 원이나 되는 시세 차익을 남겨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집중적으로 받기도 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비글스가 삼양식품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삼양식품은 비글스-내츄럴삼양-삼양식품-기타 다른 계열사로 구성된 지배구조를 확립해 놓고 오너 일가에 경영권을 집중해 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병우 씨가 소유하고 있는 비글스가 삼양식품그룹 지배 구조상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회사가 향후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핵심 아지트 노릇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삼양식품이 일으키고 있는 여러 물의를 두고 업계에서는 “2세가 경영을 맡으면서 삼양식품의 선명했던 창업 정신이 눈에 띠게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양식품이 여러 심각한 악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올해 의외의 재기 발판을 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견인차 역할을 할 제품으로 ‘불닭볶음면’을 꼽는다. 삼양식품이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5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이성재 씨가 이 제품을 먹는 장면이 방송된 후 화제로 떠오르며 단박에 인기 상품 반열에 올라섰다.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6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용기면의 경우 편의점에서 용기면 판매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불닭볶음면이 삼양식품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고 매출 성장을 이끌면 이를 통해 삼양식품은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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