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신형엔진, 이제부터 제 값 시작한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국내에서는 연일 황우석 교수와 관련하여 우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이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만한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네덜란드 리그의 에인트호벤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 세계 최고의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던 박지성. 그 동안 터질 듯 말 듯 골 운이 따라주지 않아 본인은 물론, 국내․외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었다. 맨유로 이적한지 134일이나 지났고, 출장한 경기 수만도 이번 경기를 제외하고 24경기나 됐기 때문에 처음 박지성의 입단을 그렇게도 반기던 영국의 현지 언론들은 조금씩 맨유의 신형 엔진에 대해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리그에서 아무리 잘 뛴다 하더라도 역시 영국의 무대에서는 안 통한다’는 식의 눈빛이었다. 그러나 한국시간으로 21일 새벽 4시 45분에 열린 맨유와 버밍햄시티의 칼링컵 8강전에서 박지성은 그 동안 여러 사람들의 답답했던 마음을 확실하게 풀어주었다. 더불어 언론과 팬들의 우려 또한 한 순간에 잠식시켜버렸다. 이날 팀 내 선의의 경쟁 상대인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함께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비교적 약체 팀인 버밍햄시티를 맞아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며 활발한 경기를 펼쳤다. 양 팀 모두 득실 없이 전반을 마치고 이어진 후반 경기. 맨유는 후반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사하의 선제 골로 한 점 앞서기 시작했다. 사하의 골은 후반이 시작 된지 1분 경과한 시간. 시작하자마자 선취 골을 내 준 버밍햄시티는 전반 동안 잘 버텨오던 기운이 빠져버린 탓인지 플레이가 다소 둔해진 느낌을 보였다. 때를 놓칠세라 사하의 골에 이은 박지성은 승리의 쐐기 골을 터뜨렸다. 그 쐐기 골은 바로 박지성이 맨유에서의 첫 골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사하의 골이 터진지 4분 후인 후반 5분 박지성은 미드필드에서 넘어 온 공을 머리로 사하에게 건넸다.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포스트 플레이를 하던 사하는 박지성에게 건네받은 공을 다시 박지성에게 넘겼고, 공을 이어받은 박지성은 앞을 막아선 최종 수비수 한명을 달고 중앙 돌파를 시도했다. 이에 박지성은 따라 붙은 수비수를 제치며 오른쪽으로 몸을 틀면서 왼발로 슛을 날렸다. 왼쪽 발등 안쪽에 걸린 공은 골대 오른쪽을 정확히 향했고, 공에는 힘이 실려 있었기에 골키퍼가 막으려 손을 뻗어 보았지만, 공은 이미 골키퍼의 손을 벗어나 그물을 흔들고 있었다. 골이 들어가자 팀 동료들을 비롯한 원정 응원을 온 맨유의 팬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기쁨을 같이 했다. 물론, 그 동안 박지성을 지켜보고 있던 맨유의 퍼거슨 감독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지성의 골을 함께 기뻐해주었다. 맨유에서의 활약이 이제 막 시작된 박지성은 이번 골을 계기로 세계적인 스타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게 될 전망이다. 이왕 첫 골이 터진 상황에 앞으로 줄기차게 이어질 골로 박지성의 진면목을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주길 기대해본다. 한편,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견인하는 골을 바탕으로 활발한 플레이를 선보여 팀 내 최고 평점인 8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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