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5만6000여대 팔리면서 최대 판매실적 ‘기염’

더욱 가열되고 있는 국내외 브랜드 간 경쟁과 확대되는 불확실성 등 조건 하에서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국산차 메이커 간 치열한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결국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안방 사수를 내건 국산차와 대중화 흐름을 주도할 수입차와의 가열된 경쟁구도가 연출될 전망이다.


수입차 판매량 5년 만에 3배 수준 급증세
국산 브랜드 현대차 등은 국내 시장서 저조
안방 사수 국산차와 수입차 경쟁 격화 예고

▲ 한국토요타자동차의 대구·경북지역 토요타 공식딜러 ㈜토요타와이엠가 경북 도청 이전 예정지인 안동시 송현동에 토요타 전시장을 오픈하는 모습. ⓒ뉴시스

수입차의 한국 상륙작전이 파죽지세로 전개되고 있다.

수입차 판매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다 한국인 특유의 과시욕과 시샘까지 가세하면서 친구 간, 이웃 간 수입승용차 구매의 도미노 현상이 최근 몇 년 사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다.

이러한 수입차 돌풍이 국내 자동차 시장 안방에 몰아치면서 지난해 국내서 수입차가 총 15만6497대 팔린 것으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집계했다.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이다. 직전 연도인 2012년 13만858대보다 무려 20% 폭으로 증가했다.

KAIDA는 갑오년 새해에도 수입차 신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수입차 신규 등록을 2013년보다 약 10% 성장한 17만4000대로 전망했다.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2009년 6만993대였었다. 5년 만에 거의 3배 수준으로 급증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금년도 수입차 시장은 무엇보다도 연초부터 심화되고 있는 원화강세 현상을 비롯하여, 한EU FTA에 따른 유럽산 모델의 무관세 등이 시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1000조원 선을 돌파한 국내의 가계부채 증가, 소비심리 위축 등은 수입차 성장의 걸림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올해 수입차 증가세 전망이 다소 둔화된 10% 수준인 보수적인 수치로 나타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브랜드별 등록 대수는 특히 도시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BMW가 3만3066대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BMW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2만5649대로 뒤를 이었다.


BMW가 3만3066대로 1위

메르세데스-벤츠는 2만4780대로 3위를 기록했다. 아우디(2만44대), 도요타(7438대), 포드(7214대), 미니(6301대), 렉서스(5425대), 혼다(4856대), 크라이슬러(4143대)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두드러지게 판매 증가세를 보인 브랜드 중 폴크스바겐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폴크스바겐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39.4% 증가했다. 아우디도 지난해보다 32.5% 성장했고, 포드는 같은 기간 모두 7214대 팔리며 동기 대비 40.7% 증가했다.

▲ 수입차 빅5 로고. ⓒ뉴시스

이에 반해 일본산 자동차 도요타를 비롯하여 캐딜락은 유일한 감소세를 보였다. 도요타는 지난해 총 7438대 팔리며 전년보다 31.1% 감소했고 캐딜락도 36.8% 축소됐다.

KAIDA에 의하면 지난해 수입차 시장 대세는 디젤 차량이었다. 전년 대비 무려 45.8%나 증가했다.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이 지난해보다 각각 7.6%, 8%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연료별 점유율을 보면 디젤 차량이 역시 대종을 이뤘다. 모두 9만7185대로 62.1%을 차지했다. 가솔린 차량은 34.2%(5만3477대), 하이브리드차량은 3.7%(5835) 순이었다.

배기량별로는 2.0리터(L) 미만이 53.5%로 8만3667대 등록됐다. 뒤를 이어 2.0L~3.0L가 5만1498대로 32.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국가별 점유율로는 유럽이 78.5%(12만2798대)로 단연 많았다. 일본 14.1%(2만2047대), 미국 7.4%(11만657대) 순으로 이어졌다.

수입차의 약진과는 대조적으로 국산 브랜드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판매 성적표는 저조했다. 회사별로 전년 대비 각각 4%와 5% 감소한 것으로 최근 집계됐다.

중국·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에 2012년 대비 총 판매 실적이 6% 늘어났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이와는 달리 한국GM·쌍용·르노삼성 등 나머지 국산차 3개 업체의 합계 판매량은 8.6% 늘어났다.

국산 브랜드 국내 시장 판매 성적 저조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점유율 1·2위인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 부진 원인으로 수입차를 지목하고 있다. 포화상태로 진입한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거의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 10%대를 돌파한 수입차 인기가 경쟁 상품을 보유한 현대·기아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했다는 분석이다.

안방에서 고전하는 현대·기아차는 올해 디젤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에 대한 판촉을 강화해 수입차에 대항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가뜩이나 연초부터 엔저 현상 심화로 해외에서 일본차 업체들의 판매 공세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시장을 사수하지 않으면 올해 전체 사업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새로운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금년에 계획한 ‘786만대의 글로벌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지난해 현대·기아차 판매량인 756만대보다 4%가량 늘어난 수치다.

▲ 현대자동차는 고객들이 현대차와 주요 경쟁 수입차들을 직접 비교체험 해볼 수 있는 '수입차 비교시승센터'를 열었다 .ⓒ뉴시스

정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역량강화를 통한 미래성장 기반강화’로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총 290만대(국내 68만2000대·해외 412만8000대)와 296만대(국내 48만대·해외248만대)의 판매목표를 세웠다.

자동차 메이커간 치열한 전쟁 예고

그는 “최근 세계경제는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기술의 융·복합에 따른 산업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 대목에서 더욱 가열되고 있는 국내외 브랜드 간 경쟁과 확대되는 불확실성 등 조건하에서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 메이커간 치열한 전쟁이 예고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작년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64만여대, 기아차는 45만8000대로 합계 110만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합계 4.4% 줄어든 수치다.
올해 판매 물량을 전년대비 4%로 책정한 것도 지난해 감소분을 만회하려는 포석이 내재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수입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5개사만 놓고 볼 때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여전히 80%를 차지했다.

KAIDA는 올해도 작년 대비 10% 이상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에 팔린 수입차 10대 중 6대는 고연비 디젤 승용차였다. 또 도요타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차도 인기였다.

디젤과 하이브리드는 현대·기아차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취약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형급 디젤 세단을 내놓고 하이브리드 차종에 대한 판촉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수입 자동차 열풍이 몰아치면서 판촉 지역도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 진출이 가속되고 있다. 지방 광역시가 아닌 중소 도시와 중요 거점 도시로 영역을 더 넓혀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입차 전시장은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집중돼 있었다. 지방에 사는 이들은 수입차 구경차 상경까지 했다. 이젠 이런 풍속도는 격세지감이 있다. 이제 비수도권 중소 도시에서도 수입차 매장을 보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수입차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수입차 시장이 20∼30대의 젊은 소비층 증가, 2000cc 이하 중소형차급의 성장, 개인 구매고객의 증가 등 수입차 대중화를 예고하는 전조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이들은 중시하고 있다.

결국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안방 사수를 내건 국산차와 대중화 흐름을 주도할 수입차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연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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