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천 폐지 물타기, 초헌법적 꼼수” 비난 봇물

▲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놓고 여당이 후퇴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공약 파기라며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대선공약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민주당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여야는 현재 국회에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대선 공약이었던 탓에, 2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전까지 큰 무리 없이 폐지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 일각에서 공천 폐지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5일에는 당헌-당규개정특위(위원장 이한구)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광역단체장 연임 횟수 2회 제한, 광역시 기초의회 폐지’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

당개특위는 이밖에도 교육감선거를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치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개특위에서 전문가 간담회를 했는데 이구동성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는 말이 안 된다고 했다”며 “공천제를 폐기만 하면 새 정치가 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새누리당의 이 같은 의중이 알려지자, 이미 전당원투표를 통해 정당 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민주당은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이와 관련, 김한길 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께서 대선후보 당시 정치개혁 공약으로 앞세웠던 기초자치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가 집권당에 의해 부정당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참으로 엉뚱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고 맹성토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여당은 새로운 약속을 하려고 하지 말고 약속한 것이라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의 공약을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조 최고위원도 “특별광역시정당공천도입폐지와 광역단체장 연임 축소적인 내용을 골자로 한 새누리당의 지방자치안은 설날 떡국으로 차례상을 차리자는 가족들의 의견에, 난데없이 피자를 들고 와 차례상을 차리자는 것도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양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공약을 물타기 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정상화를 비정상화로 만드는 권모술수”라며 “한마디로 대선공약 위반이자, 국민들이 좋아하는 기초선거정당공천 폐지 요구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양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의 이번 기초의원 폐지는 기발한 발상이라기보다는 기가 막힌 발상”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새누리당은 정치쇄신 운운하며 물타기하지 말고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혜자 최고위원도 “새누리당의 구의회 폐지안은 뒤집어보면 시군의원과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대선공약 파기를 위한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꼼수 그만 부리고 국민께 약속했던 공약을 더 이상 못 지키겠다고 솔직히 선언하고 사과부터 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종걸 정치혁신실행위원장은 “새누리당은 광역시의 기초의원 폐지에서부터 일반 기초의원 폐지를 난삽하게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입장을 유연화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위원장은 이어, “지금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을 폐지한다든지, 일몰시킨다든지 하는 것들은 장기적 과제에 비쳐 너무 섣부르다는 생각”이라며 “정치혁신실행위에서 더 분명하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 배제를, 기존 제도를 존치시키는 것을 전제로 분명한 입장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백재현 의원은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물타기를 위한 초헌법적 꼼수”라며 “우리 헌법에서는 지방자치를 의회에 두도록 하기 때문에 의회가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원칙적으로 존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재현 의원은 그러면서 “기초의회를 두지 않고 광역의회 지역 상임위원회 형태로 설치해 기초의회의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명백히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풀뿌리의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당공천 폐지를 이행하라는 요구”라고 일갈했다.

또, “새누리당은 교육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헌법 31조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그 헌법정신을 훼손하면서 교육감에 대한 러닝메이트제 또는 공동제도를 주장하는 것은 정당에 대한 공천제를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 의원은 “아마 새누리당은 국민의 약속인 공천제를 지킬 것인가 안 지킬 것인가 하는 프레임에서 정당공천 폐지 대 기초의회 폐지 프레임으로 바꾸려는, 물타기 하려는 아주 불순한 시도”라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한편, 이처럼 야권의 집단적 반발 등 논란이 확산되자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은 아직 지방선거에 관해 공천제 및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논란 진화에 나섰다. 

홍 사무총장은 “당이 여론 수렴 과정에 있음에도 마치 특정 사항이 결정된 것처럼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거쳐야 정식 당론으로 채택되는 것으로, 정개특위 역시 당론을 가지고 야당과 협상해야 그것이 국회안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와 시에 속한 의원들 간 이견이 많기 때문에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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