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가능성도 ‘솔솔’

한국GM의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 모터스가 유럽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인 쉐보레를 전격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쉐보레를 유럽 지역에 생산 공급하던 한국GM의 앞날에 비상등이 켜졌다. 향후 구조조정 가능성은 물론 사업장 자체의 ‘철수설’까지 여러 흉흉한 전망이 난무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 암울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쉐보레 유럽 철수…생산·공급처 한국GM 타격
“희망퇴직 단행” VS “근거 없는 이야기” 시끌
GM 최초 여성 부사장 변수…‘전화위복’ 될까

지난 12월 5일 한국GM의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한국 시장 철수’ 소문까지

▲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한국GM

이 같은 미국GM의 발표에 따라 향후 한국GM의 작업 상황에 적지 않은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GM은 유럽 지역에 공급하는 쉐보레 가운데 약 90%나 되는 물량을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앞으로 한국GM의 사업 구조가 개편될 가능성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한국 시장 철수설’이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본사 방침에 따라 유럽 일대에 17개의 쉐보레 판매 법인을 운영 중인 한국GM은 앞으로 러시아 지역을 제외한 15곳의 판매 법인에 대한 폐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GM측은 이 같은 방침으로 인한 한국GM의 유럽 생산 감소분을 호주 법인인 홀덴 공장 두 곳을 폐쇄한 뒤 한국GM의 호주 수출 물량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보충·상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한국GM은 앞으로 2년 안에 생산 물량이 약 20% 정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호주 수출 물량을 확대한다는 방안이 있지만, 한국GM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타격으로 작용한다.

한 경제평론가는 “지난 2012년 한국GM의 총 해외 수출 물량인 65만4,937대 가운데 약 18만6,000대가 유럽 시장에 팔렸다”며 “이 같은 수치를 보더라도 한국GM의 앞날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라고 우려했다.

이 평론가는 “무엇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국 시장 철수설’이 나오고 있지만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 말고도 그동안 한국GM의 매출 및 실적이 부진한 상황도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한국GM가 거둔 매출액은 15조9,496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전해인 2011년에 비하면 약 6%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지만 문제는 약 3,4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는 점이다.

이렇듯 부진한 실적 문제까지 겹치는 바람에 한국GM의 국내 시장 철수설은 더욱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국내 자동차 업계가 내수 시황 침체로 암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데 한국GM 문제까지 부각되어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구조조정까지는 아닐 것”

이러한 상황 때문에 업계 전반에서는 “한국GM이 다행히 시장 철수라는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구조조정 등의 인력 개편 작업은 머지않아 시행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조만간 한국GM이 희망퇴직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생산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데 인원 감축은 불가피한 것 아니겠냐”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GM 측은 이 같은 관측에 대해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현재 한국GM은 불가피하게 생산 물량이 줄어들더라도 인력 감축을 비롯한 사업 구조 개편 계획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 측 관계자는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는 당장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며 “이에 따라 생산 물량 또한 서서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당장 국내 조직 개편이 진행될 개연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GM 사측은 물량 감소로 인한 회사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주간 연속 2교대를 내년부터 시행할 지 여부를 놓고 노동조합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만약 노사 합의로 주간연속 2교대 제도가 시행된다면 생산직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기존 20시간(10시간+10시간)에서 17시간(8시간+8시간+야간잔업 1시간)으로 세 시간 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근로 시간이 이런 식으로 시행된다면 향후 생산 물량이 약 20% 쯤 자연스럽게 줄어 유럽 수출 물량 감소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 제도는 노사 합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GM 노조 측은 구조조정에 대해 강력하게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측과 근무 시간 단축에 대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GM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미국 본사의 유럽시장 철수 결정이 심각한 구조조정 등 근로자 고용불안의 요인으로 악화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일반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려는 의도가 포착되면 결코 그대로 보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아울러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GM이 희망퇴직을 단행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이 같은 부담감 때문에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구조조정이 전격적으로 단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한국GM은 이미 작년에 부장 이상 급의 임원과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두 차례 희망퇴직자를 접수 받은 적이 있다. 전부 합쳐 약 500여 명이 신청했던 이 희망퇴직 제도를 통해 한국GM은 위로금과 각종 수당이 포함해 약 총 557억3,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한다.

새 여성 부사장도 ‘변수’

▲ 메리 바라 GM 부사장 ⓒGM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한국GM이 이 같은 규모의 비용을 향후 한 번 더 지출하게 되는 상황을 단행한다면 자칫 ‘배보다 배꼽이 큰’ 결과를 맞이할 위험도 있다”며 “이와 같은 비용 문제로 인해 사측이 선뜻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힘든 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 측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국내 부분 마케팅에 역량을 총 집중해 내수 시장 점유율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유럽 이외 지역으로 진출할 가능성을 활발하게 모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요즘 국내 1위인 현대·기아자동차도 내수 시황이 예전 같지 못하다”며 “한국GM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르노삼성 역시 ‘한국 시장 철수설’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는 만큼 한국GM의 향후 행보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미국 시각으로 지난 12월 10일 보수적이고 남성적인 회사 분위기로 유명한 미국GM 역사상 최초로 여성 리더를 맞이하게 된 상황도 한국GM의 앞날에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파격적으로 수장 자리에 오른 주인공은 바로 메리 바라 수석 부사장(50)이다. 메리 바라 수석 부사장의 전면적인 등장으로 앞으로 한국GM이 어떠한 여파와 운명을 맞이하게 될 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메리 바라 부사장은 예전에 GM이 극도의 위기를 맞아 무수한 직원을 정리해야 했던 시기에 인사팀장을 역임했다”며 “그만큼 구조조정에 특기가 있는 인물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 평론가는 “이 때문에 메리 바라 부사장은 한국GM에 대해서도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한국GM의 생산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비용이 들더라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GM에 당장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메리 바라 수석 부사장이 주로 쉐보레 크루즈 등의 경차나 SUV 차종 개발로 경력을 쌓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메리 바라 부사장은 현재 한국GM 공장에 대해 호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3일 메리 바라 부사장이 미국GM 고위 인사로는 최초로 부평공장에서 열린 한국GM 자체 행사에 참석한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한 경제평론가는 “이 때문에 메리 바라 부사장은 이미 준중형 차량을 생산하는 전 세계 GM내 공장 가운데 한국GM이 생산성이나 품질 양쪽에서 모두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이런 정황을 보면 메리 바라 부사장이 앞으로 경영 전략을 준중형 차종 중심으로 짤 경우 한국GM이 재기할 수 있는 유리한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 “한국GM이 전 세계 GM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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