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두뇌와 근력이 조화를 이뤄야만 챔피언

스포츠도 지능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생각 없이 근력만 믿고 덤벼들었다가는 전략적으로 움직임을 하는 상대를 당해내기 어렵다는 뜻인데, 요즘 유럽에서는 두뇌의 대결과 근력의 대결을 접목시킨 이색 스포츠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름부터 어떤 경기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체스복싱’, 라운드를 번갈아 가며 체스를 두고 복싱을 하며 승패를 가르는 이색 스포츠이다. ‘체스복싱’은 체스 6라운드와 복싱 5라운드 등 모두 11라운드로 이뤄지고 라운드 당 체스는 4분, 복싱은 2분씩 진행된다. 경기는 언제나 체스 라운드를 먼저 시작한다. 체스와 복싱에서 동점이 나와 무승부가 될 경우에는 체스의 후순위자인 흑(黑)이 이기는 것을 룰로 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체스복서들은 상대를 향해 주먹을 날리다가도 공이 울리면 서둘러 글로브를 벗어던지고 체스판으로 이동해 체스를 두고 다시 공이 울리면 글로브와 마우스피스를 끼고 상대에게 주먹을 날린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체스를 둘 때는 반드시 헤드폰을 끼어야 한다는 것. 수많은 관중들과 코치들이 던져줄 수 있는 훈수로부터의 차단을 위한 이유다. 세계체스복싱기구(WCBO)는 올해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제 1회 유럽선수권대회를 개최하였다. 1회 대회 초대 헤비급 챔피언은 당시 500여명의 팬이 찾은 가운데 독일배우 출신 안드레아스 슈나이더를 맞아 9회 장군을 부르고 우승한 불가리아의 티호미르 티시코 그는 이미 유럽에서 신종 스포츠 스타가 되었다. WCBO는 2003년 체스복싱을 구상하기 시작한 네덜란드 출신의 이에베 루빙에 의해 창설되었다. “스키를 타고 가다 총을 쏘는 스칸디나비아의 전통 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에 포함되었듯이 체스복싱의 잠재력도 대단하다”는 이에베 루빙은 “두뇌와 근력을 조화해야 하는 스포츠로 성공할 것을 자신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성공예감이 결코 허황된 꿈에 불과하지 않다는 이유가 있다. LA 타임스가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레녹스 루이스는 소문난 체스 플레이어이며, 최근 은퇴한 헤비급 챔피언 비탈리 클리츠코 역시 체스를 잘 두기로 소문난 복서들이라고 한다. 이들만 보아도 체스와 복싱에서 모두 소질을 발휘할 선수를 발굴하기가 결코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하며 체스복싱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기도 했다. 또한 변형된 이러한 스포츠에 대해 체스복서들은 “고대 올림픽을 보면 스포츠에 시가 담겼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사라졌다”고 말하며, 체스복싱은 미학과 분투가 요구되는 오묘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을만한 충분히 가치 있는 스포츠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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