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각축 구도에 새누리도 조기점화 조짐

최근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각자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어 정계에서는 ‘차기 대권 경쟁이 일찌감치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자칫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향후 추이를 놓고 연말연시 정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지난 대선이 치러진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대권 경쟁이 불붙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지난 대선 때 치열하게 후보 단일화 경쟁을 벌여 결국 선거 전체 판세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야권의 두 후보,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예상보다 일찍 ‘차기’를 향한 행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상 ‘차기 대권 레이스’ 시작?
현재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정치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서로의 라이벌 관계를 적극 부인하고는 있지만 정계에서는 “이들 두 의원이 사실상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대권을 향한 포문을 직접적으로 먼저 연 인물은 바로 문재인 의원이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11월 29일 저녁 서울 여의도 소재 한 식당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같은 기회가 다시 오면 마다할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집착하지는 않겠지만 회피할 생각도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아울러 문재인 의원은 “2012년 대선의 꿈이 2017년으로 미뤄졌으며 정권은 반드시 교체되어야 한다”며 “2017년 대선에서 보탬이 되는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문재인 의원이 한 발언 가운데 ‘회피’ 및 ‘보탬’이라는 낱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놓고 여러 논란이 있다”며 “그렇지만 문 의원은 이 같은 발언을 통해 사실상 차기 대선에 대한 도전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여야를 비롯한 정계 전체가 발칵 뒤집히자 이후 문재인 의원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어디까지나 원론적 차원의 이야기이지 차기 대권 도전에 반드시 나선다는 뜻은 아니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12월 2일 여의도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자신의 발언이 일으킨 파장에 대해 “제가 했던 발언을 차기 대선 출마 시사로 본다면 조금 과도하다”며 “제 말씀은 정권교체에 저 또한 최대한 기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차원의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이어 문 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부족한 부분을 차후에는 잘 풀어나가고 이를 통해 2017년 선거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야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정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의원의 이런 해명성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절대 아닌 것 같다”며 “정황을 보면, 물론 여러 변수는 있겠지만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쪽 유력 후보는 일찌감치 문재인 의원으로 굳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치고 나오는 문재인, 말 아끼는 안철수
이처럼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선에 대한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 데 비해 ‘라이벌’인 안철수 의원은 향후 행보에 대해 즉답을 회피하는 예의 신중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12월 2일 안철수 의원은 차기 대선 도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저는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한 걸음 한 걸음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아직 차기 대선에 대해 언급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안철수 의원은 서울시 도봉운전면허시험장에 위치한 발달장애인 취업 카페에서 일일 바리스타 체험을 한 다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역할과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안철수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원래 안 의원의 언행이 극도로 신중한 편이기는 하지만 특히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굳이 구체적인 견해를 밝힐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안철수 의원의 앞에는 신당 창당, 내년 지방선거 등 중대한 사안이 놓여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국민 모두가 차기 대선 유력 후보로 꼽고 있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자신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의원 등 민주당 쪽이나 여당인 새누리당이 아무리 자극하고 때로는 맹공을 펼치더라도 안 의원은 당분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신당 만들기 작업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활약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정계의 초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 근간을 마련했으며,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특히 “중도층의 표심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종인 전 위원은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본인 의도와 달리 실현되지 않고 오히려 최근 몇 달 동안 후퇴 논란이 빚어지는 현재 상황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이 향후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김 전 위원이 추구하는 바의 상당 부분이 안 의원의 생각과 일치하는 면이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김종인 전 위원이나 안철수 의원 모두 ‘신당 합류설’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인 전 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안철수 신당에는 합류 안 한다. 안 의원 신당이 잘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의원 역시 “김종인 전 위원의 새누리당 탈당 소식은 매체를 통해서 알았다”며 김 전 위원과의 ‘사전 교감설’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렇게 양쪽 당사자들이 극구 부인하는데도 불구하고 정계에서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아직 모르는 것 아니냐”라며 좀 더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치러질 여권의 전당대회에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차기 당대표는 총선까지 당을 이끌게 됨으로써, 대권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 ‘조기 레임덕’으로 빠질 가능성도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결별한 뒤 안 의원은 신당 창당에 ‘중추’가 될 만한 원로급 인사가 없어 아쉬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종인 전 위원은 물론 윤여준 전 장관과도 그리 좋지 않은 모습으로 결별한 바 있어, 이들의 신당 합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정계에서는 현 상황에 대해 “이미 차기 대권 레이스가 막을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이 때문에 박근혜 정권은 현재 사실상 ‘조기 레임덕’이나 별다를 바 없는 국면으로 본의 아니게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견해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출범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가 급속도로 누적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및 여당의 ‘묻지마’ 지지층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지도의 전반적인 이탈이 속도를 내려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시사평론가는 “민생은 풀릴 길이 없고 여야는 대치 국면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데도 청와대는 이에 아랑곳없이 정치와 거리를 두기만 하는 모습에서 실망한 국민이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민심이 일찌감치 차기 대선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조짐이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앞으로 3~4년 동안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정국 이슈를 주도해 나가게 되면 청와대 및 여당에 대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게 틀림없다”며 “국민의 시야와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야말로 ‘레임덕’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흐름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듯 새누리당은 문재인 의원에 대한 맹렬한 공격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문재인 의원을 겨냥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문 의원이 가장 약체였는데 돌연 강한 척을 한다”는 내용의 강도 높은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정계 일각에서는 “이렇게 흘러가는 상황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당권 및 대권 경쟁 레이스가 예상보다 일찌감치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청와대 눈치를 보든 말든 야권의 이슈 선점과 이로 인한 약진을 팔짱 낀 채 계속 두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유다.

이 때문에 “김무성 의원은 물론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새누리당에서 유력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이 내년 초 전당대회와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당권 도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는 예측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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