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선생이 옮긴 간디자서전에 의하면 마하트마 간디의 묘비명에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7가지 악덕이 적혀 있다고 한다.

첫째 원칙 없는 정치’, 둘째 노동 없는 부’, 셋째 양심 없는 쾌락’, 넷째 인격 없는 지식’, 다섯째, ‘도덕성 없는 상업’, 여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 일곱째, ‘희생 없는 종교가 그것이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어느 것 하나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없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현실을 보자면 이 모든 것이 원칙 없는, 양심 없는, 인격 없는, 도덕성 없는, 인간성 없는, 희생 없는 정치로 모두 바꿔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정치권은 바람 잘 날이 없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과 정치에 개입된 중거가 속속들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갈등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는 탓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의 원인제공자는 국정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정원은 국내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무시하고 이번에도 전면에 존재를 드러냈다.

지난 3일 국정원이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을 국회 정보위 간사에게 대면 브리핑형식으로 전달하면서 또 다시 한반도 전체를 술렁이게 했다. 장성택의 실각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북한의 장성택은 비교적 온건파로서 군부 강경파의 견제 역할을 하는 등 남북관계와 경제개혁 전반을 진두지휘해 온 북한의 실세이기 때문이다. 노동당 중심의 선당정치와 경제 변화를 강조하던 장성택이 실각했다면 군부가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 긴장의 파고를 높이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중차대한 정보를 국정원이 국방부나 통일부와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 야당 간사에게 대면 브리핑 형식으로 전달한 것이다.

국정원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여 국가의 유관기관에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정보기관이다. 국정원이 직접 나서 언론을 상대하고 국회의 정보위 야당간사에게 정보를 흘린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민주당은 즉각 공세에 들어갔다. 국정원이 북한의 장성택 실각설을 전달할 당시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을 논의하던 날이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북한의 장성택 실각설의 진위여부를 비롯해 공개시점과 공개절차를 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정원이 북풍을 내세워 국정원 개혁에 제동을 가하려 한다는 의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국정원의 음모론이 아니다. 국정원이 그들의 역할을 방기하고 직접 언론플레이를 하며 국가의 안위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유관 기관과 사전협의 없이 나서면서 또 다시 불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발표한 북한의 장성택 실각설의 여파로 여당 일각에서는 이를 앞세워 벌써부터 국정원 국내 파트 폐지, 정보위 상설화 반대 등 국정원개혁특위의 합의사항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현재까지 정치권의 갈등을 조장한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몰각한 소치다.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의 원훈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이후 정보는 국력이다로 변경됐다. 또 다시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바뀌었다.

국정원의 원훈은 변했지만, 그들의 역할은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음지에서 무명의 헌신으로 정보가 국력인 사회를 위해 협조하는 것이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으로서 정치권에 갈등을 조장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정치권은 하루라도 빨리 혼란을 조장한 국정원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때다.

국민들은 원칙 있는, 양심 있는, 인격 있는, 도덕성 있는, 인간성 있는, 희생 있는 정치의 모습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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