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선 때문에 얼마나 피곤한 삶인지 알기나 하니?

“어디를 가나 늑대들뿐이라서 항상 조심스러워요” 평소 치마를 즐겨 입는 28세 회사원 K모씨(여). K씨는 지난 달 지하철에서 겪은 일을 되생각하며,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남자들이 정말 하나같이 저질스러운 변태로만 보인다고 말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닌, 내 스스로의 만족에 의해서 몸매를 가꾸고 예쁜 치마를 입기도하고 화장도 하는 것인데 남자들은 치마 입은 여자들만 보면 무조건 보여주고 싶은 심리로 입고 다닌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지하철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후 남자들을 바라보는 K씨의 생각이다. ◆“지하철이 겁나요” 직장에서 회식을 하고 거의 막차쯤 지하철을 탔다는 K씨. 무리하게 술을 마신 것은 아니지만, 지하철을 타니 피곤함이 몰려와 잠시 졸게 되었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맞은 편 자리에 회사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즐겨 입는 스커트를 입고 있었던 K씨는 별다른 의식 없이 눈을 붙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내리려고 목적했던 역 두 정거장 전쯤에서 안내방송에 눈을 뜬 K씨는 어쩐지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가 K씨와 눈이 마주치자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졸고 있는 동안 자세가 조금 흐트러져 있었던 것이 문제였는지 남자의 시선은 K씨의 치마 속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더욱이 그 남자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 물증이 없어 어쩔 수는 없었지만 내심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불안한 마음과 함께 참을 수 없이 불쾌한 기분이 들어, 내릴 역보다 한 정거장 앞서 내려버렸다는 K씨. “젠틀해 보여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정말 불쾌했어요.” 정말 훔쳐본 건지 아닌지 확실한 건 아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여자는 알아요. 그리고 남자라도 누가 그렇게 빤히 쳐다보다가 들켜 얼굴 빨개지며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는 그걸 못 알아차리겠어요. 정말 둔한 사람이 아니고는” 결국 K씨는 남자의 눈빛만으로도 성추행을 당한 것이라고 일축해버렸다. ◆가지가지 성추행 지난 24일에는 대구에서는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끌어안은 뒤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로 50대 이 모씨가 대구동부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만취상태에서 지난 23일 오후 8시 50분쯤 대구시 동구지저동 도로에서 김 모(여. 23)씨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 뒤 여관으로 가자고 했다는 것. 경찰에서 이씨는 “술이 너무 취한 나머지 김씨를 아는 여성으로 착각했다”고 진술한 뒤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씨의 말대로라면 술이 부른 실수이겠지만, 아는 여성을 길에서 만나면 입을 맞추고 여관으로 가자는 말을 한다는 것은 우습지도 않은 변명 아닌 변명밖에 될 수 없었다. 성추행의 사례는 끝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하철, 화장실 등 뿐 아니라, 심지어는 야외 공연장에서까지도 서슴없이 일으키는 추행은 여성들에게는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파가 몰려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찾아드는 상습 성추행 범들. 그들의 행위는 과감한 것 이상으로 꼴불견으로도 보여지지 않는다. 짐승이라면,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라도 하겠지만, 이성을 가진 사람이 할만한 짓은 절대 아닌 이유 때문이다. 그들은 단순히 여성의 몸에 신체 접촉만을 시도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만족 할 때까지 집요하도록 부끄러운 곳을 접촉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쾌락을 맛 보고는 바지가 젖어 버리는 족속들도 있다. 개, 돼지가 아닌 이상 그들은 인간이기를 스스로 거부한 존재들일 수밖에 없다. ◆사랑으로 여성을 바라보라 단속이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 꾸역꾸역 메운 사람들 틈 속에서 그런 유형의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며, 증거가 남는 것도 좀처럼 드문 일이다. 또한, 수치심에 쌓인 여성들은 일이 커져서 자신이 부끄러운 일을 당했다는 것을 알리기 원치 않는다. 이런 다양한 이유들은 결국 더욱 파렴치한 성추행 범들의 기를 살려주게 되었을 뿐, 여성들에게 조금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기능은 없는 것이다. 단속이 쉬워야 범죄도 사라지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봐주기 원하는 아름다움이 아닌,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있는 여성의 성향을 남성들은 알아야만 한다. 여성들에게 자신을 가꾸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욕구는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다. 지하철에서 남아 있는 자리를 두고서도 앉지 못하고 먼 길을 서서가는 여성들. 그녀들이 안쓰러운 이유는 바로 남성들의 탓이다. 남성들의 음흉한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여성들의 피곤한 삶은 오늘도 내일도 지속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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