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점유율↓·법적분쟁 등 악재

식품업계의 절대강자로 꼽혔던 농심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심은 특히 주력상품인 라면시장에서의 올 3/4분기 점유율이 전에 비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농심이 삼다수 판매권을 놓친 것도 매출 면에서 타격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다 최근 신라면 블랙에 대한 도용논란으로 법정공방도 치르고 있어 뒤숭숭한 분위기다.

 

‘짜파구리’ 인기에도 라면 시장점유율 하락
실적악화까지…“효자상품 삼다수의 빈자리”
삼다수 후속 ‘백산수’, 폭리 의혹으로 구설
신라면 블랙, 라면값 담합 관련 법정분쟁도

물론 농심은 시장점유율에서는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물론 농심이 독주하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유율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 농심에서 제조하는 라면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인 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이 약진을 하고 있는 이유가 크다”라고 입을 모은다.

라면 점유율 하락 ‘이변’

얼마 전 업계에 배포된 ‘2013년 3/4분기 라면업체 점유율(AC닐슨 기준)’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3/4분기 평균 시장점유율에서 64.9%로 1위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의 뒤를 이어 △2위 오뚜기(13.3%) △3위 삼양식품(12.0%) △4위 팔도(9.8%)가 나란히 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올 하반기에는 삼양식품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견해다. 지난 상반기 점유율이 11.0%였던 삼양식품은 하반기에 접어들어 1% 오르는 호조를 보였다. 이에 삼양식품은 2위 오뚜기와의 간격을 바짝 좁히며 올 4/4분기에는 정상에 다가서기 위해 더욱 칼을 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농심의 경우 올해 3/4분기 라면 시장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67.7%보다 2.8% 내려간 64.9%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농심의 점유율 자체는 아직 다른 경쟁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어쨌든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업계 전체로 보면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 평론가는 “특히 농심은 올해 상반기 문화방송의 인기 예능프로 ‘아빠 어디가’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대중의 인기를 모으며 덕을 톡톡히 보았던 터라 하반기에 보이기 시작한 점유율 하락은 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농심의 ‘부진’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상황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농심은 주력 상품인 라면에 대해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다는 사실이 발견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면 농심의 뒤를 바짝 좇고 있는 경쟁사인 오뚜기는 시장 2위를 계속 지키기 위해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울러 팔도는 올해 여름 성수기 제품인 비빔면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역동적으로 했다. 이에 비해 농심은 올해는 라면 제품보다는 다른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제계에서는 “아무래도 농심은 삼다수 판매 중단으로 인한 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라며 “이러한 양상은 농심그룹 전체의 올해 3/4분기 실적을 보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주삼다수 판매중단 타격 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농심의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각각 7.7%와 36.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는 농심의 삼다수 판매가 지난 해 말 마무리 된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사실 제주삼다수는 그동안 신라면의 위세에 가려진 감이 있었지만 농심을 튼실하게 만들어주었던 효자 상품”이라며 “이는 삼다수 판매권을 새롭게 이어받은 광동제약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예년에 비해 크게 오른 것만 보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경제평론가는 “현재 농심은 제주삼다수라는 특급 효자상품을 놓친 뒤 이를 대체할 제품을 확보해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며 “이 와중에 오랜 기간 수성을 지키고 있는 기존 라면 시장까지 총력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틈을 타 다른 라면 경쟁사들이 다양한 신제품은 물론 ‘1+1 행사’·가격할인 등을 앞세운 맹렬한 마케팅으로 치고 들어오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농심은 커피사업과 프리믹스 등 새로운 사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심은 건강 측면을 강화한 고품격 커피 제품인 ‘강글리오 커피’를 전면적으로 내세웠지만 소비자들은 가격과 맛에서 현재까지는 그리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아울러 제주삼다수의 후속타로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생수제품인 ‘백산수’도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려 있다. 지난 10월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수입된 생수로 꼽히는 농심의 ‘백산수(2000ml)’가 수입가인 289원보다 3.8배 비싼 1,100원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 경제평론가는 “백산수는 중국 길림성에서 들여오는 생수라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했던 제주삼다수에 비해 가격이 비싼 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판매가가 수입가격보다 4배 가까이 되는 것은 지나치게 비싼 게 사실이다. 폭리 혐의를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비판한다.

‘신라면 블랙’ 법정공방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농심은 자사제품 ‘신라면 블랙’을 둘러싼 법정공방으로 적지 않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10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홍이표 부장판사)는 이장우(58)씨가 (주)농심을 상대로 낸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에서 유명 음식점인 ‘장도리 곰탕’을 운영하는 이 씨는 지난 해 “농심 측이 내 제조비법을 빼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농심은 이렇게 제대로 된 허락 없이 가져간 제조법을 활용해 2010년에는 ‘뚝배기 설렁탕’을, 2011년에는 ‘신라면 블랙’을 잇따라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주장에 대해 농심 측은 “근거가 희박한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맞서왔다. “이 씨가 2008년 6월 음식문화 포럼에 참석해 먼저 농심에게 자신의 공장을 인수할 것을 제안했으며 사업제안서와 회사소개서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농심과 이 씨의 주장이 서로 엇갈린다. 이 씨는 “내가 2005년 충북 진천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을 설립했으며 2008년 5월에 농심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농심 측이 이 씨의 곰탕 성분을 분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씨의 경우 전통적인 가마솥을 현대적으로 개량한 장비를 쓰는 반면 농심은 해외에서 수입한 장비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농심은 장도리 곰탕처럼 저온숙성 공정을 거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농심이 비법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렇지만 1심에서 패소한 이장우 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11월 5일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제조법 도용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어서 그만큼 농심 측이 놓인 곤혹스러운 상황도 그리 쉽게 개선되지 않을 듯 보인다.

농심의 처한 곤경은 이외에도 또 있다. 지난 8월 농심은 라면값 담합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농심은 당시 공시를 통해 “라면 가격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1,080억7,000만 원의 과징금 취소청구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8일 법원에서 이와 관련 원고 기각판결을 내리면서 농심의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여파로 농심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500억400만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22.3%나 줄어든 바 있다. 동기간 매출액도 9,652억9,500만 원으로 3.2%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무려 639억1,000만 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 7월 미국 소재 한인마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로 이에 따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과징금이 정당하다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농심 측에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농심이 여러 악재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유동성과 자금 확보 때문에 안팎으로 시달리는 다른 기업들에 비하면 훨씬 양호하다”는 게 재계의 견해다. 한 경제평론가는 “이 때문에 농심이 당장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당히 적은 편”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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